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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꿈
게시물ID : panic_920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어
추천 : 15
조회수 : 96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1/08 00:53:13
어느날부터 인류는 현실과 똑같은 꿈을 꾸게 됐다. 잠에 들면 마치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것 처럼 꿈이 시작되었다.
꿈의 내용은 자신의 일상과 다를 바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직장에 출근을 하며 대출금을 걱정하기도하고 친구들과 술 한잔을 마시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TV를 보기도 했다. 하늘을 난다거나 연예인과 사귄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꿈이라는 점이었다. 별 의미 없는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은 휙 하고 지나가 어렴풋이 기억의 흔적만 남았고, 즐겁거나 괴로운 일, 특별한 행사, 골똘히 생각한 것은 꿈에서 깨어서도 아주 생생히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꿈 속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면 현실에서 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은 마치 두 번 삶을 사는 느낌을 받았다.

첫째날은 단지 특이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꿈을 꾼 사람도 많았다.둘째날, 전인류가 이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셋째날도 꿈은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각 국의 수면전문가, 심리학자, 의사, 명상가, 종교인이 모여 원인을 규명하려 했다. 정부에서, 방송국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자신들만의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다. 뇌파측정, 수면마취, 갑자기 깨우기, 15시간 이상 잠자기, 자각몽 등 각종 실험이 이뤄졌지만 '꿈'에 대해 밝혀진 것은 거의 없었다.
밝혀진 것이라곤 자신의 가장 평범한 일상이 꿈으로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났다.

'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변했다. 특히 삶이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길 택했다. 같은 외로움과 고단함을 두 배로 겪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꿈 속에 더 오래 머물길 원해 수면제 처방이 몇 배가 늘었다. 현실과 달리 무료한 일상 부분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생생한 부분만 기억에 남으니 꿈 속의 삶이 더 효율적이라 느꼈다.
영화를 볼 때 지루한 부분은 8배속으로 휙 넘기고 하이라이트 부분은 자세히 본 듯한 느낌이었다. 꿈은 결국 일상의 하이라이트였다.

사람들은 '꿈'에 적응해갔다. 어차피 매일 반드시 꾸는 꿈이니 보다 기억에 남는, 이왕이면 행복하고 즐거운, 꿈을 꾸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현실과 일상이 기억에 남을만 해야했다. 이왕이면 즐겁고 따뜻한 것 혼자가 아닌 것이 좋았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갔다. 자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직장 동료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건냈고 한 번 더 웃을 일을 만들었다. 짬을 내어 춤을 배우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나무와 비와 음악과 놀이와 문학과 사랑에 사람들은 집중했다. 

일상에서도 좋은 느낌이 들면 눈과 코와 귀와 혀와 손의 감각을 극대화하여 그 순간을 온전히 기억에 담으려 의식했다. 매일 출근 직후 모니터를 보며 아무 생각없이 홀짝이던 커피였다. 이제는 온수를 부을 때 따뜻하게 변하는 머그잔의 온도를 느끼고 사무실의 특유의 건조한 냄새와 이를 적시는 커피향을 동시에 음미하며 창 밖을 한 번 바라본다. 사람들의 꿈은 풍성해져갔다. '꿈'이 사라졌을 때도 현실은 여전히 풍성했다.
출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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