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머니께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셨다. 개강 전 태용(배우자인 김태용 감독)과 함께 방문해서 학비를 치르고 기숙사를 살폈다. "이제 갈 거에요"라고 인사했더니 "그래, 난 괜찮다"라며 씩씩하게 배웅을 하셨다. 그렇게 이별을 한 뒤 우리 둘은 내 예전 스승님 댁으로 향했다. 거기서 정말 달고 맛있는 감을 네 알 얻은 거다. 태용과 나누어 먹고도 두 개가 남았는데 마침 하나는 예쁘게 붉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아직 푸른빛이 돌았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익은 건 바로 드시고 덜 익은 건 뒀다 천천히 맛보시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두유와 도시락을 준비해서 차를 몰고 다시 어머니를 찾아갔다. "아니, 왜 또 왔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뻐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급하고 어수선해 보이셨다. 처음으로 수업을 받는 날이라 지각하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여느 때와 달리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음식을 받아 들고 학교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떠나가는 건 내 쪽이었고 어머니는 뒤에 남아 배웅하는 입장이셨는데 그 날 서로의 자리가 뒤바뀌었으니까. "엄마, 안녕!" 인사를 하는데 글쎄, 돌아보지도 않으시더라.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멈춰 세울 겨를도 없이 사라지셨다. 믿을 수가 없었다. 뒤돌아보지도 않으시다니! 그날 차를 타고 오는 길이 어쩐지 너무 행복했다. 딸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기분이었다. 행복 그 이상의 감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