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겔 눈팅만 하는 고딩햏자입니다. 감히 컴갤 형님들께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저 오늘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속만 앓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까지 컴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서야 과제물을 프린트해서 나갈 일이 많아지자 아버지는 겨우 컴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좋은 컴 사줘봤자 게임만 한다면서 아버지는 일부러 컴 장사하는 친구한테 게임은 안 돌아갈 만큼 후진 컴으로 달라고 했습니다.씨 그랬더니 아버지 친구는 펜티엄2 그것도 램 32메가짜리를 줬습니다. 어찌나 컴이 후진지 디아블로2도 버벅거리고 스타도 캐리어만 뜨면 인터셉터들이 순간이동하면서 싸웠습니다. 그래도 눈 나빠진다면서 아버지는 모니터만큼은 평면모니터를 사줬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이 워크래프트3랑 리니지2 같은 게임들 애기할 때 저는 옆에서 손가락만 빨았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겨울방학 때부터 알BA를 시작했습니다. 3월까지도 계속 주말마다 알BA를 했습니다. 진짜 주말에 한번도 못 쉬고 알BA를 해서 개콘 한번 제대로 못 봤습니다. 부모님 몰래 알BA를 하는 거라서 띄엄띄엄 당일치기 일거리만 찾아서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은 못 벌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4월 6일에 용산에 가서 부품을 사와 업글을 했습니다. 6800GT 그래픽 카드를 사고 램 1기가 달고 CPU랑 메인보드를 AMD로 바꿨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저의 알BA 애기를 듣더니 부모한테 손 벌리지 않는 요 즘은 보기 드문 학생이라면서 포장 뜯은 둠3패키지를 공짜로 얹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컴은 겉모양만 국민 인터넷 PC였고 속은 고성능 간지나는 울트라 하이엔드 PC였습니다. 저는 밤마다 자는 척 하면서 온갖 화려한 게임을 즐겼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방문을 잠그면 화를 내기 때문에 일부러 방문 앞 마룻장을 망치로 살살 두들겨 누가 방에 가까이 오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나게 해놓고 언제나 왼손은 0.1초안에 ALT+TAB을 누르도록 훈련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헤드폰을 끼고 게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사운드를 들으면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사건이 터졌습니다. 둠3를 하는데 괴물들 발소리가 안 들려서 그날만큼은 제가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그만 헤드폰을 끼고 말았습니다. 한시간 안에 그 판 깨버리고 헤드폰을 벗을 생각이었습니다. 설마 한시간 동안 누가 오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제는 제가 마가 낀 날이었는지 아버지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평소는 잘 오지도 않는 제 방에 오신 겁니다. 방문이 벌컥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자 저는 머리카락이 거꾸로 설 만큼 놀랐지만 침착하게 ALT-TAB을 눌렀습니다. 그러면 화면전환이 되면서 미리 띄워놓은 한글 2002 화면이 뜹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헬나이트들이 무슨 심보인지 3마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만 컴이 버벅거리면서 화면이 딱 멈춰버렸습니다. " 이게 뭐야?! " " 배경화면인데요 " 근데 말하자마자 버벅거리면서 멈췄던 헬나이트들이 울부짖으면서 마구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화면전환이 되면서 한글 2002로 넘어갔습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컴을 많이 만지셔서 대번에 게임이라는 걸 눈치채셨습니다. " 이게 숙제야? 응? 이게 숙제야? " 하시더니 당장 저를 꼬라박게 하시고는 책상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용산에서 부품 샀던 영수증 꾸러미를 발견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깜짝 놀라시더니 제 컴 케이스를 열었습니다. 아버지는 소리내어 영수증을 읽으며 하나씩 부품을 맞춰보시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리고는 저한테 돈이 어디서 났냐면서 다그쳤습니다. 저는 알BA를 해서 돈을 모았다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 내가 장사꾼 사기꾼 새끼를 키웠구나 " 하고 중얼거리더니 에이 SI발!! 하면서 제 컴을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셨습니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셔서 손이 솥뚜껑 같고 파워가 셉니다. 제가 중학교 때는 옆집 새댁에 든 강도강간을 맨손으로 때려 잡고 유치원 때는 저한테 달려드는 미친 개를 맨손으로 찢어 죽이기도 하셨습니다. 그 용 같은 파워로 컴을 내팽개치니 컴이 한방에 개박살났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발로 쾅쾅 밟으니 케이스가 폭삭 찌그러지고 메인보드는 두동강나서 안에 있던 부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저의 반년 동안의 노력과 고생이 쓰레기로 변하는 것을 꼬라박은 채 지켜봤습니다. 눈물이 철철 흘러서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제 눈에는 제 자랑거리 제 자식들이 피투성이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밤새도록 아버지한테 갈굼을 당했습니다. 애를 어떻게 키우길래 장사꾼 사기꾼 새끼가 됐냐고 엄마도 갈굼을 당했습니다. 아침이 되지마자 아버지는 제 컴을 들고 나가 아파트 앞 분리수거장에 던져 버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분명히 부술 때 제 6800 그래픽 카드는 무사한 걸 확인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출근하자마자 다시 가져오려고 기회를 엿보다가 학교 가는 척 하면서 카드를 가지러 갔습니다. 그런데 가보니 카드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울컥 눈물이 났는데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막 쓰레기들을 뒤지는 데 측은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경비아저씨가 뭘 찾냐고 물었습니다. 애기를 했더니 아저씨는 아까 전에 707호 사는 사람이 컴에서 뭘 빼가지고 가는 걸 봤다는 겁니다. 저는 눈이 뒤집혀서 단숨에 707호로 날아갔습니다. 벨을 누르니까 런닝 입은 아저씨가 배를 긁으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집안에서는 둠3음악이 들렸습니다. 아침에 둠3팩키지도 같이 버렸으니 이 아저씨가 가져간 게 틀림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하고 힘들고, 서러워서 그만 무릎을 탁 끓고 아저씨한테 카드만은 돌려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는 마치 하느님 같은 표정으로 내려다 보다가 " 난 니 아버지한테 허락 맡고 가져온거다. 그럼 니 아버지한테 돌려줘도 되냐고 먼저 물어보고 돌려주마 "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주면 안되냐고 애걸복걸했지만 아저씨는 비웃기만 하면서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결국 엉엉 울면서 돌려달라고 하니까 아저씨는 자꾸 귀찮게 하면 니네 집에 전화해서 학교도 안 가고 남의 집에서 행패부린다면서 경비실에 인터폰을 하려는 듯 인터폰을 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잽싸게 가방을 낚아들고 울면서 도망쳤습니다. 아 정말 힘들고 억울하고 미치겠습니다. 부모님이 모르도록 하면서 제 그래픽카드를 돌려받는 방법이 없을 까요? 정말 전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놀지도 못하고 알BA만 해서 모든 돈으로 산겁니다. 부모님 용돈은 한푼도 쓰지 않았구요. 부모님은 저한테 차비랑 밥값만 줍니다. 진짜 진짜 진짜 100% 순수한 제 물건입니다. 아 진짜 미치겠습니다. 형님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글 참 재밌게 썻네.... 그런데 너무 불쌍하네.. ㅠㅠ 출처 : 디시>웃대 이글 디시인사이드 원본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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