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개혁 연내 처리 불발이 몰고 올 수 있는 정치권의 후폭풍
2014. 11. 24
1. 살아있지만 지나가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의 긴장 관계
살아있지만 지나가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 그리고 이들의 긴장관계 속 협력과 갈등, 이것이 바로 현직 대통령과 여당 내 차기 유력 대권후보의 관계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는 없지만 낙마시킬 힘은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대립하지 않았다면, YS는 이인제를 어떻게든 주저앉히면서 대선출마를 막았거나, 이인제에게 돈과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막았을 것이고, 김대중은 당선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은 인기가 급락한 노무현을 비난하면서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정동영은 5백만 표 차이로 낙선하였고, 그의 또 한 번의 대선도전 가능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이 점은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은 MB시절, 자신의 대권가도에서 충청권의 득표 이탈을 가져올 수 있는 직접적인 장애인 세종시 수정안을 제외하고 4대강 사업을 포함한 모든 MB의 정책에 절대 협조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책임이 있는 MB정권의 사실상 2인자라고 필자가 비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박근혜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힘을 본 MB는 박근혜와 긴장관계 속에서 적당한 협력과 갈등 관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현직 대통령의 권력과 차기 여권 대선후보의 떠오르는 권력의 관계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서청원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당 대표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친박 당 지도부가 만들어 놓은 청와대와 여당의 수직적 상하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만들고,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라며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김무성은 당 대표 취임이후 장관들을 당으로 불러 호통을 치고, 최경환 부총리와 공기업부채를 놓고 설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10/6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반대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무성은 중국 방문에서 개헌론을 꺼내들었다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것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였습니다. 그 후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하여 당청 회의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며 김무성이 머뭇거리다가, 정부안을 약간 수정하면서 자신의 대표발의로 새누리당 전원의 서명을 받으면서 국회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연내처리를 강조하고 있고, 야당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통한 시간 끌기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동의가 없이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연내 국회통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김무성이 당 대표 취임이후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하였다가, 지금은 한 발짝이 아닌 두 발짝 물러나면서 대통령에게 절대 협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무성의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최근의 굽힘이 그 정도를 너무 지나치는 듯 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김무성의 모습과 태도는 계속 떠오르는 권력이 아니라, 떠오르려다 주춤하는 권력과 같은 느낌을 필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2.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연내 국회통과와 새누리당 김무성 체제의 함수관계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무원 연금개혁 법안의 연내 국회통과를 강조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표를 던진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당에게 연내 국회통과를 강조합니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대통령에게 대항할 수 있는 김무성을 잡기 위한 청와대의 덫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국회통과를 바란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게 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반드시 제공하여야만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야당이 주장하는 개헌이나, 대기업 법인세 인상, 4대강 국정조사 이상의 선물이어야만 할 것입니다. 문제는 김무성이 이런 결정을 내릴 위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연내 국회통과가 실패한다면,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김무성을 공격할 수 있으며, 김무성을 당대표에서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지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은 김무성 당대표를 포함하여,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5명입니다. 그리고 당연직 참여자로 이완구 원내대표와 당대표 임명직으로 이정현 의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완구가 공무원 연금개혁의 연내 국회통과 실패를 책임지고 원내대표를 사퇴하고, 친박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이 덩달아 모두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김무성, 이인제, 김태호 3인만이 남게 되어 자동적으로 김무성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김무성이 ‘통 큰 정치’를 보여준다면서 친박 이정현을 최고위원에 임명하고, 또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 이완구를 지원하며 나아가 대권 경쟁자인 김문수를 보수혁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오히려 김무성을 겨냥한 화살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결국 김무성은 자신의 말대로, 그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보다 킹메이커 역할을 통한 정권재창출에 뜻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필자가 해봅니다. 그가 만일 대권에 뜻이 있었다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이런 인선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측입니다.
3. 공무원연금개혁 연내 국회통과 처리 불발이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후폭풍
공무원 연금개혁 연내 처리 불발을 이유로 새누리당 김무성 체제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정치적 후폭풍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여당내 권력투쟁은 극에 달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다시 당권장악을 위하여 결전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차기 당권의 향배가 결국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무원 연금개혁 연내 처리 불발은 당정의 인사개편을 가져올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이완구가 원내 대표를 사퇴하지 않을 경우 이주영 총리론, 이완구가 사퇴한다면 이주영 원내대표, 이완구 총리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가 안대희, 문창극의 낙마로 다시 총리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정홍원 총리의 교체는 불가피 합니다.
친박 황우여과 최경환을 정부의 투톱으로 세우면서 친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 또 다시 인사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외부 인사를 총리에 임명하기보다 차라리 친박계 원내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만일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로 기용될 경우, 이주영과 유승민이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가능성이 높으며, 한편으로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서청원, 김문수, 이한구가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공무원연금개혁이 연내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여당 지도부가 흔들릴 경우, 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개헌을 추진할 세력이 사라질 수 있으며, 이것은 나아가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 개선 등 선거제도의 개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마치면서 (뻔뻔한 여당과 기회주의적 야당)
공무원연금개혁이 연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치권에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으며, 이는 지금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제3정당의 출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3당 출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제3정당의 당선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의 확대이기 때문이며, 선거구제 개편과 선거제도의 개혁이 없이 제3정당은 출현한다고 하여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개혁 연내 국회통과 불발로 내년 초까지 여당내부의 권력투쟁이 심화될 경우 선거구제 개편이나 선거제도의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없으며, 2016년 총선이 현행 제도로 치른다면, 지금과 같은 여야의 극단적 대립구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나아가 지금 정치권과 국회의 기득권은 더욱 고착화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정치권과 국회를 불신하는 국민 여론이 89%에 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그리스나 남미처럼 몰락하느냐의 절대 절명의 순간에서 현 국회는 너무 무능하며 무책임합니다.
안철수에게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를 개혁하여 국가와 국민을 선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등장은 요원한 꿈일까요?
뻔뻔한 여당 새누리당과 위선이 가득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오직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집착하면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편 가르기에 바쁜 무능력한 박근혜 대통령,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 불안합니다. 그래도 지금 정치권에서 아직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약수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