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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게시물ID : humorbest_9213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모룽마
추천 : 31
조회수 : 1725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7/25 15:34:13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7/25 10:17:21
후기 몇 자 올립니다.

추모 시낭송-음악회 하기 딱 좋은 날씨였고 이지애 아나운서가 말했듯이 비 때문에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지켜줘서 본 행사할 때는 기적같이 비가 뚝 그쳤습니다. 덥지도 않았구요. 얘들아 고맙다....

오늘은 지난 5월 첫 추모제 이후 가장 많은 분들이 시청을 꽉 메웠습니다. 제 앞에는 어떤 젊은 처자들이 앉았는데 어찌나 이쁘던지요. 생김새와 마음씨 모두요. 퇴근 후 혼자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런데 나가면 생기는 묘한 동질감, 이것이 시청광장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역시 유가족들이 행진하여 광장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였죠. 모두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유가족들 힘내시라고 외쳤습니다. 이때의 감정은, 여기에 없었던 분들은 도저히 알지 못할 겁니다. 

고은 시인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모은 추모시집을 샀습니다. 제가 기다리던 것이기도 합니다. 새기면서 읽겠습니다.

유가족분들이 앞서고 추모객들이 따라서 광화문으로 올라갔으나 다들 아시다시피 차벽, 경찰떼로 막혔고 유가족분들마저 분리되어 흩어져 버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대체 저것들은 뭐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건지..분명히 청와대에 혼자 앉아 시민들이 지른 함성을 들었을 그네공주.. 시민들을 무서워하는 대통령이라.. 

유가족들, 나중에 모두 무사히 합류했습니다. 한가지 느낀 건, 이러한 추모집회의 경우에는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엄청난 진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도 경거망동 함부로 못한다는 거죠. 잘못 건드렸다간 그야말로 기름 붓는 격이 될테니 말입니다.

결국 유가족들이 시민들의 보호와 박수를 받으며 광화문으로 합류... 이때 또 한번 울컥... 장대비가 쏟아짐에도 그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응원하는 사람들, 유가족들과 함께 안산에서부터 걷고 그들을 위해 그 흔한 우산, 우비도 없이 그 비를 그대로 맞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젊은 청년들, 유가족에게 박수치며 힘내라고 소리치는 젊은 엄마들... 유가족들은, 세월호아이들은 결코 외롭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 반별로 똘똘 뭉쳐서 행진했습니다. 평생 몰랐을 것인데, 이젠 아이들처럼 반친구들이 다 되어 서로 챙겨주는 유가족들. 아이들이 주고 간 큰 선물.  한때 서로 흩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별로 인원 체크하고 '...반...누구 엄마, 누구 아빠~'를 부르곤 했습니다.  물론 다들 아이들 이름 뒤에 엄마, 아빠가 붙는 그런 호칭으로 불리시지요.

저는 12시 20분쯤 대열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는데 오는 길에 천둥 번개가 치면서 그야말로 폭우가 쏟아졌습이다. 당연히 유가족들과 시민들 걱정을 했죠. 그만 그쳐야 할텐데...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 원망스런 비 마저 '그래 실컷 울어라.. 해준 것도 없는데 실컷 울기라도 해야지'라며 아이들 생각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진짜 시간없다고, 귀찮다고 안갔으면 평생 후회했을 아름다운 추모제, 행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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