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 무렵, 세미나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 세미나가 끝나고, 회식자리에서였다.
세미나는 도중부터 인간 심리에 관한 시시껄렁한 잡담 같이 됐던 터였다.
그래서 나도 편하게 [선생님, 뭔가 재밌는 이야기 있으면 좀 들려주세요.] 라고 말을 건넸다.
선생님은 꽤 재밌는 분이라, 심리학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 하듯 풀어놓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다.
다만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좀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몇십년 전, 어느 나라에서 은밀하게 실험이 행해졌다.
실험 내용은 폐쇄 공간에서 감각을 차단시킨 뒤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차단하는 감각은 시각, 그리고 시간 감각도 같이 빼앗아 보기로 했다.
지금은 감각 차단이 치료 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그 무렵에는 일반적인 게 아니었다.
피험자는 중범죄자들이었다.
사법거래로, 실험에 응하면 형을 감면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통해 실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피험자는 약을 먹고 잠에 든다.
눈을 뜨면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폐쇄 공간 속이다.
피험자는 완전한 어둠 속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시간도 알 수 없다.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완전히 미쳐버렸다.
애시당초에 중범죄자들이었으니 미치든 죽든 나라 입장에서는 신경도 안 썼겠지.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요인 중, 시간 감각의 결여가 있다.
다들 시간이라고 하면 시계를 떠올리겠지.
하지만 그렇게 정확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해가 떠올랐다 지고, 밤이 오고.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 감각이 완전히 차단되면, 끝내 정신에 이상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약하기 짝이 없는 생물이니까.
그리고 한가지 더.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 문제였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판별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여러분 모두 악몽을 꾸거나, 밤에 혼자 거닐다 보면 괴물이 나오지 않을까 겁에 질리곤 하겠지?
하지만 그건 대체로 지금까지 보아온 이미지에 기인하는 것이다.
즉, 자기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뇌 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뇌 속에 있는 경험과 기억 이외의 상상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보았다.
뇌 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을 듯한 공포를.
진정한 어둠이라는 극한 상황과, 극한까지 몰아붙여져 갈려버린 정신 속에서.
그들은 그 자신의 상상을 보고 미쳐버린 것이다.
단순한 뇌 속 이미지인데도, 그것에 미쳐버리다니.
역시 인간은 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다.
아, 어째서 그 사람들이 상상의 영역을 넘은 존재를 보았다고 생각하냐고?
실험이 끝난 뒤, 미쳐버린 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린 것은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저런 것들이 나온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존재도 있고,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도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누구나 납득할만한 존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간다.
최면이 점점 깊어지면, 이제 누구도 그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연구자는 이렇게 결론지었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한계를 넘으면 뇌 속 기억 이상의 존재를 보게 한다고.
그리고 최면에 걸린 이에게 [마지막으로 본 게 무엇인가?] 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실험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으니, 덤으로 말이지.
그랬더니 모든 이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어둠.]
그들은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빛이 사라진 어둠 뿐인 공간 속에서, 그들은 그 이상의 어둠에 삼켜지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