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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가사소설] 스토커
게시물ID : panic_920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은날개
추천 : 3
조회수 : 13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04 18: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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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띠리리 띠리리

 

아침 8, 벌써 3개월째다.

매일 3. 정말 지겹기 짝이 없다.

 

수연씨 사랑합니다.”

 

하지만 연결과 동시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당신 미쳤어요!? 도대체 왜!? 그것도 같은 시간에!? 언제까지 이렇게 연락을 해댈 건데요!?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너무한다고 생각 안 해요?”

 

내 목소리를 들은 그는 오늘도 수화기 너머에서 버벅댄다.

나는 그게 너무 싫다.

 

그렇게 웅얼거릴거면 차라리 아무말 하지 말고 좀 닥쳐요!! 그리고 전화벨 울려서 배터리 다는 것조차 아까우니까 꺼지라고요!! 당신 때문에 내 전화기 터지면 책임질래요!?”

 

이런 말을 하면 항상 들려오는 패턴. 오늘도 변함없다.

 

제가 책임질게요. 수연이씨 제가 전화기도 안 터지는 걸로 바꿔드릴게요. 수연씨 너무 예뻐요. 3개월 동안 수연씨 생각하며 잠도 못자고. 너무 힘들어요. 이제 그만 제 마음 받아주세요.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

 

지겹다. 이럴 때마다 괜히 전화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됐고요저 당신한테 관심 없거든요당신 덕분에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있는데 다 망하게 생겼어요.

 

오늘도 내가 먼저 통화 종료버튼을 누른다.

 

 

 

 

강남역 10번 출구.

 

!? 왔어!?”

헐 대박!! 어우~ 계집애, 나이 살은 어디로 먹는 거니? 넌 변함이 없구나?”

어머!? 너 머리 바꿨구나? 어디서 했어? 너무 예쁘다.”

역시 싱글라이프가 좋긴 좋구나? 애기 키우다보니까 미용실을 언제 갔는지 잊어버렸다. 부럽다. 싱글라이프.”

 

오공주파 단짝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나에 대한 칭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 친구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춥다. 우리 만날 가는 카페가자.”

 

애기 엄마 2, 골드미스 3.

그래서인지 매번 이야기의 주제는 직장, 남자, 그리고 애기다

지금은 남자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너 아직도 전화 와?”

 

미숙이 물었다.

 

. 오늘도 왔어. 정말 미치겠어.”

 

그 말을 들은 현희가 놀란 토끼눈을 했다.

 

진짜!? 너무 끈질긴 거 아냐? 신고 해.”

... 몰라. 짜증나. 전화 벨소리 때문에 받으면.. 무슨 숨도 못 쉬겠다. 나 때문에 힘들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미치겠어. 진짜루.”

수연아, 남자친구가 나 만나기 전에 집에 모기를 안 죽였대. 왜 안 죽였냐고 하니까 집에서 자기한테 달라붙는 여자가 걔뿐이라 그랬다더라. 근데 그러다가 물려서 결국 다음 날 잡아 족쳤대. 내가 뭔말 하는지 알지?”


친구들의 성화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나의 이런 아픔 마음을 챙겨주는 건 친구들 밖에 없었다.


 

지잉!! 지잉!!“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안 받아? 누군데? 모르는 전화면 그냥 종료 눌러.”

 

시크순이 희영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화에 손조차 대기 싫었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순규가 물었다.

 

어머!! 너 설마!? 그 사람이야?”

 

순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순간 친구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 진짜네? 지금 딱 2시인데. 6시간마다 연락 오는 거? 맞지!? , 무섭다. 경찰에 신고해.”

현희가 말했다.

 

.. 모르겠다.”

 

한숨을 푹푹 내쉴 무렵, 때마침 시킨 커피가 나왔다.

 

!? 우리 케이크 안 시켰는데?”

 

순규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단골이시라, 사장님이 드리라 하셨어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애교 많은 희영이 잘 생긴 종업원에게 눈웃음을 치며 고마움을 표했다.

 

적당히 해. 완전 애기구만. 잡혀가고 싶니?”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엄마 순규가 희영을 뜯어말렸다


하지만 희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어떠냐? 훈훈하잖아. 그리고 쟤 여기 사장 동생이야. 여기 '24카페' 블로그 저 사람이 관리하잖아.”

진짜? 헐 대박!! 그럼 형제가 강남 한복판에 이 큰 카페 운영하는 거? 사장도 젊어 보이던데?”

 

희영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 미숙이 놀라하며 물었다.

 

사장이랑 동생은 나이 차가 많이 나. 15살 정도 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어.”

 

나는 시크하게 대답했다.

 

정말?”

, 동생이 젊어 보이긴 하는데 이래 봐도 29살이래. 우리랑 나이차이 얼마 안나.”

~ 수연공주. IT 계열이라 그런지 정보가 빠르게 업데이트 되네?”

 

희영이 카운터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종업원을 흘겨봤다.

아서라. 쟤 게이다.”

 

내 말에 다들 다시 한 번 더 놀라했다.

 

!!”

진짜로!?”

대박 뉴슨데!?”

너 그걸 어찌 알아!?”

 

시크함의 극을 달리는 순규까지 놀란 토끼눈을 뜨며 내게 물었다.

 

한 명씩 물어봐. 내 입 하나야.”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여기로 미팅 왔을 때, 테이블 위로 어떤 백인 남자 손을 꽉~~ 잡은 채 은은한 눈빛으로 커피 마시는 거 봤어.”

 


말을 마칠 무렵, 카페 내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사연입니다. 오늘도 보내주셨네요. ‘테사르님의 사연입니다.”

 


, 지겨워. 오늘도 또 트네.”

 

뒤에서 커피를 마시는 한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비 둬. 꼬우면 네가 사장하던가.”

 

또 다른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이후 말없이 들려오는 사연을 조용히 듣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카페에 들렸습니다. 당신을 보기 위해서예요.

언제나 당신은 내게 변함없는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이곳에 들려 당신이 나를 보며 웃어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누립니다. 가끔은 당신으로 인해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 유일한 비상구이자 탈출구입니다.

홀로 서울로 상경한지 10년이 됐습니다. 2017년이 되어 이제 나이가 이제 33살로 됐네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한강에 떠다니는 오리배신세가 됐지만 그 배 안에서 당신과 함께 발맞춰 나가는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저 어디 가지 않아요. 있다가 연락할게요.

 

하고 사연을 보내셨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연을 보내주신 테사르님과 카페에서 몰래 눈을 마주치는 그 분을 위해 노래 틀어 드립니다. 트와이스 <Cheer Up>.”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이어 카페 사장이 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내, 카페로 들어온 금발의 여성과 포옹을 하며 양볼에 뽀뽀를 했다.


 

어머, 사장 저 서양 여자라 사귀나보다?”

동생은 게이, 형은 금발여자. 취향 독특하다.”

마시고 나가자.”

 

볼 장 다 본 4공주는 곧 자리를 뜰 기세였다.


그래, 나가자. 계산은 내가 할게.”

이욜~ 골드 미스~!!”




 

친구들이 모두 문 밖으로 나간 뒤, 나는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러자 설거지를 하며 외국 여자와 한참 대화를 하던 사장이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케이크 맛있으셨나요?”

 

사장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2만원입니다.”

 

사장의 말에 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전에 드렸던 쿠폰 주세요. 제가 찍어드릴게요.”

 

사장의 말에 지갑 속에서 쿠폰을 꺼내 줬다. 그러자 그는 5개를 찍었다.

 

단골이시니까.”

 

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쿠폰과 카드를 내게 건넸다


그러면서 내 손끝이 그의 손에 살짝 닿았다.


"아.."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 끝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냈다.

 

, 죄송합니다. 손끝에 물이 묻은 줄 몰랐네요.”

 

사장이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내게 공손히 사과를 했다.

 

생긴 건 돌도 씹어 먹게 생겼는데, 하는 건 영.’

 

나는 그 생각을 하며 가게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안녕히 가세요.”

 

사장의 큰 목소리로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해가 지는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가 오늘도 변함없이 노트북을 켜고 방송국 사이트를 들어갔다. 그리고 사연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연을 다 쓰고 나니, 7시 55분 이다.

나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또다시 30분이 흘러 9시가 되었다. 

어제와는 다른 일상이 익숙치 않았다.


그렇게 5분이 더 흘렀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그럼 그렇지.”

 

나는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뒤로 한 채, 연신 흥얼거리며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 전화번호가 뭐냐고? 


010-9424-2424.










영감을 준 노래.





매일 울리는 벨벨벨 

이젠 나를 배려 해줘 
배터리 낭비하긴 싫어 
자꾸만 봐 자꾸자꾸만 와
전화가 펑 터질 것만 같아 

몰라 몰라 숨도 못 쉰대
나 때문에 힘들어 
쿵 심장이 떨어진대 왜 
걔 말은 나 너무 예쁘대 
자랑하는건 아니고

아 아까는 못받아서 미안해
친구를 만나느라 shy shy shy 
만나긴 좀 그렇구 미안해
좀 있다 연락할게 later
조르지마 얼마 가지 않아 
부르게 해줄게 Baby
아직은 좀 일러 내맘 갖긴 일러 
하지만 더 보여줄래 

CHEER UP BABY 
CHEER UP BABY 
좀 더 힘을 내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 
just get it together 
and then baby CHEER UP 

(I need you) 

안절부절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땀에 젖은 전화기가 여기서도 보여
바로 바로 대답하는 것도 매력 없어 
메시지만 읽고 확인 안 하는 건 기본 

어어어 너무 심했나 boy 
이러다가 지칠까 봐 걱정되긴 하고
어어어 안 그러면 내가 더
빠질 것만 같어 빠질 것만 같어

아 답장을 못해줘서 미안해 
친구를 만나느라 shy shy shy 
만나긴 좀 그렇구 미안해 
좀 있다 연락할게 later
조르지마 어디 가지 않아
되어줄게 너의 Baby
너무 빨린 싫어 성의를 더 보여 
내가 널 기다려줄게

CHEER UP BABY 
CHEER UP BABY 
좀 더 힘을 내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 
just get it together 
and then baby CHEER UP 

나도 니가 좋아 상처 입을까 봐 
걱정되지만 여자니까 이해해주길

속 마음 들킬 까봐 겁이나
지금처럼 조금만 더 다가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 

just get it together 
and then baby CHEER UP 

Be a man, a real man
gotta see u love me
like a real man
Be a man, a real man
gotta see u love me
like a real man

CHEER UP BABY 
CHEER UP BABY 
좀 더 힘을 내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 
just get it together 
and then baby CHEER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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