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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찰나의 나쁜 선택들이..
게시물ID : pony_919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6
조회수 : 6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25 21:11:02
삽화.png

찰나의 나쁜 선택들이 평생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53895/bad-decisions-make-better-stories)



작가 코멘트 : 선셋 쉬머가 추방되기 전, 셀레스티아 공주와 마지막으로 나눈 필담은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달리 절대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정신 나간 소동과 이를 해명하려는 어설픈 시도만이 있었을 뿐이죠.


어쨌든 다 선셋 잘못이라는 것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부주의한 성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가 나오므로, Teen등급으로 게시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번역하는 병맛발랄한 개그 팬픽입니다.


선셋X트와일라잇을 약간 포함하고 있사오니, 동성애 페어링에 면역이 없으신 분들은 유념해주십셔.


==========================================================================================================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분명 중대차한 외교 문제로 머리가 아프실 텐데 아침부터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마도 몇 시간 후에 스승님은 어제 캔틀롯 성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소식을 왕실 전령을 통해 받아보시게 될 텐데, 스승님의 집사, '애플쏜'의 편협하고 자기변호에 치중된 사설을 읽는 것보단 제 객관적인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걸 먼저 보시는 게 바람직하다 여겼으므로 이렇게 먼저 서신을 보냅니다. 그, 아시잖아요. 그 포니가 얼마나 날 눈엣가시로 여기는지. 그 포니가 뭐라고 하던 이번 일은 절대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아 진짜,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스승님이 출국하시기 전, 제게 왕궁 정원을 하루 동안 마음대로 쓰게 해 줄 테니 동기들을 모아 친목회라도 열어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잖아요. 그게.. 좀.. 일이 웃기게 되어 버렸는데.. 제가 주방에 음식을 주문할 떄 저답지 않게 소수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요리사들이 제 동기들이 먹을 양의 10배나 되는 양의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더군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달게 지겠습니다. 이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 제 실수니까요. 아래 내용을 읽으시기 전, 제가 진지하게 책임을 지려는 이 성숙한 태도를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아까운 음식을 버릴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요리사들이 음료수가지고 거대한 분수까지 제작해 놨더라고요.(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실력이었죠.) 그래서 저는 동기들에게 음식 썩히긴 아까우니 학교에서 아는 포니들 있으면 아무나 초대해서 데리고 오라고 했죠.


..생각해보니 1마당 초대 마원을 제한하두지 않은 게 제 두 번째 실수 같군요..


결국 제가 정원에서 성대한 파티를 연다는 소문이 전교에 파다하게 퍼지게 되서, 유니콘 학교 전원이 원래는 소규모로 기획된 이 친목회에 참석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100필이 넘는 십대 유니콘이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꽤 괜찮게 일이 흘러갔습니다. 경비병들은 궁궐 내 금지구역에 다른 포니들이 못 들어가게 막는 둥 제 역할을 다했고, 애플쏜은 나한테 유감이 많은 눈치였지만, 저와 함께 파티장 내 질서정연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다들 별 탈 없이 내가 연 파티를 즐기고 있으니 '내가 이런 포니다.' 라고 자랑하며 관심을 끌고 싶더라고요. 마침 다른 포니들이 제가 기말고사를 통과할 때 쓴 주문을 보고 싶어 하기에 모인 포니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베지바인의 급속 성장.' 주문을 정원 아무 식물에다가 시전했죠.


전에도 별일 없이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줄 알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왕궁 전체가 무슨 거대한 남우시아산 약초 비슷한 걸로 뒤덮여 있더군요.


아. 네. 네. 세 번째 실수라고 해 두죠. 깜짝 놀라 덩굴 전체를 불태워버렸는데.. 어.. 이게 제 네 번째 실수였네요..


물론 왕궁 전체를 깡그리 불태웠다는 건 아닙니다. 저 잘 아시잖아요. '이그니우스의 내부 소각 주문'을 써서 건물에 부분부분 그을음은 남을지언정 홀랑 태워먹는 일은 없었고, 심각하게 다친 포니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정도만 제 잘못이지, 나중에 일어난 일은 맹세코 제 잘못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반성중인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삽화2.png


다른 포니들이 제가 기말고사를 통과할 때 쓴 주문을 보고 싶어 하기에 모인 포니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베지바인의 급속 성장.' 주문을 정원 아무 식물에다가 시전했죠.


전에도 별일 없이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줄 알았지만.. 



선셋 쉬머는 보거라.


부디 무슨 일을 행하기 전, 심사숙고하는 버릇부터 기르기를 바란다. 네가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그르친 적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지 않니?


네 행동에 약간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다만.. 그래. 완벽한 포니는 없는 법이지. 심각하게 다친 포니가 없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비록 불에 그슬린 왕궁을 보수하려면 예산이 만만치 않게 소모되겠지만, 그나마 중대한 역사적 가치가 담긴 유물들을 궁궐 내 개방된 공간에 함부로 놔두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구나. 그동안 무수한 침략자들, 반란군들, '부주의한 제자.'가 파괴 행위를 벌이는 걸 여러 번 겪어봤기에 부득불 이런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었지.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선셋 쉬머는 보거라.



네 서신에서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구간이 있어, 재차 펜을 든다. '나중에 일어난 일.' 이라니?


게다가 궁정 정원에 있는 남우시아산 약초라.. 설마 2년 전 마와리 대사가 선물로 가져온 대마 묘목에 주문을 건건 아니겠지?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제발... 이거 보고 화내지 말아주세요.


전 그 식물이 뭔지도 몰랐어요! 외래식물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잖아요! 첨엔 연기 냄새가 지독한 거 빼곤 다 괜찮은 것 같았어요. 경비병 하나가 내가 다가오더니 성난 목소리로 뭐라 뭐라 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뭔 말을 하는지 어질어질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정원에 모인 학생들이랑 경비병들이랑 왕궁 마원을 포함한 모든 포니들이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요.


잔디밭에 주저앉아 헤벌레 하고 웃는 포니들이 대부분이었고. 낄낄 웃으며 헛소리를 하는 포니들도 많았어요. 저도 약간 넋을 놓고 정신을 차려보겠다고 미도우브룩의 미해결 방정식을 혼잣말로 계산했었는데, 해답이 딱 나와서 저도 엄청 놀랐었어요. 곧바로 까먹긴 했지만.. 


더 기이한 게 뭔 줄 아세요? 애플쏜은 그 와중에서도 제정신이었다는 거죠.


매우 송구한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선셋 쉬머는 보거라.


일단, 내가 화를 눌러 참는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대마를 불태운 연기를 포니가 흡입할 때 증상이 어떤지는 이미 서면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어 너도 잘 알 것으로 믿는다. 너의 부주의함으로 말미암아, 국가 행정의 중심부가 되는 곳이 하루(혹은 그 이상. 네가 묘사한 글로 미루어보았을때) 마비됐을 게 분명하니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길 바란다. 


대마의 약효가 일시적이며, 단기간 사용으로는 영구적인 뇌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행으로 알거라.


그나저나 애플쏜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쩐지 그 포니는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30년 동안 공직의 경직된 문화에 익숙해져있는 포니다 보니, 쾌락을 느끼는 회로가 아예 망가졌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만.


심히 심기가 불편한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단기간 사용으로 영구적 뇌손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죠? 알코올이랑 동시에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은 없나요?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선셋 쉬머는 보거라


분명 네 나이에 주류를 입에 대는 건 내 법으로 금했던 걸로 안다만? 술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게냐?


격노한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전 분명 혹시나 해서 물어본-



선셋. 얼버무리지 말고 대답하거라.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게냐, 아니면 실제로 그때 술을 마셨던 게냐?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저... 사실.. 실제로 술을 마시긴 했어요. 근데 진짜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그때 제게 화를 냈던 경비병이 멀쩡히 있는 음료수 분수는 놔두고 갑자기 목이 마르다기에 - 지.. 진짜 그땐 그 포니가 완전히 정신줄 놓은 줄로만 알았는데요, 그 다음에 하는 말이 글쎄, 이런 자리엔 와인을 마시고 진탕 놀아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어서 그 경비가 얼마나 가져올까라고 물어보던데... 아.. 왜 내가 진짜 그때 "싸그리!" 라고 말을 했는지..


..전부 약기운 때문에 저지른 일입니다. 절대 제정신으로 벌인 일이 아니었어요.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지..지금 짖궃은 농담을 하고 있나보구나? 그렇지? 왕궁엔 내가 이백년 동안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수집한 빈티지 와인들이 수천통 넘게 있거늘 그걸 다 꺼내왔다고? 말이 돼는 이야기를 하거라.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어.. 그냥 장난이라고 둘러대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차피 금방 들킬 것 같고 스승님께서 '실수를 저질렀으면 반성하고 앞으로 반복하지 마라'고 가르치셨으니, 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이미 왕궁 내에 연기가 자욱해서 대부분 제정신들이 아니었던 데다가 음식까지 잘 보이는 곳에 쌓아두었으니, 나중 가니 경비병들이랑 왕궁 내 계원들, 시종들까지 어느 순간 파티에 끼어있었거든요. 그 수많은 유니콘들이 단체로 와인을 나르는 모습을 보니 진짜 장관이더라고요. 하하...


아. 와인 저장고를 터는 포니들 앞을 막아서는 애플쏜을 포박하고 재갈까지 물려놓은 포니는 제가 절대 아님을 밝혀둡니다.


나중에 그 꼬락서니를 보고 무지 비웃어주긴 했지만요. 물론 지금은 진심으로 반성중입니다.


스승님의 빈티지 와인 컬렉션은... 원상 복구 하시려면 또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절 추방하지 말아주세요.


선셋 쉬머 올림



아아. 역시 농담이었구나. 설령 그 수천통이 넘는 와인을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한들, 그걸 거기 있는 포니들이 다 마실 수는 없을 테지. 


축하한다. 이 스승을 몇 분이나마 훌륭하게 속였구나. 옛 생각이 나는군. 장난치기 좋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와 맞선 적이 있었지. 


물론 그자가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 너도 익히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추신 : 애플쏜 부분은 솔직히 좀 웃겼단다.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돌아와서 보시면 왕궁 정원에 여전히 와인으로 채워진 호수가 남아있을거에요. 그 옆에 버터로 동산을 쌓자는 포니들은 어찌어찌 말리기는 했는데..


와인 호수 안에서 수영하는 포니들은 결국 못 막았네요..


선셋 쉬머 올림



그러니까... 성 안의 모든 포니들과 수백 필이 넘는 학생들이 술에 취하고 또 약에 취했다 이 말이냐?


선셋. 정녕 처음 네 말대로 이게 네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그래.. 네 소규모 동기 친목회가 또 무슨 행사를 가장한 사고를 벌였는지 솔직히 고하거라.



으.. 제가 큰 사고를 친 건 잘 아는데요, 그래도 나쁜 일만 생긴 건 아니라니까요?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인 학생들이 파티에 와서 정신줄을 완전 놓다 보니까.. 때마침 봄이고 또 발정기도 다가오고..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못 참고 거사를 시작했는데, 와 좋다! 하고 주변에서 우르르 몰려들고.. 그러다보니-

선셋... 설마 궁궐 정원에서 난교가 벌어졌다는 거니? 지금?

..아마도 캔틀롯 일간지 1면에 이런 내용이 실릴 것 같은데요, 천 필이 넘는 궁내 포니들과 유니콘 학교 학생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난교.'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정말 무책임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이런-





....



선셋. 캐이댄스가 막 내게 서신을 보냈구나. 12시간 이내에 임신 여부를 판별할 방법을 물었는데, 왜 이런 내용의 서신을 보냈는지, 네가 직접. 세밀히. 설명해주려무나.


어...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니, 솔직히 제 잘못인가요? 약기운 못 이기고 술에 고주망태가 된 지 잘못이지.


..걔 다녔던 학교 성교육 수준이 형편없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너랑 캐이댄스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건 내 잘 아는 사실이나, 그래도 그런 저질스러운 농담은 삼가도록. 내 인내심에도 한계란 게 있는 법이다.


아뇨.. 진짜 농담하자는 게 아니라,


걔가 임신을 했을 리가 없을 텐데요?


걘 분명 나랑-


이런 망측한 일이! 제발.. 거짓이라고 말해주렴. 정녕 내 조카의 순결을 앗아간 게냐?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랬을지도?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아마 그랬을지도라니?!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같이 잔거 맞아요. 근데 나도 술기운이랑 약기운에 쩔어있었고, 걔가 자기가 더 연상이니까 이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하면서 꼬리를 쳤단 말이에요.


그러니 아주 제 잘못만은 아닌 거죠? 맞죠?



그 모든 원인을 제공한 건 결국 너 아니냐!



알았어요! 인정! 인정! 죄송해요 스승님! 어쩌면 별로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솔직히 캐이댄스도 쌓인 건 좀 풀어야죠. 맨날 O&O판이나 들여보는 웬 숫기 없는 덕후놈이랑 진도도 못 빼는 데이트만 하느라 답답했을 텐데!


아.. 망했네... 저 추방당하는 건가요?


선셋.


천년동안 배워온 마음의 평정을 찾는 법을 모두 동원해서 겨우 진정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화난 상태이니 행여나 내 말을 지래짐작하지는 말도록.


당장 애플쏜을 찾아 그가 시키는 일은 모두 군말 없이 하도록당장! 네가 벌인 난장판을 수습하고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말이다.


이외의 추가 지시사항은 야크야키스탄 왕과의 회담을 끝난 후에 내리겠다. 네가 보낸 서신을 읽다가 그만 왕의 천막에서 내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 바람에, 앞으로 200여달 정도 야크야키스탄과의 관계가 싸늘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디스코드가 봉인에서 풀려난 급의 대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라면, 절대로 내가 허가하기 전까지 나한테 서신을 보내지 말도록!


셀레스티아 공주 씀



저..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는데, 디스코드 석상에도 금이 크게 가 있던데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침 동안 허겁지겁 검사를 해봤는데,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친절하기로 소문난 포니가 그 석상 앞에서 멘탈붕괴를 일으키는 정도의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멀쩡할 테니까요. 그래도 만약의 경우란 게 있고, 또 갤로핑 갈라도 목전이니, 스승님이 직접 보수를 하시는 게..



....




스승님.


스승님?





보라색 마력에 휩싸인 일지는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선셋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습니다.


이 일지 안에 담긴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던 암말.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안정이 필요한 듯 가슴에 앞발굽을 올리고 심호흡만 연신 해댔죠. 효과는 없었지만요.


"그래서.. 너랑 내 새언니랑 하룻밤 잔 적이 있다고...? 그게 니 암말친구에게 해줄 말이니, 이 나쁜 년아?!"


***


선셋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부..분명 스승님이 내가 왜 인간세상으로 떠났는지 말씀해주신줄 알았는데.."


"그런 말 없었어! 거울에 대해서 함부로 조사를 하다가 들켜서 도망갔다는 말씀만 하셨지!"


"아니.. 그것도 일정 부분 맞긴 한데.. 애초에 금지된 거울에 관해서 조사를 한 것도 도망갈 곳을 찾느라 그런 거였고.."


"아 됐어! 왜 내가 너에게 듣는 대신 부득부득 일지를 보자고 우겨댔는지 원.. 캐이댄스 언니랑 잤다고? 기가 막혀서 정말.. 아니, 알리콘의 처녀성을 몇 년 단위로 앗아가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야? 뭐야?"


"어쩌면 살짝 그럴-"


트와일라잇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으므로, 선셋은 실없는 소리는 삼가기로 했습니다.


"약간 변명을 하자면, 설마 너랑 캐이댄스랑 가족관계가 될 줄은 몰랐지. 나도 인간 트와일라잇이 '이번에 새로 조카를 얻었는데, 새언니 이름이 캐이댄스.'라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알았다니까? 근데 이걸 또 제정신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하냐고. 그냥 평범하게. '안녕 자기. 잘 지냈어? 나 사실 네 새언니랑 할짓 안할짓 다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


"지금 농담할 기분이 들어? 저질!"


"저런, 트와일라잇. 너무 선셋을 몰아붙이지는 마렴." 


이 말은 다름 아닌 난교 사태의 최대 피해자(?)중 하나. 캐이댄스 공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죠.


캐이댄스의 너무나 태연한 태도에 놀란 트와일라잇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캐이댄스를 보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언니는 그런 일을 겪어놓고도 선셋을 감싸줄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왜 저한테 말 안 해 주셨어요?!"


여우같은 웃음이 캐이댄스의 얼굴에 어렸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하나는, 너랑 선셋이랑 데이트를 하는지 최근까지만 해도 몰랐다는 거고, 둘째는, 내가 예전에 누구랑 잔 사실을 구구절절 너에게 알릴 필요는 없어서였지. 그래서 선셋이 네 왕관을 훔쳐 도망갈 때도 잠자코 있었던 거고."


선셋의 두 볼은 새빨개졌고, 그 모습을 본 캐이댄스는 더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네가 네 입으로 나랑 네 오빠의 성생활이 어떤지 절대 알고 싶지 않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말 한 적이 있잖니. 그래서 네 말대로 한 것뿐이란다."


"거기서 샤이닝 오빠이야기가 왜- 잠깐....!"


트와일라잇의 안색이 창백해졌습니다.


"세상에! 그럼 그때 언니랑 선셋이랑... 샤이닝 오빠랑?! 쓰리썸?!?!?!?"


선셋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캐이댄스는 짖궃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 문제. 위 대화문에서 선셋에게 소리를 질렀던 경비병이 과연 누구였을까~요? 답은 말 안 해줘도 알겠지? 어쨌든 다음 날 아침, 선셋은 사라졌고 나랑 샤이닝만 선셋 방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로 누워있었지. 깨어나서 허둥거리는 날 샤이닝이 진정시켜줬고, 그런 후에는 서로 아침을 먹고 나서 잠잠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냈어. 이렇게 우린 더 본격적인 사이로 발전했단다."


"저... 전엔 분명 언니랑 샤이닝 오빠랑 학교 가을 무도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었다고 하셨으면서!"


"트와일라잇. 그럼 그거 말고 내가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해주겠니? 네가 네 입으로 나랑 네 오빠의 성생활이 어떤지 절대 알고 싶지 않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말 한 적이 있잖니?"


앞에서 한 대답을 복붙하며 캐이댄스는 한 쪽 눈가를 찡그렸습니다.


"근데 선셋... 왜 그때 내가 임신을 했을 리가 없다고 한 거야? 샤이닝 아머도 거기 있었는데.. 나 그때 정말 걱정이 되서 죽을 것 같았단 말야."


"그게...."


선셋은 과연 트와일라잇 앞에서 이 말을 해도 되나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이댄스와 트와일라잇 둘 다, 각자 분위기는 달랐지만 대답을 강렬히 원하고 있었으므로, 선셋은 빠르게 털어놓고 편해지자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때 너무 취해서 정신없었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그리고 트와일라잇이 과연 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지만.. 샤이닝 취향을 보니 솔직히 네가 그 자리에서 임신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던데.. 알잖아.. 그... 암말에게 박히는 걸 좋아하는 수말도 꽤 있다는 거?"


"아하! 과연.. 샤이닝이 진성 그런 취향이긴 해. 첫째 임신할 때도 이래선 임신 안 된다고 샤이닝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


"안되겠다! 빨리 이곳을 나가야겠어!" 


트와일라잇은 대뜸 자기 양 앞발굽을 귀에 처박고 방문으로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아아아아아! 난 못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음속으로 방 안을 탈주하는 트와일라잇을 보며 선셋이 한탄하듯 말했습니다. "망했다.."


캐이댄스는 선셋의 어께에 앞발굽을 올렸습니다.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말이죠.


"에이.., 금방 풀릴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트와일라잇은 지금 너무 부끄러워서 방금 들은 걸 모두 잊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너한테 화를 낼 기운도 다 소진하고 말 테니까."


"자..잠깐.. 그럼 일부로 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방금?"


"당연하지! 트와일라잇이 망아지일 때부터 알고 지내왔으니까. 네가 파티를 연 바로 그 날 이후로 맨날 샤이닝이랑 붙어 다니면서 샤이닝이 어디가 민감한지, 어딜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다 알아내긴 했지만, 간혹 심심하면 이런 식으로 트와일라잇을 골려주고는 해."


"알았으니까 그만!"


선셋은 앞발굽을 흔들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끔찍한 생각을 날려버렸습니다.


"도-도와줘서 고마워. 그 날 밤에 나 때문에 그런 일도 당했는데.. 미안해. 진짜 미안해. 정말 그땐 내가 왜 그랬는지.."


하지만 캐이댄스 공주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지요.


선셋은 벙찐 표정으로 캐이댄스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


"아하하하! 아아.. 선셋.. 샤이닝과 내가 지루한 내숭을 전부 벗어던지고 열정적으로 성생활을 시작하게 된 건 전부 네 덕분이야.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그래도 문제를 일으킨 게 더 많은데.."


"선셋. 넌 그때 핑키 파이와 치즈 샌드위치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파티를 연 거야. 다들 기분 좋게 술에 취하고, 약에 뿅 가고, 모두 공평하게 사랑까지 나누었지! 왕궁에 불을 낸 것도 모자라, 이퀘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공개 집단 난교 기록도 갈아치웠잖아!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포니도 고작 12필 정도고. 좀 심한 게 있다면 이퀘스트리아 중앙정부가 약 2일 동안 마비된 거랑, 외교적 마찰이 생긴 거랑, 디스코드가 거의 탈출할 뻔 했다는 거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래도 야크야키스탄이랑-"


"풋! 야크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정말이지, 포니들이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이야기할 정도로 전설적인 파티였다니까? 선셋 우리 또 한 번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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