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란 놈은 시험때문에 학교 기숙사에 틀혀박혀있느라
직접 뵙지도 못했네요.
그래서 아침에 전화라도 드렸죠. 얼마전에 번호이동하셔서 바뀐번호로 전화드렸는데 이상하게 다른 낯선분이 받네요...;
어쩔 수 없이 카톡으로나마 생신 축하한다고 보내드릴려고 했는데 여러 생각이 드는거에요.
어릴 땐 그냥 당연하게 아빠니까 아들한테 잘해줘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대학 들어오고 하니 점점 아빠의 다른 부분들이 보이는 거에요.
동안이셔서 밖에선 젊다는 소리 들으시는데, 언제부터 거실의 가족사진보다 주름도 많아지셨고 흰머리도 많아지셨더라구요.
안방에서 직장에서 오신 전화를 받으실 때도 어릴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요즘은 다르게 느껴지네요.
방에서 직장에서 오는 연락 꾸역꾸역 다 받으시고 거실로 나오셔서는 곧바로 저한테 등록금 납부날짜 뜨면 바로 연락하라는 말씀 들으니
마음이 너무 쓰렸어요. 고게나 좋은글게에서 올라오는 부모님에 대한 글에서 바로 지금 부모님께 연락하라는 글이나 댓글을 봐도
선뜻 한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그런 글을 자주 종종 봐서 그런지, 이 마음 담아서 카톡에 눌러쓰다보니 사랑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아빠와 저 둘 다 무뚝뚝해서 유치원때 밖엔 사랑한다는 말 안해봤네요. 그냥 냅다 적었어요. 정말 사랑한다고.
괜히 오글거려서 백스페이스 버튼 누르려는데, 뇌에서 입까지는 30cm가 안되도 말하는데는 3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솔직히 지울까 말까 망설였어요. 망설이다가 전송버튼 눌렀는데 마음이 후련하더라구요. 그래도 심장은 두근두근 거렸어요.
따지자면 처음으로 아빠한테 해드린 사랑한다는 말이어서 그런가봐요. 몇분 뒤에 답장이 왔어요. 저도 진짜 처음봤어요.
아들 아빠가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런 아들이라는 말. 안 오글거렸어요. 눈물만 나더라구요. 정말 하염없이 났어요.
이렇게 쉬운데 왜 이때까지 말 안해드렸나라는 생각이 제일먼저 들더라구요. 그리고 죄송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20대 초반이라 아빠가 힘드신걸 모두 공감하진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는 건 아빠가 힘드신건 지금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보다
훨씬 힘드셨을텐데, 제대로된 위로랑 사랑한다는 말 못한게 너무 죄송해요.
지금이라도 이 말 해드려서 다행이에요. 조금전에 만약 지웠다면 언젠가 후회했을거에요.
정말 아침부터 이렇게 울긴 처음이네요. 시험 끝나고 집에가서는 엄마랑 할머니께도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