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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의 첫 단추는 지금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922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8/11 16:18:4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순진, 단추




사람의 첫 단추는 어디일까

출생일까

부모의 결합이 자신의 처음이 아닐까

학교의 졸업을 첫 관문이라 할 수 있을까

첫 직장일까

본인의 결혼일까


인생의 첫 단추는 내가 가고자 한 길을

처음 시작한 날이 아닐까

나는 글을 쓰며 살고자 꿈꾸어 왔으니

그 꿈이 있던 열다섯에 첫 단추를 꿴 것이 아닐까


아니다

나의 첫 단추는 지금이다

나는 지금부터

나로 말미암아 나를 아는 누구든 기뻐하며

누구든 해가 되지 아니하며

나로 하여금 그가 득 되게 도와주며 살리라

그리하여 늘 새로운 단추를 꿰리라

육과 영을 다하여

 

 

 

 

 

 

2.jpg

 

박재삼, 매미 울음 끝에




막바지 뙤약볕 속

한창 매미 울음은

한여름 무더위를 그 절정까지 올려놓고는

이렇게 다시 조용할 수 있는가

지금은 아무 기척도 없이

정적의 소리인 듯 쟁쟁쟁

천지(天地)가 하는 별의별

희한한 그늘의 소리에

멍청히 빨려들게 하구나


사랑도 어쩌면

그와 같은 것인가

소나기처럼 숨이 차게

정수리부터 목물로 들이붓더니

얼마 후에는

그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맑은 구름만 눈이 부시게

하늘 위에 펼치기만 하노니

 

 

 

 

 

 

3.jpg

 

김혜순, 생일




아침에 눈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어갈 때

발밑에 쌓이던 가시들

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뽀족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

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되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 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아주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4.jpg

 

고증식, 단절




갯바위에 앉아

하염없는 햇살 받는다

집 떠나온 지 며칠

전화라도 할까 했으나

저만치 던져버린다

전화기의 파장이

이 맑은 햇살들을

토막내 버리면 어쩌나

 

 

 

 

 

 

5.jpg

 

최영철, 밤에




하늘로 가 별 닦는 일에 종사하라고

달에게 희고 동그란 헝겊을 주셨다


낮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밤에 보면 헝겊 귀퉁이가

까맣게 물들어 있다


어두운 때 넓어질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다 새까매진 달 가까이로

이번에는 별이 나서서

가장자리부터 닦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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