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울타리 안쪽에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스쳐갈 만큼 짧았던 만남이기도 했지만
세상이 그어둔 선 위에서
건너갈 수도 건너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쓸쓸하고 어둡던 내 가슴 한쪽에
소망이라는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그 촛불로
힘겨운 사랑이 가져다준 어두움을
조금이라도 밀어내주길 원했지만
바람막이 없는 그것이 오래 갈 리 만무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둔다는 것.
아아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둘 때의 그 쓸쓸함을.
그 눈물겨움을.
세상이라 이름 붙여진 그 어느 곳에도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있었기에 늘 나는
내 가슴 속에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건너편 의자도 비워둡니다.
<내 가슴 한쪽에>,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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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다 문득 이 시에서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더라구요..
다른분들도 한번 읽어보셨음 싶어서 올려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