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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막제작자 단속에 관한 생각..
게시물ID : mid_92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3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30 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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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대란에 관해서는 저작권자들의 권리 행사가 옳은게 맞습니다.
허락없이 자막을 제작해 배포하는 행위 역시 원작에 대한 저작권 침해일테고, 이렇게 자체적으로 유저들이 제작한 자막들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영상 파일에 사용되어 온게 사실이니까요.

다만 이번 고발 상황이 지금 떠도는 소문처럼 특정 업체가 미드의 국내 모바일 판매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단순 고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고 할만큼 어렵고 민감한 일입니다. 원작의 언어와 번역하고자 하는 언어 간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원문 글의 미묘한 어감, 어투, 중의적 표현, 상징 등등을 전혀 다른 문화권의 다른 언어로 최대한 잘 살려내기 위해 어느정도는 스스로 창작을 해야하는 부분도 생기죠. 거기에다 원작의 수많은 고유명사, 인물관계, 캐릭터에 대한 이해 등등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국내 번역업계가 이러한 미묘하고 섬세한 부분들을 잘 살리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닥 긍정적 답을 할 수가 없을겁니다. 워낙 시장 자체도 작을 뿐더러 적은 페이와 열악한 작업환경 덕분에 실력 떨어지는 번역가들이 판을 치거나, 실력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번역을 할 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죠. 적은 페이 덕분에 번역가들은 다작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나고, 가뜩이나 다작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번역 일정도 촉박하게 주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작품에 대한 이해,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올까요? 자기 번역본에 문제가 없는지 수없이 체크하고 다듬을 시간이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번역 시장은 정체되고 와중에 일부 실력 미달의 번역가들마저 여전히 판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봅니다.

드라마건 영화건 제작사는 잘못된 번역이 자기들이 애써 만든 작품의 퀄리티를 심하게 망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배급사는 대충 발로 자막 만들어 입혀도 어차피 팔릴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하구요. 촉박한 상영일자를 맞추기 위해 극장개봉작에 대한 번역작업은 엉터리로 했다 치더라도, DVD나 블루레이로 나오는 2차 시장에서조차 자막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건 그냥 팔기 싫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아요.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2차 매체 판매는 다 죽은거 아니냐, 거기에 신경써봐야 뭐하냐고 불평할지 모르지만, 그나마 그 다 죽은 시장에서도 꿋꿋하게 그걸 사주는 이들은 자막 오역 한 두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니아 층입니다. 번역작업을 날림으로 해버리는건 그나마 남아있던 고객층에게조차 외면받겠다는 포기선언인거에요.

번역가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번역시장을 활성화시키는게 그렇게나 금전적 부담이 되는 일이라면, 다른쪽으로 대안을 찾아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합니다. 유명 게임 제작사 밸브가 온라인 다운로드 게임 마켓 스팀에서 자사 게임들을 판매할때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해 각국의 언어로 번역을 하곤하죠. 유저들이 서로 센스를 살려 번역을 하면 유저들끼리 서로 호응을 해가며 선택하고 다듬어가는 식입니다. 만약 미드나 영화의 모바일 다운로드 마켓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방식을 참고해 보는게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아마추어 번역이 가능한 유저들 중에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매니아들이 자막을 만들어 올리면 다른 유저들이 그 작품을 구매해 감상할때 그렇게 올라온 자막들 중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자막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를 하게 만드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퀄리티가 괜찮고 자기 입맛에 맞는 자막을 추천하고 선택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배급사나 서비스 제공 회사 측에서는 과도한 욕설이나 지역비하 등등 문제가 있는 자막을 일부 악성 유저들끼리 조작질로 추천수를 올리는 행동 같은 반달리즘만 막아주는 식으로 관리하면 될겁니다.(이런 애들 어디가나 꼭 있긴 하죠. 대표적으로 일x충이라거나 x베x이라거나 그런 애들..) 높은 퀄리티의 자막을 제공해 추천수를 많이 받고 꾸준히 활동하는 순위권 자막 제작자에게는 해당작품의 판매량에 따라 소정의 대가를 지불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뭐 작품 구매를 위한 서비스 내에서의 캐시를 지급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느정도 동기부여만 해준다면 회사측에서도 유저 입장에서도 질 좋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은 자막을 만들고 또 접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이런식으로 한다고 해도 이건 온라인 다운로드 마켓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기존 영화 자막이나 케이블 TV 자막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기존 번역가들의 밥줄은 유지될거라 봅니다. 이에 대한 문제는 번역시장에 대한 파이 자체를 키워서 해결해야 할 문제겠죠.

지금 이뤄지고 있는 아마추어 번역가에 대한 단속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자기 권리 행사이기에 이견을 달 수 없는 옳은 일임이 분명하지만, 단속으로 끝내지 말고 이들을 합법적 테두리 안으로 포용해 유저와 저작권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발전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장 저도 마블 팬이고 에오쉴이나 캡틴아메리카2 dvd나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구미가 당기지만 마블 세계관에 대한 이해는 커녕 등장 캐릭터가 전편에서 비행기에서 추락한건지 기차에서 추락한건지도 분간 못하는 발번역 자막본이라면 사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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