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누가 극혐이니 아니니 하는 걸로 비생산적인 싸움을 하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플레이어들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 정도는 활발히 이루어질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아마 오늘 아침이 간장에 보리밥이었을) 김유현씨 플레이의 아쉬운 점을 짚어 볼게요.
1. 장-오 연합과의 잘못된 만남 김유현은 승부사적 기질이 농후합니다. 실제 게임에서도 개인 역량이 발휘되는 메인매치에서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오현민에 대한 견제 역시 리더보다는 승부사의 차원에서 호승심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게임을 시작하며 김유현은 장동민에게 접촉합니다. 그러나 이 대화 속에서도 김유현은 데스로 오현민을 지목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등, 장동민에게 있어서는 흘려듣기 힘든 발언을 하며 오히려 경계를 키우죠. 이것이 게임 내내 장동민이 김유현을 의심하고, 끝내 데스로 지목하게 된 자충수는 아니었을까요. 김유현은 보다 장동민의 성향을 파악해서, 이번 라운드에서만큼은 난 당신의 아군이다 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거나/ 그럴 자신이 없었다면 원래부터 이어져 왔던 최연승과의 연합을 시도했어야 했습니다.
2. 정치력의 부재 이미 결승까지 가자 하고 꾸준히 손을 잡아온 장-오 에 비해, 김유현은 상대적으로 쳐지는 상황. 그렇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양다리를 걸치고자 노력하는 면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걸치려면 확실하게 걸쳤어야 했는데, 오히려 어설프게 떡밥만 뿌리다가 장동민의 의심만 커집니다. 사실 게임플레이에서는 김유현은 철저히 장동민의 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 보인 모습 때문에 장동민은 완벽하게 김유현을 신뢰하지 않았지요. 게임을 전체적으로 본 시청자의 입장에서야 김유현이 토사구팽 된 것으로 보이겠으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기회가 없어서 배신하지 못했을 뿐으로 비쳐질 여지가 농후합니다. 여기서 김유현이 아쉬운 점은 이것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이전부터 자신의 정치력, 장악력이 약함을 인정하고 개인인터뷰에서도 언급을 했던 김유현, 도우미로 김가연을 데려온 것도 보다 기가 세고 장악력이 있는 사람을 자신의 서폿으로 쓰고자 함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엄마 드립 이후 김가연은 그대로 존재감이 사라지고 맙니다. 김가연 개인의 플레이 역량은 차치하고서라도, 김유현은 보다 김가연이라는 말을 활용했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연승과의 물밑작업을 자신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김가연을 통해 한다든가 하는 방식이었다면, 조금은 다른 경우의 수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3. 그래비티의 저주 다수 연합이 내놓았던 전략의 핵심은 그래비티와 미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만, 이 전략은 사일런스에 의해 원천봉쇄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제 하연주는 사일런스의 중요성을 빠르게 캐치하고 사일런스를 가져오겠다는 발언을 했지요. 김유현은 이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됐습니다. 1,3번째 뽑기만 넘긴다면 4번부터는 아군이 주르륵 있는 상황, 그래비티 대신 사일런스를 뽑는 방안을 의논했어야 했지요. 더불어 그래비티는 팀을 위해 희생하기는 좋으나 개인으로 놓고 보면 자신이 사용할 말 2개 중 하나는 후방에 고정할 수밖에 없는 맹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김유현 자신도 그 점을 깨닫고 후반에서 자신의 상황이 장-오에 비해 열악하다는 걸 장동민에게 어필하죠. 이걸 조금 더 일찍 깨달아 다른 말을 선택한다든가 하는 게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그 외에도 마지막 턴에서 거래를 하지 않은 거라든가, 기타 여러 요인들은 이미 다른 분들에 의해 많이 언급이 되었으므로 생략하지요.
요약하자면, 장-오 의 공고한 조합에 비해 불안정한 팀의 제3멤버로서 존재하면서+팀을 위해 가장 희생해야만 하는 그래비티를 뽑곤+정치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서포터를 병풍으로 두른 채 자기가 뛰어다닌 안타까운 플레이... 이렇게 요약할 수가 있겠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