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사 온 우리 집은 1층이다. 그 중에서 내 방의 구조는... 글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사진을 첨부하겠다.
대충 이런 모양의 구조인데, 이 사진과 다른 점은 침대가 창문 바로 옆에 평행하게 놓여져 있다는 것과, 1층이라는 것, 그리고 창문에 블라인드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사 온 직후 엄마는 창 밖으로 화단이 바로 보인다면서 좋아했지만, 나는 별로였다.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필요 없는건 편하지만, 그래도 1층에 살다가 창문으로 도둑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사 온 직후에는 매일같이 창문이 잠긴걸 확인하고 블라인드도 꼼꼼히 닫았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던가, 별 일 없이 잘 살다보니 나는 어느새 그런걸 신경쓰지 않게 됐다.
그 날은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까지 치는 날이었다. 뉴스에서 전국의 호우주의보를 알리고, 아빠가 우리집 1층인데 잠기는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밤에 잘시간이 되서 나는 내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봤다. 그 때 내 시야에 창문이 보였다.
비가 오고 있었으니 당연히 창문은 잘 닫아뒀다. 하지만 블라인드는 반쯤 열려있었는데, 굳이 이제와서 일어서서 블라인드를 닫는 귀찮음을 감수하기 싫었었다. 그래서 그냥 냅두고 계속해서 휴대폰을 보려던 순간이었다.
번개가, 번쩍였다.
그리고, 창문의 블라인드가 열려있는, 틈에,
한 쌍의, 검은, 눈동자가, 있었다.
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인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그 눈동자와 내 시선이 마주친것이다.
번개가 멎고, 바로 시야가 어두워지자 그 눈동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창문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사람이 지나친 패닉에 빠지면 머리가 새하얘진다고 한다. 그 때의 내가 그랬다. 몇 초 후, 번개를 뒤따라 울리는 천둥 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그 후의 이야기를 해보자.
내 비명에 온 가족이 일어나고, 울먹이며 횡설수설한 내 설명에 아빠가 벽장에 쳐박아둔 야구배트를 들고 내 방으로 가서 불을 키고 블라인드를 걷었지만, 창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빠는 허탈감과 짜증을 섞어 뭘 잘못 본거라고 말했다. 잘못 본 것 치고는 너무나 선명했지만, 증거같은게 있는것도 아니라서 그냥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날은 거실에서 잤다.
다음 날 아침, 한숨 자고 일어나 다소 긍정적인 기분이 된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틀림없이 내가 잘못 봤으리라고 생각하며. 다소 긴장하며 방 문을 열었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고, 창밖에서는 비가 그친 하늘이 아침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휴, 하고 한숨을 쉬고 나는 창가를 내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