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군번인데 그렇게 도둑이 많았죠;
"보급품 잃어버리면 자대가서 큰일난다. 런닝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큰일 ㄷㄷ"
훈련병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돌았었어요.
여름이라 땀도 많이 나고 비도 오고 해서 자주 빨래하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간신히 빨래 해서 널어놓으면 금새 없어짐;;
어쩔때는 완전 축축하고 냄새나는 지 속옷이랑 바꿔놓기도 함;;
러닝 한 벌이랑 수건 하나 잃어버린 것 말고는 나머지는 얼추 맞길래 자대만 기다리고 있는데
활동복 하계 바지 한벌이 없어짐..
아, ㅅㅂ 큰일났다.. 어떡하지... 으아...
런닝이나 수건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했는데 활동복은 좀 중요해보였습니다..
보급품 잃어버리면 큰일날 것 같은데 ㅠㅠ
이런 심정으로 자대를 갔지요.
금요일에 자대 도착, 맞선임이 짐 정리해주고 빨래까지 해줬습니다.
다음날 맞선임 밑에서 빨래 개는 방법 배우고 있는데
"아, 맞다, xx아. 니 짐 다 있는지 확인해봐라. 깜빡하고 어제 확인 안 시켰네."
그래서 짐을 확인했습니다. 하계 바지 한벌 빼고는 가지고 온 그대로 있었죠.
"다 있나?"
"저, x일병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 보급품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말하지.. 욕먹는건가 ㅠㅠ 욕먹기는 싫은데 ㅠㅠ
이런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서 완전 죽을상..
맞선임은 겨우 받은 맞후임이 뭔가 큰일을 말하려는 것 같아서 약간 긴장..
"뭐야? 빨리 말해 봐라. 뭐 잃어버렷나."
"제가..."
"어"
"그..."
"어, 빨리 좀 말해봐라. 뭐 큰일났나."
"저... 활동복을 잃어버렸습니다 ㅠㅠ"
"뭐?"
"하계 활동복 바지 한 벌을 잃어버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저는 완전 잘못했다는 표정으로 처벌을 기다리고 있었죠.
"야야 걱정 마라."
맞선임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하더니,
총기 다이 아래를 열더군요.
거기에는 선임들이 짬시키고 간 활동복이 가득가득했습니다.
"난 또 엄청 큰일인 줄 알았네. 담부터 이런 일로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저는 신교대에서 보급품 잃어버리면 조-ㅈ된다고 말하던 조교들을 생각하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습니다.
나중에 맞선임이랑 친해져서 이야기했는데,
막내 생활 오래해서 겨우 막내 받았는데, 이놈이 대체 뭔 소리를 하려고 저런 심각한 분위기를 잡나, 싶어서
살짝 긴장했었다고 해요.
아무튼 도난 이야기 있어서 함 썰 풀어봤습니다.
도난당한 물건 있으신 분들 부디 무사히 찾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