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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거기 나무가 있었네
게시물ID : lovestory_919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27 22:31:4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오규원, 하늘과 돌멩이




담쟁이덩굴이 가벼운 공기에 업혀 허공에서

허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가 푸른 하늘에 눌려 납작하게 날고 있다


들찔레가 길 밖에서 하얀 꽃을 버리며

빈자리를 만들고


사방이 몸을 비워놓은 마른 길에

하늘이 내려와 누런 돌멩이 위에 얹힌다


길 한 켠 모래가 바위를 들어올려

자기 몸 위에 놓아두고 있다

 

 

 

 

 

 

2.jpg

 

이건청, 하류(下流)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 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 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머리를 두고 잠이 들었네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일만 마리 매미 소리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네

모든 대답이 거기 있었네

그늘은 백사장이고 시냇물이었으며

삘기풀이고 뜸부기 알이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렸지만

둥치마저 타 버려 재가 돼 버렸지만

금관 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

스쳐 가는 늦기러기 몇 마리 있으리

귀 기울이고 다가서 보네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3.jpg

 

피천득, 꽃씨와 도둑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4.jpg

 

김철, 고향의 감나무




열매를 들고 섰는 늙은 감나무

가지가 휘도록 맺힌 그 사랑


사랑은 익어서 홍시가 되어도

익지 못한 자식의 떫은 자식의 효성


어머님 영상인가 휘여진 감나무

죄로운 내 마음에 그늘이 지네

 

 

 

 

 

 

5.jpg

 

김종철, 청개구리




어머니 유해를 먼 바다에 뿌렸다

당신 생전에 물 맑고 경치 좋은 곳

산화처로 정해 주길 원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비 오고 바람 불어 파도 높은 날

이토록 잠 못 이루는 나는 누구인가

저놈은 청개구리 같다고

평소 못마땅해 하였던 어머니가

어째서 나에게만 임종 보여 주시고

마지막 눈물 거두게 하셨는지 모르지만

당신 유언대로 물명산을 찾았는데

오늘같이 비만 오면 제 어미 무덤 떠내려간다고

자지러지게 우는 청개구리가

이 밤 내 베개 맡에 다 모였으니 이를 어쩌나

한 번만 더, 돼지발톱 어긋나듯

당신 뜻에 어긋났더라면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이처럼 청개구리가 되어 울지 않아도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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