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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양이를 살리는 방법
게시물ID : panic_91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물의무게
추천 : 15
조회수 : 334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31 2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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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
 
길가에 버려져있던 주황색 고양이, 이름은 미로.
 
그를 대려오고나서부터는 혼자 살던 나의 삶이 달라졌다.
 
미로는 언제나 책상위에 앉아서, 날 볼 때마다 꼬리를 한번씩 흔들어준다.
 
내가 일어날 시간인 아침 7시가 되면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 귓가에 들려준다.
 
내가 슬플 때나 기쁠때나 함께 있어준다.
 
맛없는 밥이어도 참고 먹어준다.
 
제 때 밥을 주지 못해도 나를 방해하지않고 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
 
알아듣지 못할텐데도 내가 말할 때는 아무 소리도 내지않고 귀를 기울이며 내 말을 들어준다.
 
그런 미로가 지금 눈은 죽은 생선의 눈처럼 탁하고 혀는 입밖으로 내밀고 누워있다.
 
입에서는 잼같은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코에서도 약간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그의 위에는 책장이 넘어져있고 주변에는 책들이 어질러져있었다.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대강 이해는 간다.
 
아마 책장위에 올라가려다 무게때문에 책장이 넘어진거겠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미로는 죽었어.' 이 생각을 하니 아까까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던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 아인 이제 죽은거야. 헤어진거야. 못 만나.'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게 이별인건가.' 맺히던 눈물이 이제는 턱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미로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나는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로를 고치는거야!'
 
난 차갑게 식은 미로의 몸을 들어 책상 위로 올린다.
 
그러고는 집안을 뒤져서 쓸만한 물건은 모두 꺼냈다.
 
커터칼, 라이터, 비닐봉투, 바늘, 건전지, 스테이플러, 전선과 철사 등등.....
 
일단 미호의 배에 칼을 댔다. 그리고는 목 밑부터 배가 끝나는 부분 바로 전까지 그었다.
 
그러고는 그은 곳을 손으로 벌렸다.
 
배를 벌리자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인체 해부도를 상상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피로 모두 붉다는 점과 몇몇 장기들이 으깨져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일단 그것들을 전부 드러낸다음, 미로의 안을 물로 씻는다.
 
그다음엔 다시 물기를 닦아낸다음, 비닐봉투를 몸 안에 집어넣는다.
 
최대한 찝찝한 느낌이 나지 않게 여러겹을 넣은 뒤, 스테이플러로 고정한다.
 
그 다음엔 바늘을 가져와 미로의 각 몸에 하나씩 깊숙히 찔러넣는다.
 
바늘을 전부 넣었으면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배터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바늘에도 연결한다.
 
잠시 미로의 몸을 지켜본다.
 
꿈틀꿈틀거리는 것을 보면 바늘을 뽑아 다른 곳에 조금씩 꽂아본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친뒤, 이제 전기가 통하면 몸이 움직인다.
 
조금씩 몸을 부들부들거리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꼬리도 흔들수 있게 되었다.
 
그 배터리를 이제 배속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책상 한 구석을 차지하던 알람시계를 집어넣은뒤,
 
갈라버렸던 배의 상처를 스테이플러로 닫은뒤, 라이터로 상처를 지진다.
 
이제 미로를 책상위에 다시 앉혀준다.
 
이제 죽었던 미로를 살렸다.
 
매일 아침 7시마다 날 잠에서 깨어줄 것이다. 울음소리가 아니라 알람소리지만.
 
나를 보면서 꼬리를 흔들수 있다. 몸도 그만큼 부들거리겠지만.
 
내가 말하는걸 들어줄 것이다. 못알아듣겠지만.
 
실수로 밥을 늦게 줘도 삐지지않을 것이다. 안먹겠지만.
 
언제나 나와 있을 것이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내 미로는 살아났다.
 
앞으로도 내 곁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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