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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월의 비 내리는 밤은 사그라든다.
게시물ID : panic_92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4
조회수 : 97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05 23: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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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비가 왔다.


1월의 겨울밤.


그 포차 아래에서의 그때 그 시간 같이.



공교롭게도 지금도 1월이다.


창문을 열어 뚝 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다


코트를 집는다.



떨어지는 빗방울과


떨어지는 빗소리에


조용히 잠긴다.


그리고 나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비행기는 수없이 하늘을 어지럽히고.


세상에는 시끄러운 잡음이 넘쳐났지만


그래도 빗소리에 잠겨본다.


똑똑. 떨어지는 소리는


새빨간 불꽃보다 조용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서서히 끌어당겼다.


저 바닥으로.



나는 걸어갔다.


다시 또 그곳으로.


걸어갔다.


1년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듯.


더이상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걷는다.


눈을 감았다.


빗소리는 비행기의 소리도.


불꽃의 소리도.


납탄의 소리도.


어디선가 사그라드는 무언가의 소리도.


전부 잠재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이건 오랜 절친의 목소리다.


웃으면서 군화를 신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를 바짝 깎아 마치 중 같았던 그 모습이.


빗소리에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 말하는지는 잘 안들렸지만


그 것은 결코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이건 부모님의 목소리다.


등을 떠미는 그 손 들이 떠올랐다.


그리곤 불꽃은 아름답게 피어 올랐었다.


불꽃 속에서 부모님은 무언가 말하셨었다.


잘 안들렸었다.


그리고 지금도 잘 안들린다.


하지만 빗소리에 흐르는 소리는 서글펐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수많은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점점 늘어만 가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여전히 눈을 감고 걷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눈을 감고 걸었다.


눈을 떠버리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친구도.


이 수많은 사그라든 목소리들도.


그곳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저 걷기만 했다.



그리고 비는 그쳤다.


거짓말 같이 소리도 그쳤다.


나는 그 소리를 놓지 않기 위해 눈을 떴다.


그곳은 1년 전의 그 포차였다.


아니 포차였었던 잔해였다.



그리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소리는, 그들은


이미 저 하늘위에 불꽃들과 비행기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나는 다시금 혼자가 된다.



다시 돌아간다.


다시 눈을 감는다.


다시 걸어간다.



1월의 비 내리는 밤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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