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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니나 남징어의 허접한 여행기 - 자호리(ζαγορι)나들이
게시물ID : travel_91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살이다
추천 : 6
조회수 : 6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07 01:53:51
http://todayhumor.com/?travel_8960 <- 프롤로그

짦은 아씨나 유람을 끝으로 2년간 살게 될 요아니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그리스 북서부 이삐로스 (Epirus, ηπειρος) 지방의 중심도시이지만
이삐로스 자체가 그리스 제 일의 도시 아씨나, 제 이의 도시 테살로니끼등과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인 관계로 시골입니다.

시골인만큼 경치만큼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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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건물의 2층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무렵의 서쪽 하늘인데요.
저기 서쪽에 있는 미치켈리 (Mitsikeli, μιτσικελι) 산 너머로 드리운 노을이 참 멋집니다.
비록 캠퍼스는 마치 이제 막 내전이 끝나가는 황폐한 도시같아 보이지만
산위에 있는 하얀건 눈이고요, 여름이 오면 깨끗하게 녹아내립니다. (지금은 다시 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여행기인데, 여행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보겠습니다.
요아니나에 온 이후 첫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제가 사는 요아니나에서 북쪽 알바니아쪽으로 더 올라가면 자호리 (Zagori, ζαγορι)라는 동네가 나옵니다.
아주 작은 마을들이 산 등성이 등성이에 위치해있는 산간지역입니다.

시외버스를 타면 어느 지역이든 다 갈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중교통이 아주 낙후한 그리스에선 어느정도 작은 규모의 동네는 대중교통이 닿아있지 않습니다.
자호리도 역시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 친구들의 차를 타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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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호리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구경은 개뿔 닥치고 식당으로 직행합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수다떠는걸 무지 좋아해 우선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다음에 떠들기 시작합니다.
여유있게 경치를 둘러보고 그런거 없습니다.
무작정 따라 들어온 식당에서, 테이블 가운데 놓인 꽃(?)이 인상깊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형적인 그리스 식당의 인테리어를 갖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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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나오기 전 각자 한잔씩 하며 목을 축입니다.
전 미쏘스 맥주를 먹었습니다. 알파, 암스텔, 까이제르와 함께 가장 널리 마시는 그리스 맥주중 하나입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마시던 레드와인 색이 예뻐 함께 찍었습니다.

포풍식사를 하느냐 음식사진은 못찍었습니다.
이날 전 식당 주인이 직접 사냥해 잡은 멧돼지 고기 요리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의 교외에는 직접 사냥한 고기를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의 맛을 맛보고 싶으시면 이런데 찾아가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교통편은 없습니다. 알아서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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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나오자 식빵을 굽던 고양이 한마리가 황급히 몸을 숨깁니다.
소문과 달리 그리스의 고양이들도 한국 고양이들처럼 사람을 무척 경계합니다.
전 이 녀석을 한번 가까이서 보려고 숨바꼭질을 하느냐 비싼돈 주고 먹은 야생멧돼지를 소화시켜버렸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바닥이 그리스 내륙지방의 전통적인 바닥 양식입니다.
해안가와 뜨거운 남쪽을 제외한 그리스 내륙의 전역은 이런 돌바닥과 돌집이 대표적 건축양식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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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먹고 나오기가 무섭게 구경이고 뭐고 친구들은 다시 차를 타러 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경치좋은 곳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가 눈꼽만치도 경치를 감상하고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커피 마시러 고고씽을 외치는 친구들을 뒤따라 가며 마을 여기저기에서 고양이력을 충전하기 바빴습니다.
사진 좌측 하단에는 장작이 있습니다.
그리스는 아직도 장작을 때워 요리를 하거나 난방을 하는 집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날이 추워지면 인구가 밀집한 지역은 일제히 때워대는 장작때문에 연기로 자욱합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공기오염이 실질적인 사회문제입니다.
EU에서는 나날이 오염에 대한 규제안을 채택하고 에너지 절약에 대해 강권하는데
그리스는 이게 참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니 골치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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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정신팔려 헉헉대는 저를 보고 친구 하나가 지붕에 고양이가 한마리 더 있다고 제보를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내륙 지방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입니다.
너와지붕처럼 판판한 돌을 켜켜이 쌓아올린 지붕과 돌을 쌓아만든 벽, 그리고 장작불 연기를 외부로 빼주는 환풍구.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또 가고 싶지만 차편이 없어 아직까지도 한번도 못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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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러 왔습니다.
이 커피는 그리스식 전통 커피인, 엘리니꼬스 (Greek Coffee, ελλινηκος)입니다.
볶은 커피 원두를 갈아 작은 주전자에 물과 함께 넣고 끓입니다.
커피 가루는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옆에 있는 작은 컵에 부어 마십니다.
다 마시고 나면 커피가루는 컵 바닥에 쌓이고, 이 컵을 뒤집어 벽에 흘러내린 커피 고형물의 모양으로 점을 친답니다. (마치 갑골문자처럼)
저도 다 마시고나서 컵을 뒤집었지만, 이 자리에 점을 볼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점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단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걸 글리꼬스(γλυκος)라고 하는데, 사진의 빨간 것은 체리를 꿀에 재운 글리꼬스입니다.
참고로 글리꼬 (γλυκο)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귀엽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그리스에 여행을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리스 여성을 만난다면, '글리꼬 무!' (γλυκο μου!)라고 외쳐주세요.
물론 참된 오유인이라면 안생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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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나들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계속 연재한다면) 다음 편은 본격 요아니나 관광 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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