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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번역]Five Score,Divided by Four ch.6-3
게시물ID : pony_770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십초
추천 : 5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30 19:38:06
Chapter.6 Full circle (일주(一周)) ( 3/4 )

=+

 
우리는 제시카의 집에 11시쯤에 도착했고, 그녀는 나에게 자그마한 늦은 저녁식사를 와인과 합께 대접해 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제시카는 자신이 여기서 태어나서 자란 이야기를 해주었다. 몰론 자신이 말을 좋아하고, 그것이 나를 초대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마 나랑 만나고 잠깐 내 직업에 대해 검색해 본 것 같았다. .... 뭐 상관없었다. 그래서, 난 와인을 들이키면서 내가 말을 어떻게 기르는지 말해주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간에 제시카가 갑자기 다가와선 내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쉬쉿그 손가락은 이내 뒤로 치우더니 갑작스럽게 제시카가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고선 옆에 앉아서 키득거렸다.
 
나는 다급히 손을 입술에 올렸다. “워우, 제시. 놀랐잖아요!”
 
그녀는 그저 웃기만 하면서 내 머리를 손으로 쓸었다. “당신 갈기가 너무 좋아요, 에반.”
 
난 그 말에 잠깐 흠칫했다. “, 이건 머리카락이에요, 제시카. 갈기가 아니에요. 그냥 머리라고요.” 곧 그녀의 손은 위로 올라가서 내 귀를 만지작거렸다. 귀에 조금 긁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제시카의 손에 머리를 조금 뉘였다. “어머, 이거 느낌 좋네요, 으음....”
 
잠시 뒤, 제시카는 손을 떼고선 나한테 물었다. “저기 에반, 우리 침대에서 영화보지 않을래요?”
 
난 눈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거 혹시 이상한 의도를 가진 제안은 아니겠죠?”
 
제시카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바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같이 누워서 영화를 보자고요. 재밌을 거 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그런 것이 안 될게 뭐가 있는가? “그거 좋겠네요, 제시카. 혹시 보고 싶은 영화라도 있었나요? 뭐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라든가.....”
 
제시카는 내 팔을 잡아당겨서 자신의 침실로 끌고 갔다.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에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당신도 아마 정말 좋아하게 될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날 침대에 뉘였다. 그러고선 서랍에서 DVD 하나를 꺼내서 DVD플레이어에 넣고선 침실에 있는 TV를 들었다. 그러고선 그녀는 침대 옆에서 옷을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난 잠깐 그녀의 잠옷을 힐끗 봤다. 상당히 귀엽고, 거기다 좀 섹시한 옷 이였다. .....아니다 제기랄 저건 그냥 잠옷일 뿐이다. 난 시선을 황급히 TV로 돌렸다.
 
그 영화는 에니메이션이였다. 곧 화면에 제목이 떴는데, ‘스피릿: 시마론의 종마였다. 나는 제시카에게 물었다. “, 이거 디즈니에서 만든 말 만화인가요? 아이들 보라고 만든 것 아닌가요?”
 
SpiritStallionOfTheCimarron2002.jpg


제시카는 내 옆에 딱 붙어 누워서는 귀에 속삭였다. “좋은 영화에요, 분명 당신도 좋아할 걸요?”
 
우린 그렇게 침대에 같이 누워서 영화를 봤다. 얼마 뒤, 영화를 보는 중 제시카의 손이 내 가슴부터 아래로 쓸어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스킨쉽을 원하는 건가?’, ‘아니 다른 거라면 모를까, 애들 보는 만화를 시청하면서 그 생각이 들까?’, ‘내가 생각을 이상하게 하는것 뿐인가?’
 
마침내 쓸어 내려오는 그녀의 손이 내 속옷 쪽에 닿는 게 느껴졌다. ‘이여자, 설마?’
 
나는 고개를 돌려서 제시카에게 물었다. “.... 제시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걸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제시카는 손가락으로 내 입을 막으면서 대답했다. “바보 같은 숫말 같으니라고! 더러운 마음 품지 말아요. 난 그저 꼬리를 만지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제시카는 그렇게 말하는 동안 속옷 안에 감춰놨던 내 꼬리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내 다리에 머리를 배며 누웠다.
 
난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제시카, 당신 참 이상해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시카고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는데, 에반 당신만 이런 것을 가지고 있잖아요?” 제시카는 그렇게 말하고선 양 손으로 내 꼬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손의 감촉이 꼬리를 통해 느껴졌다.
 
난 그냥 한숨을 한번 내쉬고선 계속 영화를 봤다. 정말 이상한 여자 같으니라고. 뭐 그래도, 이 이상한 증상들을 경계심 없이 그저 재미로만 보고 있는 건 참 다행이었다. 내일 아침부터 이 병을 고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내 편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니까.....
 
~~~~~~~
 
창문 사이로 비추는 햇빛에 잠을 깼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 같다.
 
난 하품하면서 얼굴을 문지르려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난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당황하며 팔 쪽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때 내 눈에 보인 건 철로 된 침대 프레임에 쇠고랑이 단단히 차여있는 양쪽 손 이였다. 공포심에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다리 또한 묶여 있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데체 이건 또 뭐야? “제시카?!?!”
 
어머나, 행복해라! 일어났구나!” 제시카가 침대쪽 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상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난 잔뜩 긴장하며 말했다. “제시카, 이것 좀 풀어줘요.”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서 웃기만 했다. “이런, 아가야. 왜 그래야 해? 넌 나만의 애마잖니! 귀여운 우리 말이라고! 우린 이렇게 같이 재밌게 지낼 거잖니?”
 
극심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뭐라고요? 말이라고요? 제시카, 난 그냥 이상한 꼬리나 귀가 달렸을 뿐이라고요! 이거 놔줘요!”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 아니 아니야. 이젠 그것 뿐 인건 아니란다. 보렴!” 그녀는 내 하체를 가리켰고, 난 그녀가 가리키는 하체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내 시선에 들어온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였다.
 
우선 제시카는 내 옷을 전부 벗겨놨었다. 때문에 나는 내 몸이 충격적으로 변한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볼 수가 있었다. 내 골반은 더 이상 정상으로 생기지 않았고, 하체의 대부분에 붉은 털이 자라나 있었다. 거기다 내 사타구니에 달린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만큼 이상하게 변해있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내 하체는 더 이상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들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목구멍 바깥으로 비명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때 제시카가 박장대소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발도 봤니? 너무 귀여운 네 발굽을 말이야!”
 
그녀의 말은 사실이였다. 시선을 좀더 아래로 내려보니, 그동안 있던 발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붉은 털의 발굽이 대신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것들은 또 뭐야?’ 난 시선을 제시카에게 옮기며 말했다. “당장 이거 풀어줘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잖아요! 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풀어줄 순 없단다! 넌 내 애마가 돼야 하잖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야!”
 
난 당장 여기를 벗어나야 했다. 그녀의 행동은 더 이상 정상적이지 않았다. 안그래도 이상한 그녀의 눈빛은 내 발굽을 봤을 때부턴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 “제발요 제시카, 날 좀 풀어줘요. 당신이 원한다면 오늘 밤 여기로 돌아올게요. 그때 날 애마로 삼아도 늦지 않잖아요!” 나는 애걸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몰론 내가 내뱉는 말이 어떤 뜻인지 깊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제시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력은 좋았어, 에반...... 아니지, 이젠 에반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지? 시도는 좋았어, 우리 망아지. 하지만 널 풀어주면 바로 도망쳐 버릴 것이라는 걸 난 알고 있단다. 지금은 이렇게 묶어놓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걱정마렴! 넌 이미 발을 잃었잖니! 조금만 기다리면 손도 발처럼 발굽으로 변하겠지? 그러면 넌 손가락이 없어서 문고리를 열 수도 없을테고 말이야! 그때부턴 문만 잠궈놓으면 영원히 여기서 같이 지낼수 있단다!”
 
제시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몸이 뼛속부터 떨렸다. 그녀는 지금 협박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담으며 그런 소리를 하니, 그야말로 조커가 따로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 그래요 제시카. 그것 참 기가막힌 계획이네요, 정말로요! 하지만 제시카, 지금 당장은 소변이 마려운데, 화장실좀 쓰게 잠깐이라도 풀어주면 안될까요?”
 
제시카는 계속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미안해 아가야, 그럴 순 없단다! 하지만 괜찮아, 넌 말이잖아 그렇지? 말은 사람이 쓰는 화장실을 쓰는 게 아니에요!”
 
난 그녀를 잠깐 동안 쳐다보았다. 그녀는 정말로, 완전히, 완벽하게 미친 여자였다. 난 그동안 차분하게 행동하려 했지만, 이젠 그럴 생각마저 바닥난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여자한테서 떨어져야 했으니까. 난 다시 아래를 바라봤다. 붉은 털로 뒤덮인 다리의 근육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고, 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동안 올라온 아드레날린을 그대로 다리에 집중시켰다. 그리곤 바로 다리가 묶여있는 침대 프레임을 향해 그대로 폭발시켰다.
 
[!!!]
 
제시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고, 침대는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프레임은 철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지른 한방에 곳곳이 부러지고 휘어져 버렸다.
 
제시카는 실성한 듯 손을 내지르며 외쳤다. “아아아! 나쁜 망아지 같으니라고! 진정해! 진정 하란 말이야!” 몰론 난 그녀의 말 따윈 무시했다.
 
세상에 침대가 완전히 두 동강이 나다니.... 아까전만 해도 왜 이 방법을 쓰지 않았는지 궁금해 질 정도였다. ‘, 분노에 찬 발굽의 힘인가?’ 여튼 난 그 한방으로 인해 묶여있는 다리는 완전히 자유가 됐다. ‘, 그러면 이제 팔은 어떻게 한다....’ 보아하니 작은 사슬이 달린 고랑일 뿐이니까, 아무래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았다. 난 이를 악 물고 그대로 팔을 힘껏 아래로 당겼다.
 
제시카가 여전히 손을 내지르며 계속 말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런 짓은 자해가 될 뿐이야. 절대로 그걸 끊을 수 없그때, ‘, 거리는 쇳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쇠고랑이 고정된 철제 침대 프레임이 소리와 함께 끊어져 버렸다.
 
난 구속에서 벗어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제시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나쁜 망아지야!’, ‘침대로 돌아가라며 나에게 외쳐대고 있었다.
 
난 그대로 그 미친 여자에게 다가가 그동안 느낀 분노 그대로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분노를 느끼기 시작한때부터 내 뇌가 계속 나에게 말을 해왔다. [행동 중지를 권고함, 현재 행동은 도덕 회로의 사회 통념 여자는 때리지 않는다.’에 위배됨. 존엄성의 훼손이 우려, 속히 행동 중지를 요함]
 
하아아..... 제기랄 그래, 이번엔 니가 이겼다, 이 망할 뇌야. 난 치켜올린 주먹을 내렸다. 대신 그녀를 그대로 잡아 들었다. 그녀의 주먹은 부질없이 내 등을 치고 있었고, 등 뒤에서 나쁜 망아지야.’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 이 여자를 어디다 던져놓지?
 
나는 방을 나와서 거실로 향했다. 걷는 동안 단단한 나무 바닥에서 다각 다각 하는 발굽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무척 이상하긴 했지만, 놀랍게도 그 소리가 역겹지 않았다. 내 말은, 발이 바뀌어 버린 것은 충분히 이상했지만, 그것이 침대에서 탈출하는게 큰 역할을 했으니까, 이전처럼 거부감이 드는게 덜했다는 것이다.
 
, 그런 생각은 나중에 하자. 일단 이 싸이코 가시나를 처리하는게 급선무니까. 난 주위를 걸어다니다 거실 주변이 있는 화장실에서 걸음을 멈췄다. 난 그대로 들쳐 업은 그 여자를 화장실 안에다 밀어넣고선, 문을 닫았다. 그 화장실의 문은 바깥쪽으로 열리는 문이였으니, 난 문이 열리지 않게, 소파를 끌고 와서 화장실 문 앞에 둬서 가눠놨다. 그녀는 나가려고 하릴없이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그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숨을 돌렸다. , 그러면 난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어디보자, 일당 이 아파트에 머무를 순 없고, 더욱이 시카고에도 머무르면 안 될 노릇 이였다. 더군다나 말 귀, 말 꼬리, 발굽에다, 몸에 반절에 붉은 털을 두르고서 지낸다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몸으로 느꼈다. 지금당장 난 안전하게 머무르면서 생각을 할 만한 곳이 필요했다. 집이다. 난 당장 집으로 가야한다. 아마 거기는 안전할 거다. 잭 또한 날 도와주면서, 상황이 호전될 때 까지 나를 숨겨줄 수 있을 것이다. 걔는 좋은 가족이니까, 분명 날 도울 거다.
 
난 주위를 힐끗 둘러봤다. 특별한 건 없었고, 오직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미친 여자의 발악만이 들려올 뿐 이였다. 뭐 됐다. 이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차례니까. 나는 침실로 돌아가서 그녀가 벗겨놓은 옷을 도로 입고선, 내 휴대폰을 집었다. ‘신발은 어디있더라?..... 맞다 현관에 있겠다.’ 나는 곧장 현관에 있는 신발을 흘낏 보고선 내 발굽이랑 번갈아 봤다. 굳이 신발이 필요하려나? 발굽이란게 야외활동에 적합하게 발달된 것이지 않나? , 그럼 신발 따위 필요 없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선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챙겼다. 그것은 신발장 위에 놓여 있는 제시카의 차 열쇠였다.
 
~~~~~~~
 
나는 당장이라도 이 도시를 뜨고 싶었지만, 대책 없이 막 떠날 순 없었다. 도시에 널려진 나에 대한 서류들을 그냥 두었다간 또 제시카가 뒤를 밟고 쫓아올 수 있었으니까. 난 일단 호텔로 가서 잡아놓은 객실부터 체크아웃 하기로 결정했다. 5일치 숙박료를 지불해놓고선 하루 만에 체크아웃 한다는 게 멍청해 보일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그대로 도시를 빠져나와버리면, 호텔 측에서 경찰한테 실종신고 할 테고, 그러면 오히려 더욱 주목을 끌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난 그대로 호텔 접수 데스크로 가서 체크아웃 수속을 밟았다. 몰론 데스크 안내원은 이렇게 일찍 체크아웃 하는데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거기다 내 머리 위에 솟아난 귀랑 발굽을 보면서 무슨 일이냐고 의심스럽게 물었다. 난 아무것도 아닌 듯 행동하면서 대충 얼버무렸고, 난 어디까지나 숙박비를 지불한 합법적인 고객이였기에,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앉고 순순히 체크아웃을 시켜줬다. 그러고 나서, 난 빠르게 호텔을 떠났다.
 
한곳 더 들러야 할 장소가 있었다. 바로 그 응급센터였다. 난 솔직히 그 곳엔 다시는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난 어제 거기를 들러서 내 정보가 담긴 서류를 작성해 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제시카는 또 그 서류를 보고선 내 뒤를 쫓아 올 가능성도 충분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난 그 일말의 가능성까지 없애야 했다.
 
난 차를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주차시킨 뒤에 그 응급센터로 향했다. 센터 문을 열 때, 문에 달려있는 종이 흔들려 종소리가 났고, 접수처의 간호가사 그 소리를 듣고 나를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에반?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 이놈의 귀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였다. 그녀는 내 발을 보고선 나에게 말했다. “오오, 좋은 신발이네요, 에반씨. 꽤 고전적이네요.”
 
나도 아래를 보며 생각했다. ‘이건 신발이 아니라 발굽인데, 왜 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다 신발이라고 착각할까....’ 난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졌다. 난 바로 고개를 올려 간호사의 말에 대답했다. “고마워요, 그나저나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네요? 분명 어젯밤에 만났죠?” 그 간호사는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여기 온걸 기억할 거에요, 그때 서류를 작성할 때 거기다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입한 건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혹시 틀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게 그때 그 서류좀 줘 보실 수 있나요?” 난 그렇게 말하고선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그 간호사는 잘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때 완전히 정신줄을 놨었죠, 그죠? 잘못 적을 여지도 충분하겠네요. 잠깐만요, 당신 서류를 좀 찾아볼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캐비닛을 열어 서류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뒤, 간호사는 캐비닛에서 스미스, 에반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폴더를 꺼내왔다. 난 그녀에게서 파일을 건네받으려 했지만, 그때 그녀가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나한테 말했다. “..... 혹시 파일 전체를 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단순히 앞장에 기본 인적서류만 보시려는 건가요? 아직 복사를 안 해놔서, 그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서류거든요. 평소대로라면 파일 전체를 환자한테 드리지는 않습니다만.....”
 
난 미소를 한번 더 지어보였다. “전체 서류좀 볼 수 있을까요? ? 정신이 없었던 탓에 오류가 서류 곳곳에 있을 것 같아서요.”
 
나는 그녀의 시선을 봤다. 그 간호사는 나를 정말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 하긴 화장실에서 기절해 자빠지고, 빨간 말 귀가 붙어있는 남정네를 보면 뭐...... 어느정도 동정심이 생길 수도 있긴 하겠다. 여튼 그 여자는 그렇게 나를 보고선 입을 열었다. “에반씨. 아까 말씀드렸듯 이건 저희 쪽에서 가진 하나 뿐인 서류들입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허락은 해드리겠습니다만, 만일을 대비해서, 여기 이쪽에 작은 방 안에서만 보셔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만일을 대비해서 말이죠.”
 
그녀는 접수처 뒷쪽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을 열어선, 거기 있는 책상 위에 폴더를 놓아 두었다. 나는 감사를 표하며 그 방 안의 책상에 앉아서 파일을 열어봤다. ..... 난 그냥 주소나 전화번호만 바꾸고 돌아가려 했지만, 이렇게 전체 서류를 볼 수 있게 됐으니, 여기 적힌 정보들을 샅샅이 뒤져보고 갈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은가?
 
난 혈액검사 페이지를 펴서 조금 훑어보았다. 온갖 의학 용어가 난무해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각각의 페이지에는 정상이라고 적힌 도장이 찍혀 있었다. ... 이런 거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것이겠지? , 바이러스나 다른 이상한 병이 없다는 거겠고..... 그러면 의사 소견은 어떻지? [환자에게서 망상장애가 의심됨. 과거 의학 치료나 처방에 대해서 계속 거짓말로 일관하고, 자신이 받은 특이한 성형수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행동함. 환자는 뭔가를 발견하면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도와 주기를 요청함. 본 의사는 이 환자에게 정신적 치료를 할 생각이며, 그에게 전화하는 대신 정신건강 전문가를 초청할 예정. 다행히도, 일정을 잡는데 문제는 없어 보임.]
 
난 폴더를 닫았다. .... 이 의사가 이렇게 판단한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나도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모르니까. 여튼 이제는 이 폴더를 가지고 나갈 차례였다. 원래 의도처럼 단순히 인적사항 몇 개만 바꾸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대로 둔다면 내 신원이 다른 병원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선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일어서서 그 폴더를 슬그머니 내 바지 안쪽에 쑤셔 넣었다. ‘, 그사이 빨간 털이 더 자라 올라와 버렸잖아?’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난 문을 살짝 열어 그 틈으로 밖을 봤다. 그 간호사가 바로 옆에 서있었고, 곧 열린 틈을 보고선 방 안쪽으로 물었다. “에반씨? 다 끝났나요? 기다리고 있잖아요....”
 
난 재빨리 문을 닫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거의 다 끝났으니까.”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난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방은 창문도, 심지어 환풍구도 없는 오직 벽과 문으로만 이루어진 완벽한 폐쇄형 이였다. 도대체 어디 나갈 길이.......
 
그때 내 눈에 보인 건 빨간 철제 사각형의 하얀 손잡이가 달린 어떤 것 이였다. ‘화재경보기나는 잠깐 입술을 물었다. 진짜 이 방법밖에 없는건가? 몰론 이런 짓은 중범죄였다. 하지만 난 이미 차도 훔치고, 사람도 감금시킨 몸 이였고, 게다가 범죄이건 아니건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도 거의 없는 상황 이였다, ‘또 이건 뭐야?’ 난 화재경보기에 적힌 글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떤 사람이든 거짓 경보를 울려 혼란을 야기한 경우, 5000달러의 벌금에 처합니다.]
 
난 빙긋 웃으며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어떤 사람이든 이라고? 이런, 그것 참 편리하겠네. 미안하지만, 제시카 말에 따르면 난 이런 법이랑 상관없는 몸이라고. 왜냐면, 난 사람이 아니라 말이니까.”
 
--달칵--
 
경보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고, 바깥 광경은 머지않아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불이야! 불이야! 의사 선생님, 빨리 환자들 대피시켜야 해요!! 불이 났다고요!”
 
난 속으로 웃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웠으니까. 난 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봤다. 나가는 길은 확실히 무방비 상태였다. “쇼 타임.” 나는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 나갔다. 사력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려갔고, 곧이어 출구로 나왔다. 난 빠르게 세워놨던 차에 달려가서 탔고, 파일을 꺼내 옆자리에 던져 놨다. 난 잠시 꼬리가 끼이지 않도록 앉는 자세를 바꾼 뒤에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로 운전해갔다. ‘긴 운전이 되겠구나. 다행히도 저녁쯤에는 도착 할 수 있겠네.’
 
 +=
[출처:http://www.fimfiction.net/story/93383/five-score-divided-by-four]
[원작자:Twistedspectrum]


슬슬 에반의 이야기가 끝나가는군요
솔직히 전 이 부분을 보고 충격을 좀 먹었습니다.
미저리 뺨치는 제시카의 위엄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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