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스쳐지나간 후 통장은 목을 놓아 영영하고 울었다.
마음이 시려 덩달아 차가워진 손을 녹이기 위해 찔러 넣은 주머니 속에서 손끝을 반기는건 천원짜리 지폐 먗장.
지폐를 인식한 순간 직장인은 길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미 빵집에 들어가 트레이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가장 부피가 큰 빵을 찾아야 해!'
마카롱과 쿠키를 애써 외면하며 직장인은 가장 구석에 있는 식사용 빵 코너로 눈을 돌렸다.
아아- 쳐다 보기만 했을 뿐인데 이미 목이 턱턱 막혀왔다.
한참을 고민하다 떨리는 손으로 까무잡잡한 아이를 들어올리는 직장인의 마른 식도에 실낱같은 침이 스쳤다.
'월급이 나오면....'
직장인은 힘주어 침을 한번 더 삼켰다.
'월급이 나오면 촉촉한 빵을 사줄께.'
한편으로는 촉촉하고 기름진 빵이 아님에 기운이 빠지기도 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모처럼의 휴일에 굽자마자 사오는 따뜻한 빵이 한없이 감사하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 빵이 아닌가!부스러기 한점에도 후회 한올 없도록 맛있게 먹어야 한다!'
맛의 최종 결정자는 혀가 아닌 마음가짐이리라!
가장 퍽퍽하고 밋밋했던 갈색 빵도 그날은 유독 어느 빵보다도 촉촉하고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