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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 봉하연
게시물ID : readers_92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딩
추천 : 2
조회수 : 70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10 23:27:47

                                            봉하연

어릴 적 내 방엔 다락이 있었다 

문은 
얇은 합판으로 오래되고 낡아서 아무리 힘껏 
닫아놓아도 조금씩 사이가 벌어졌다 

나는 잠들기 전이면 그 틈 속으로 
나를 혼자 두고 밭으로 가는 엄마의 오토바이 소리 
안방에서 탕탕 발을 구르던 할머니의 주정 
내 팬티 속에 손 집어넣던 막내 외삼촌의 숨소리 
가끔씩 37사단에서 날아오던 훈련기의 굉음 
같은 것들을 밀어넣다가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곰팡이처럼 핀 맹독 같은 어둠속에서 
서걱서걱 벽에 댄 스티로폼을 갉아대는 쥐, 쥐새끼 
처럼 소굴을 만드는 나의 기억들 
그후로 틈은 
잘 기른 기억들을 떼지어 내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에 한마리, 게워낸 막걸리처럼 쉰내 나는 트림 속으로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리고 
오래된 기억들이 다락방 먼지처럼 일어서서 
내 첫 남자의 무게만큼이나 나를 
숨막히게 하는 밤 
오늘도 
나의 한쪽 벽에 나타나는 
낡은 다락문 
꼭 닫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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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요..
한편의 영화를 본 것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 구절을 다 읽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큰 전율이 왔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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