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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 대한소설 1탄
게시물ID : humordata_919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
추천 : 5
조회수 : 79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4/02/16 20:49:00
길어도 꼭 읽어 주세요. 보시다가 오타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 1999년 12월 22일 03시 30분. 독도경비대장 오현식 경사는 잠결에 들리는 어렴풋한 소리에 눈을떴다. 『삐.......삐.....』 그는 손을 뻗어 머리맡의 인터폰을 들었다. 『대장님, 레이더실 최 순경입니다. 2시 30분 방향에서 한 시간 전부터 다가오는 선단이 있는데 어선단 같지는 않습니다. 직선으로 계속 항진해오고 있는데 평균 시속 28노트의 대단히 빠른 속도입니다. 교신을 시도해봐도 응답이 없습니다.』 『알았어. 금방 내려가지.』 모두 다섯 척의 선단은 놀랍게 빠른 속도로 독도를 향해 오고 있었는데 정연한 삼각형 구도에 좌우로 한 대씩이 호위하는 형태였다. 직감적으로 전투함이라고 느낀 오 경사는 경비전화를 들었다. 독도경비대는 경찰 소속이었지만 전화는 해군 및 공군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독도를 사이에 놓고 일본과의 긴장이 점점 고조됨에 따라 해군에서는 매일 독도를 순찰하고 있었으며 어제 저녁해군의 91함은 순찰을 마치고 진해로 귀항하는 중이었다. 『교환, 경찰청과 해군본부를 동시에 연결해주시오. 긴급이오.』 『경찰청 나왔습니다. 해군본부도 연결되었습니다.』 『여기는 독도경비대. 독도경비대. 일본측에서 발진한 것으로 보이는 다섯 척의 함대가 독도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접근해오고 있음.』 『다시 보고 바람.』 『다시 보고함. 일본에서 발진한 함대가 독도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음. 모두 다섯 척임.』 『알았음. 대기 바람.』 전화기를 놓으며 오 경사는 전 대원을 기상시키고 비상대기할 것을 명했다. 지난 일 년 반의 근무기간을 통틀어 오널 새벽같은 이상한 기분이 드는 날은 처음이었다. 『으음. 이놈들이 기어코.』 그는 독도에 와서 처음으로 조국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 금년 삼십칠 세의 경찰관이엇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조국이라는 의식이 그의 뇌리에 깃들기 시작한 것은 서울에 있는 <독도 사랑회>라는 모임과 서신을 교환면서 부터였다. 처음에 이 다소 낯선 모임의 한회원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그는 피식 웃지 않을수 없었다. 『세상에 별 할 일 없는 놈들도 다 있군. 그래 이 망망대해 위의 쓸모없는 섬이 그리도 와보고 싶다고. 또 뭐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고. 와서 고생좀 실컷 해보라지. 그때도 똑같은 소리가 나오나.』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한때 기분이라고 생각했던 편지가 계속 이어지고 그들의 독도에 대한 정열이 결국은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오 경사는 자신이 지키고 있는 독도의 의미를 새삼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 지루하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독도 근무에 염증을 느끼던 그에게 이제 독도는 고생스럽기만한 쓸모없는 돌섬이 아니라 조국의 변방을 지키는 첨병이기도 하고 머언 미래로 뻗어나가는 상징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자기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도 생각되어 그는 하루 하루 독도에 대한 애정을 더해갔다. 그러한 그에게 요즘은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실로 피부에 와닿았다. 그가 누구보다도 불안해하고 조바심을 내는 것은 관계악화의 핵심적 요인이 바로 독도수비대의 철수를 포함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일본은 독도수비대를 즉각 철수하지 않을 경우 모두 체포하여 일본에서 재판을 붙이거나 저항할 경우 모두 사살하겠다고 통보해왔던 것이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도적놈들. 세계 1,2위를 다툰다는 너희가 고작 이 정도란 말이냐?』 이때 비상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충성! 독도수비대입니다.』 『여긴 국방부 종합상황실. 지금 현재 일본 함대의 위치를 보고하라.』 『북위 36도 50분 동경 133도 90분임.』 『항진 속도는?』『시속 28노트.』 『기타 사항은?』『전원 비상대기 중에 있음』 『알았음. 전투태세로 대기바람.』수화기를 내려 놓은 오 경사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최근 들어 일본의 해상 자위대의 순시선이나 언론기관의 비행기 또는 극우단 체의 소형선박이 무척 자주 출몰하여 수비대의 국경침범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동도와 서도를 수십 차례씩 돌며 신결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널 새벽과 같은 대규모의 선단을 구성하여 독도를 향해 항진해온 적은 없었던 것이다. 오 경사는 약 보름 전 수십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침범하여 체포하려 했을 때 일본검으로 자결한 다섯 명의 일본 젊은이가 생각났다. 이들은 모두 일본청년사라는 극우단체의 회원이었은데 일장기를 몸에 두르고 자결하는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같이 온 사람들이 이것을 모두 촬영하여 일본의 각 언론사에 보내자 일본 전역은 독도 회복의 광풍에 휩싸였다. 하루에도 수만 명 많을 때는 수십만 명이 모여 성토를 한다 궐기를 한다 하여 일본열도는 끊임없이 들끓었고 극우파 청년들로 이끌어지는 이들 시위대의 구호는 과격하기 짝이 없었다. 이러한 일본 국민의 흥분은 또 다른 일단의 극우파청년들이 동경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독도반환을 외치며 자결극을 벌이자 기름에 불붙은 격으로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을 자극 하지 않기 위해 사건 초기 독도에 상주 시켰던 해군 함정을 철수시키고 국내여론의 비등을 염려하여 보도를 통제하고 있었다. 오 경사는 자결하기 전에 내뱉던 한 일본 극우파 청년의 독기어린 욕지거리가 생각났다. <무식한 조선놈들. 조금만 있으면 깡그리 죽여버릴 테다. 감히 대일본의 영토를 더럽히다니.> 그때에는 무심코 넘겨 버렸던 그 말이 지금은 새삼스럽게 뇌리에 아로새겨졌다. 이제껏 유례가 없었던 함대의 새벽 항진은 오 경사에게 몹시 불길한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대장님. 도대체 일본은 왜 자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 대는 겁니까?』 레이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상태로 윤 상경이 물었다. 『독도가 일본의 것으로 될 경우 그들은 엄청난 면적의 바라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즉 지금 공해로 되어있는 독도 근해에서 일본까지의 넓은 바다를 모두 집어 삼키려고 하는 것이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는 바다에 관한 무슨 협정 같은 것이 없습니까?』 『전관수역 및 영해에 대한 쌍무협정을 일본측은 거부하고 있어. 그들은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는 영해문제에 관한 한 독도가 근본적 장애가 되어 있는 셈이지. 영토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바다에 대한 감각이 발달되어 있는 그들은 일본의 최남단에 겨우 수면위로 70 센티미터 내밀고 있는 바위섬 주위에 1,500억원 을 들여 콘크리트 벽을 쌓고 자기네 영토로 보존하고 있어. 이것은 4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경제수역을 확보하기 위한 술책이지. 그런 그들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지. 특히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잇는 이백 해리 영해화를 앞두고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첨예한 대립을 하고있어.』『아무리 그렇다 하더라고 버젓한 우리 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댈 수가 있습니까? 우리 정부는 이런 날강도 같은 주장을 그냥 보고만 있습니까? 국제연합에라도 얘기하여 일본의 부당한 억지를 규탄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윤 상경의 얘기를 들으며 오 경사는 답답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이미 1953년부터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의 영유권에 대한 심사를 오히려 일본측이 청구해 놀고 있는데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응소하지 않고 있어 제반 사정 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마치 우리가 억지를 쓰고 있는 듯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의 쟁송을 꺼리고 있는 점을 일본은 십분 악용하여 전 세계를 상대로 악의에 찬 홍보를 수십 년이나 계속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국제여론에 관한 한 한국은 불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우리의 영토에 대해 국제연합이든 누구든 제 2자에게 가려 달라고 하는 것부터 일본의 억지를 격상시켜 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우리정부로서도 그것을 피하고 있지.』 『그러나 대장님. 그것은 뭔가 억지논리가 아닙니까? 우리의 땅이 확실하다면 그것을 우리가 증명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게 우리의 땅임을 인정받으면 독도를 둘러싼 현실적 긴장을 없앨 수 있지 않습니까?』『자네의 말도 맞아. 하지만 영토분쟁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사실적 관계보다 역학적 관계에 의하여 결과가 좌우될 때가 많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 게다가 사십여 년간 꾸준히 독도에 대한 역사적 법률적 연구를 해온 일본의 자료준비가 우리보다 못할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없는 게 우리로 하여금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돼. 일본은 독도 문제 연구소만 해도 백여 개에 이르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연구소란 하나도 없지. 외국어대학교에 학생들끼리 만든 독도연구회가 다야. 그들이 서로 자죠를 교환하고 세미나도 자주 열어 수십 년 동안이나 독도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데 비해 우리의 대응이란 한심하기 짝이 없었어. 거의가 감정이나 신념에 의해 독도를 부르짖다가는 곧 잊어버리고 때로는 제법 학술적 연구로 끝나버리기 일쑤라 완전한 이론 정립을 제대로 한 것이 없어. 무엇보다도 그저 일본과의 마찰을 두려워해 독도 얘기라면 쉬쉬하고 덮어두려는 정계 및 재계의 지도자들의 책임이 커. 이제까지 덮어두는 것만이 상책으로 되어 있었으니 일본이 저토록 기승을 부려도 못 들은 척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지.』『그렇다면 일본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입니까?』『국제법상의 선점이론이지. 그들은 주인없는 섬인 독도를 1905년 먼저 점유했다는 거야. 이 선점음 국제관례나 국제법상 대단히 효력있는 행위이지만 그들의 주장은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모순이 있어. 하나는 주인없는 섬이란 주장인데 독도는 옛날부터 울릉도에 부속되어 있는 섬이야. 신라시대에 이사부가 우산국, 즉 지금의 울릉도를 정벌한 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독도가 우리나라의 도서라는 데 대해서는 일본도 이의가 없어.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섬을 포기했다는 거지. 즉 세종대왕 때 우리나라가 울릉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척박한 생활환경과 해적들에 의하여 시달림을 받는 것을 구하기 위해 울릉도에 사는 사람들을 소개시킨 것을 섬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했다고 하는 거지. 그러던 것을 1905년 자기네가 점유하여 자기네 지적에 편입 시켰으므로 국제법상의 선점에 해당한다고 하는 거야. 1905년 당시는 우리나라의 모든 외교 경찰권이 일본의 수중에 넘어가 있을 때여서 그들의 점유에 우리가 아무런 항의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그들은 비슷한 시대에 각기 이루어지긴 했지만 독도의 선점은 우리나라의 식민화와 무관하다는 것이지. 이러한 주장들은 우리나라에서 보기에는 허황된 것이지만 국제적 시각으로는 상당히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러한 그들의 주장과 병행하여 그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자료의 양과 전문가의 수효에서 우리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지. 지구상의 많은 지도들이 독도를 일본측 지명인 다케시마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이름있는 잡지가 일본의 편에 서서 독도문제를 보도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영향력을 받아서야. 역사적 배경 등은 우리에게 유리하지만 현실적 힘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 여론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오직 우리 자신의 힘에 의해서만 독도는 지켜질 수 있는데 지금에 와서 일본이 저토록 상대하니 큰 문제가 되고 있지.』『그런데 일본은 왜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저렇듯 난리를 부리는 겁니까?』『그들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때를 기다려왔다고 볼 수 있어. 그들은 우리 정부가 독도를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지. 한일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어떠한 정권도 독도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독도를 강점할 수 있는 외교적 군사적 상황이 무르익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오기만 했어. 다만 국제사법재판소에 연례적으로 제소만 하고 양국 정부간에도 독도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상태로 지내왔던 거지. 여기서 미소 대결시대에 같은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의 분쟁을 워치 않는 미국의 영향력도 대단히 작용했어. 지난 1978년 독도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대치하던 한ㄴ국 해군과 일본 자위대의 충돌위기를 해소한 것도 양국에 주재하던 미국대사였어.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미국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고 그들은 기다리던 때가 왔가도 생각하는거야.』『대장님 국방부 상황실입니다.』『예, 수비 대장입니다.』『작전명령을 하달한다. 전원 전투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철저히 하되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절대 사격을 하지말라. 적 함대의 위치를 매 5분마다 보고하고 함대화의 교신을 계속 시도하라.』『알았음』『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글세, 결코 심상치는 않아. 이제 적 함대가 도착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한 시간 이십 분 가량입니다.』『함대에 계속 교신을 해봐. 주파수를 바꿔가면서.』『계속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음 나쁜 놈들 결국은 이런 상황이 오고야 마는군.』 한편 비상연락을 받고 새벽잠을 개어 국방부 회의실에 모인 각군 참모총장 및 장성들의 표정은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가장 염려해오던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종래는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야 마는가 하는 탄식과 더불어 현실적으로 일본의 도발에 대하여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 별로 확실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방장관이 회의를 주재했다. 『지금 다섯 척으로 구성된 일본의 함대가 가다오카의 기지를 떠나 독도를 향하여 항진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보아 결코 예사로운 일 같지 않습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심각한 도발이 예상되는 바 현재로서는 일본의 방위청이나 자위대의 어떤 채널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일본은 치밀한 계획 끝에 오늘의 군사행동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각 군의 지휘관들은 우리의 대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시기 바랍니다.』『지금 접근하고 있는 일본함대는 우리측에서 시도하고 있는 모든 통신에 대하여 접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즉 타협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로서도 적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처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상되는 저들의 군사행동은 독도수비대원을 모두 체포하고 우리측의 경비시설을 파괴한 후 독도를 봉쇄할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그러고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 가국군대를 주둔시킬 것입니다.』『일본의 의도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지금 시간이 대단히 없습니다. 우리 해군은 만약의 경우 일본함대의 무력행사를 막을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진해의 해군기지로부터 출항해서는 늦습니다. 동해를 순찰중인 91함은 지금 울산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최선을 다해도 앞으로 여섯 시간 이내에는 독도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공군이 출동해야 합니다.』『출동은 문제가 아니오. 일본의 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요. 우리전투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국경을 침범하여 독도를 유린할 때가 문제란 말이요. 우린 전투기들이 일본의 함대를 격침시킨다면 곧바로 전쟁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요. 아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쟁이 터지고 말 거요. 그랬을 경우 우리에게는 어떤 대책이 있는 겁니까. 바로 전쟁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말아야 합니까.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입니다. 군사력의 강약도 문제 입니다만은 우리나라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들이 함대를 동원하여 독도를 가진 국가로서 말도 되지 않는 일입니다. 시간은 없지만 우리는 바로 이 순간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어요.』『공군 참모총장의 얘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일본과의 전면전은 누구도 원치 않는 바이고 일단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하면 충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출격을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어떻습니까?』『현실적으로 독도가 국토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로서는 독도문제를 바로 전면전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저들이 독도를 유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독도문제에 관한 한 세계 여론의 공감을 받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오히려 세계 여론은 지금 일본이 대단히 인내를 하고 있다고 하며 그들의 아량과 평화적 해결 노력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고 있어요. 일본이 일단 독도를 점령하면 그 다음은 일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다시 수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독도를 내주고 평화를 택하느냐, 아니면 일본의 전쟁도발을 정면으로 맞받아 치느냐의 양단간하나입니다.』『여러 장군들의 의견은 잘 들었소. 본인의 생각에도 전폭기를 출동시켜 성급하게 군사 충돌을 유발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의 진전을 지켜보는 것이 낫겠소. 자칫 잘못하다간 전쟁유발의 누명을 덮어쓸지도 모르고 일본측의 음모에 빠질 수도 있소.』장성들은 격론을 거친 끝에 일단 사태를 주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치솟는 울분을 감내하기는 어려웠으나 그들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눈앞에 두고 신중하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초조한 상황 속에서 일본 함대의 접근을 기다리는 오 경사는 마음의 준비를 완전히 하고 대원들의 배치상황을 점검했다. 어차피 중과부적이라 적의 도발을 격퇴하지는 못할지라도 독도와 더불어 최후를 마치리라고 결심했다. 그는 새벽의 추위 속에서 돌틈에 엄폐하고 있는 한 전경대원에서 말을 건넸다. 『김 일경 자네는 몇 살이지?』『스물세 살입니다.』『한창 좋을 나이군. 자네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면서.......?』『네, 고려대학교 삼학년을 마치고 입대했습니다.』『그런데 어떻게 여기 독도에까지 오게됐나.』『자원했습니다.』『독도근무를 자원했다니 뭐가 사연이 있을 것 같군.』『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바다를 좋아한다든가 고독을 사랑한다든가 그런 거 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들 기피하는 독도근무를 자원할 이유가 없잖아. 혹시 애인하고 헤어지기라고 한 건 아냐?』『하하.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대장님은 초조하지시도 않은가 보죠. 이렇게 절박한 순간에도 여유가 있어 보이십니다.』『나야 어차피 여기서 책임자가 아닌가. 독도와 운명을 같이 해야지. 독도의 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목숨을 바쳐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어. 다만 사고가 터진다면 자네들 의무경찰들이 안 됐지. 사면이 바다인 여기서 탈출할 수도 없고 죽느냐 포로가 되느냐의 선택밖에는 없으니.....』『저는 죽어도 항복은 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의 침공에 대항하다 죽는 것은 당당한 일입니다. 기쁘기조차 합니다.』『뭐라고? 자네 농담하는 것은 아니겠지.』『정말입니다. 저는 일본 청년들이 여기에 와서 자결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음, 자네 전공이 사학이라고 했었지.』『그렇습니다. 저는 임진왜란 때이건 금세기 초이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의 상황을 면밀히 연구해 봤습니다. 그 결과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서 핍박받고 고통받아온 우리의 조상들에게서 하나의 공통된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모순이라기보다 극도의 비겁함이었습니다. 조상들은 전쟁만 나면 숨고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평소에 권력과 지식을 가진 지배계층으로 큰소리치며 다른 사람 위에 군립하던 사람일수록 더 심했습니다. 무식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만 전쟁터로 내몰고 평소에 나라의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고 사회의 힘은 다 가진 듯이 설치던 자들 중에서 자진하여 전쟁에 뛰어들어 나라와 이웃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람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습니다. 지금 강대국이라고 행세하는 나라들은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았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다시 한 번 전쟁이 터지고 또다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만 전쟁터로 내몰린다면 우리 사회는 끝장입니다. 도저히 구원받지 못할 정도로 썩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의 역사를 증오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쟁이든 무엇이든 기회만 있다면 나라를 지키다 죽고 싶습니다. 이것만이 왜곡된 역사 속에서 숨져간 수많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또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국민들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떳떳하게 목숨을 바쳐 조국의 영토를 지키다 죽은 존재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레이더실에서 계속 함대와 교신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역시 회신이 없었다. 이미 일본의 함대는 독도 30킬로미터 해상에까지 접근하고 있었다.『여기는 독도. 국방부 상황실 나오라.』『국방부 상황실이다. 말하라.』『현재 적함대 위치 보고함. 동경 132도 1분. 북위 37도 1분. 이상.』『알았다. 이상.』레이더실의 전자시계는 사정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잠시후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채 인간이 가장 먼저 발명한 기계답게 조금도 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었다. 『독도 나와라.』『여기는 독도.』『국방부 상황실이다. 작전 명령을 하달한다. 적함대 월경시 강력경고하고 경고 불응시 위협 사격하라. 최선을 다하여 독도를 방어하라. 이상.』『지원 상황은 어떤가.』『지원은 기대하지 말라.』『알았다.』전화기를 놓는 오 경사의 표정이 오히려 후련해 보이는 것 같았다.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은 지휘권을 지금 이 시간부터는 오경사에게 넘긴다는 것이 아닌가? 대원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 일개 민간인에 불과한 일본의 청년들이 엄연한 한국의 영토를 자기네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마다 않는데 수비대로서 적에게 항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정부에서 제대로 명령을 내렸군요. 그동안 늘 발포엄금 명령만 내리더니.』최 순경의 말을 받아 윤 상경이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말 시원한 명령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습니까. 일본놈들이 국경을 침범해 울릉도 앞바다에까지 와서 고기를 싸그리 긁어 가는데도 우리 경비정 하나 안나타나는데 정말 미치겠더군요. 게다가 일본 극우판지 뭐지 하는 놈들이 코앞에까지 와서 섬을 빙빙 돌며 물러가라 어쩌라 하면서 가져온 태극기를 찢을 때 에는 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여기 상황은 우리 마음대로 아닙니까.』어느새 날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조금씩 주위에 있는 물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오 경사는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다섯 개의 검정 실루엣을 보았다. 이 거대한 다섯 개의 그림자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빠른 속도로 독도를 향하여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 경사는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경고한다. 지금 여려분은 대한민국의 국경을 침범하고 있다. 즉시 방향을 돌려 국경을 벗어나라.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즉시 방향을 돌려 국경을 벗어나라.』새벽바다의 고요함 속에서 오 경사의 목소리는 고성능 마이크로 증폭되어 멀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새벽 함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섯 마리의 검은 괴물처럼 다가오고만 있었고 이미 죽음을 각오한 열일곱 명의 독도수비대원들은 소총을 단단히 움켜잡고 일본 함대의 접근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검정색과 회색으로 칠한 새벽의 함대는 긴장된 대원들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매섭기 짝이 없는 12월 새벽의 바닷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바위 틈에 숨기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은 거대한 함대와 비교하여 대단히 초라해 보였다. 얼어붙은 듯이 고요하던 검푸른 바다 위에 폭발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붉은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남쪽 하늘로 느릿하게 무거운 발길을 옮기어 가고 있었다. 초겨울 바다의 한 점 외로운 섬 독도에 들끓던 가슴들은 한 전 경대원의 <전원 장렬히 전사했음>이라는 마지막 보고를 끝으로 조용히 그 동작을 멈추었다. 비록 그들의 손은 얼어붙고 무기는 빈약했으나 조곡을 지키겠다는 신념과 불굴의 기개는 그들로 하여금 마지막 한 사람까지도 항복하지 않고 장렬하게 목숨을 던지게 했던 것이다. 다섯 척의 함정과 일개 대대의 병력을 가지고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야 비로소 섬에 상륙할 수 있었던 일본군의 지휘관이 본국기지에 보고하는 내용은 이들 수비대원들이 얼마나 악착같이 독도를 방어하고자 했던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기동타격대장 나카무라 제 일좌 본부에 보고함. 8시50분 현재 작전 끝. 모두 십칠 명의 한국경비대 전원 사살하고 레이더실 점령함. 일본 자위대 죽도수비대의 현판을 달고 십팔 명의 수비대원 주둔시킴. 아군 피해는 전사 삼십육 명, 부상 칠십오 명. 이상" ================================================================== 요까지 1탄 마치겠습니다. 에효 손가락아프다 2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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