Magnus Enckell, <boy with skull>, 1893

내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험난하고도 긴 인생의 여정을 살아오고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과 수많은 상황들 속에 우리는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목숨걸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양 삶을 이어가지만. 정작 죽음이라는 거대한 본질 앞에선 외부의 기대와 자존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무색해지고 퇴색하여 진정 중요한 것만 남게 된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가를 다시 되짚어보게끔하여,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하는 덫들을 피할 수 있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했을 때. 특히 젊은 나이에 죽음을 가까이서 목도한 이들은 자신의 삶에 죽음은 예고없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명심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삶을 우유부단하게 살지 않으며 죽기 전에 삶의 본질을 얻고자. 종교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깨달음>을 얻고자 갈망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들에게있어 사회적 성공이란 의미없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유하게 사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 남들에게 많이 인정받고 진짜 배부르게 사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있어 의미있는 삶이란 죽음에 비추어 보았을 때 헛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의미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대부분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이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유한성의 한계를 맞딱뜨릴 수 밖에 없는 작고 미약한 인간이란 존재에게 있어서 그들이 행하는. 우리가 행하는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일들이 얼마나 유익할까 생각해보라.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들이 다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과 같으니. 죽음을 목도한 자들은 이 헛된 삶의 놀이에서. 삶은 마치 어린아이가 해변가에 그리는 그림과도 같아 죽음이라는 파도가 한번 치고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이 삶의 허무함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부와 명예는 부차적인 것이며 최대의 목표는 인간애 속에 깊숙히 자리 잡은 삶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진리를 발견했을 때. 삶과 죽음의 철학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우주로 스며든다. 무의식에서 의식을 거쳐 다시 무의식의 경지로 이르러 우주 속에 스며들 때 그 때 우리는 비로소 현존하게되는 것이고 우주가 되는 것이다. 이는 우주가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가 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종교의 본질은 바로 이 <우주에 스며드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우주에 스며들어 우주가 마침내 인간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화신인 예수와 붓다, 마호멧이고 성모 마리아와 관세음보살인 것이다. 그들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감추어진 세상의 진리를 찾았고 마침내 그 진리를 비유로 말하였으니 인간이라함은 그들과 같이 세상의 진리를 쫓아 사는 것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지 못할 때 결국 고통받는 것은 자신의 삶이라. 청춘의 때가 지나 아무 낙이 없다고 느낄 때가 올 때 그는 결국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방향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당혹스런 결말을 맞이할지니..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그리 할 것이고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할 것이다. 모든 이에게 있어 죽음이란 심판의 날이며 이 심판의 날이 올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반추해보며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것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 한 줌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