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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Beta라는 앱과 함께 일어난 이상한 일들
Written by Hayong
1편
잠에서 깬 순간 보인 광경은 2살배기 아들이 내 폰을 갖고 노는 모습이었다. 아들에게 손을 뻗자 한바탕 징징거리며 울음을 터트린 후에야 핸드폰을 다시 돌려줬다. 혹여 전화나 문자를 하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전부 확인한 결과 별다른 건 없었지만, “Life is Beta”라는 새로운 앱이 홈스크린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저 단색의 파란 사각형 안에 동그라미가 있는 아이콘이었다.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일에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아내에게 키스하고 아들과 인사한 후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직장까지는 보통 40분 정도 걸렸기에 휴대폰을 꺼내 앱을 열어 보았다.
제일 처음 날 당황케 한 건 로딩 화면같은 게 아무것도 없었단 것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중앙에 캐릭터가 둥둥 떠 있는 화면으로 바꼈을 뿐이다.
그 다음 이상했던 건, 어떤 면에서 봐도 캐릭터가 나랑 똑같이 생겼단 것이다. 심지어 얼굴조차도, 아침에 이마에서 발견한여드름두 개까지 똑같았다. 살짝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캐릭터가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화면이 일초간 검게 변했다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을 때 하마터면 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캐릭터는 핸드폰을 보면서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몇 초 후, 화면 속의 지하철이 멈추고 몇명의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노란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지하철에 오른 순간 내 캐릭터가 빛나기 시작하며 화면이 멈췄다. 캐릭터를 터치하자 갑작스레 일어나 지하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하철 밖을 터치해 봤지만 화면은 계속 지하철 내만을 비추고 있었다. 방금 탄 여자가 이곳저곳을 맴돌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세 차례 주위를 돌아다닌 여자가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핸드백에서 총 두 자루를 꺼냈다. 양 총의 탄창이 비워지면서 지하철 내부는 곧 피와 도망가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총알이 떨어지자 그녀는 칼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핸드폰의 화면이 검게 변한 것과 동시에 지하철이 멈췄다. 고개를 들자 노란색 코트의 여성이 지하철에 오르고 있었다. 다시 생각할 새도 없이 곧장 뛰쳐나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 최근, 이 부근에 총기 사건이 있진 않았나 뉴스를 뒤져 봤지만 한참 후 점점 안심되기 시작하면서 직장에 도착해서는 한심한 게임을 믿은 내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지 자조하고 있었다. 사무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순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아내가 “제발, 제발, 제발 받아라.”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그 말을 꺼낸 순간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아내 말로는, 뉴스를 보던 중 내가 평소 출근 시간에 타던 지하철에서 총을 난사한 여자에 대한 소식이 나온 것이다. 아내의 설명을 듣는 순간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목구멍이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시 앱을 열자 내 캐릭터가 화면 중앙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계속 캐릭터를 두드렸지만 화면은 변하지 않았다. 홈 버튼을 눌러 앱을 지우려고 했지만 삭제 옵션이 뜨지 않았다. 극도의 당황과 공포에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쑤셔넣고 아침의 일을 지우려 애썼다.
오후 2시가 될 때까지 앱을 열지 않았다. 핸드폰의 진동에 화면을 켜 보니 “Life is Beta”에서 알림이 와 있었다. 로고 옆에 “새로운 경험”이란 글자가 떠 있었다. 진심으로 보고 싶지 않았지만 혹여 내게 다시 경고하는 건 아닐까 싶어 알림을 탭했다.
앱을 열자 부장의 캐릭터가 노트북을 두드리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화면은 곧 내가 부장의 노트북을 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노트북 화면 내에서 한 여성이 남자의 머리채를 그러잡아 들어올리고 있었다. 부장이 무언가를 타이핑했다. “손가락으로 눈알을 파내.”
여자는 남자를 잡고 있지 않은 쪽 손의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타이핑이 이어졌다. “그걸로 300이라고? 지랄하지 마. 200달러로 한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검지와 엄지로 남자의 왼쪽 눈알을 파내기 시작했다.
다른 장면을 보기 전에 홈 버튼을 눌러 황급히 앱을 닫았지만, 그 순간 다른 알림이 왔다. “119 불러.”라는 말만 간단하게 써져 있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119에 전화해 배차원에게 부장이 노트북으로 뭘 하고 있었는지 설명했다. 익명으로 부탁한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15분 후 경찰 두 명이 부장을 연행해 갔다. 전부 다 오해라며 애원하고 있었지만, 부장의 노트북 속에서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모두에게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게 오늘 받은 마지막 알림이었다. 다른 게 오면 알려줄게.
다들 조심해라. 누굴 믿을지 조심해서 선택해야 해.
2편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새로운 경험”이 뜨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빈 알림창을 보자 조금 안도되는 걸 느꼈다. 일을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 아침은 건너뛰기로 정했다. 매일 타던 지하철에 올라 계속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지하철이 내릴 역에 도착하고 직장까지 300미터 쯤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
점심 시간 중반까지도 아무런 알림이 없었다.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를 반쯤 먹었을 때 주머니 안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불안과 공포가 섞인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확인하자, “새로운 경험”이 떠 있었다. 알림을 클릭하자 언제나처럼 내 캐릭터가 둥둥 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캐릭터를 터치해 봤지만 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캐릭터는 흘러내리는 얼굴을 잡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고 했지만 곧 포기하고는 얼굴이 땅바닥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후 몇 초 후, 땅에 떨어진 얼굴이 사라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마냥 캐릭터는 다시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경계심과 함께 캐릭터를 다시 터치했다.
화면 전체가 어두운 붉은색으로 바뀌고 몇 초 후 가족 세 명이 집 앞 캠프파이어에서 식사하는 화면이 나왔다. 냄비에서 조금씩 고기를 꺼내 먹으며 음미하고 있었다. 남자 아이가 커다란 뼈다귀에서 살점을 뜯으며 냄비 주변을 춤추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지 약 5분 후, 한 남자가 진입로에 나타났다. 셔츠 오른쪽 위에 작은 쿠키 로고가 그려진 하얗고 빨간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가족과 고기 몇 조각을 먹었다. 소년이 남자 뒤로 걸어가 땅에서 피묻은 발을 집었다. 있는 힘껏 발을 차버린 아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이번엔 손을 집어들어 주위를 돌아다니며 들고 있는 마냥 행동했고 남자와 여자는 아이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가족이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지나가자 재생 속도가 빨라졌다. 마침내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문이 열리고 쿠키 셔츠를 입은 남자가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질질 끌며 밖에 나오고 있었다. 소년이 남자의 뒤를 쫓아 나와 등을 때리기 시작했지만, 남자는 아이를 밀어 넘어뜨렸다.
잠시 화면이 검게 변하고, 쿠키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가방 두 개를 꺼내 안으로 갖고 들어간 남자는, 대략 2분 후 다시 나와 앞문을 잠근 후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그 후 화면은 지멋대로 홈 스크린으로 돌아가 버렸다. 방금 본 내용을 어떻게든 이해하려 애쓰며 주머니에 다시 핸드폰을 넣었다. 두 개의 가방 안에 각각 남자와 여자가 들어 있었겠지. 소년은 이제 홀로 집에 남았지만 분해된 신체 부위들을 갖고 노는 걸 본 이상 딱히 불쌍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알림은 단순히 “카운트다운”이라 적혀 있었다. 앱을 열자 화면에 32라는 숫자가 떴다.
왠지 모르게 이 장소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누군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과 셔츠를 입은 사내가 있었다. 오른쪽 윗부분에 쿠키가 그려진, 하얗고 빨간 셔츠에다가 웃을 때 드러나는 누런 치아. 남자가 내게 기대어 입술을 귀에 누르며 속삭였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 순간 상체가 강하게 경련했고 자리에서 뛰쳐나가려 했지만 남자가 내 팔을 잡고 뒤로 잡아당겼다. 절망에 눈앞이 깜깜해짐과 동시에, 빈 손으로 남자의 눈을 세게 쳤다. 그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이 내 팔을 잡는 힘이 약해졌다. 이건 기회다 생각하고 남자의 무릎을 걷어찬 후 3초를 남기고 가게를 떠났다.
건물 옆으로 도망쳐 모퉁이에 숨어 엿보았다. 카운트다운이 0이 되었을 때, 빠르게도 가게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잠시 후 사람들이 가게에서 달려나왔다. 이곳저곳에 깊은 상처를 입은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괜찮아 보였다. 한 남자는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달려나와, 주차장 가운데에 다다라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문이 열리고, ‘누런 이빨’이 도살용 칼을 한 손에 쥐고 한 남성의 얼굴을 바닥에 끌며 나왔다. 차에 다가가 남자를 바로잡고 뒷자석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그때 본 남자의 얼굴을 뇌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건 영원히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 얼굴의 피부는 벗겨져 있었고 살점 또한 아스팔트에 끌려 이곳저곳이 찢겨져 있었다.
‘누런 이빨’에게 얼굴을 보인 이상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해 회사로 달려갔다. 내 자리에 도착할 때까지 발을 멈추지 않았다. 사무실에 도착해,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이 앱이 날 도와 준단 건 알겠지만, 제발 알림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
영 일할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해 대리에게 오늘은 이만 조퇴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답장까지 20분 정도 걸릴 터라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앉아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던 중 갑작스레 뜬 알림을 무심코 클릭했다.
이번엔 예의 그 캐릭터가 떠 있는 화면이 아니었다. 대신 아내와 아들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는 실제 영상이 나왔다. 화장실 창문 밖에서 찍은 듯 했다.
촬영하고 있는 사람이 깊게 내쉰 숨결에 창문에 하얗게 김이 서리기 시작했지만 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시간이 표시돼 있었다.
오후 1:35
카메라가 아래로 향하고 카키색 바지와 회색 신발이 비친 후 영상이 끊겼다. 화면이 하얗게 변하고 “당장 잡아”라는 메세지와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무실로 걸어가 책상에서 지칼을 낚아챘다. 상대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름은 브래드,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로 역겨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던 놈이다. 그 놈에게 다가갔을 때 화면에 아내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 떠 있었다. 확실했다. 놈의 목에 지칼을 여섯 번 내리 찔렀다. 사무실의 누군가 반응하기도 전에 회사를 뛰쳐나가 역까지 300미터를 쉬지 않고 달렸다.
집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경찰이 날 찾고 있겠지.
아내에게서 스무 통이 넘는 전화와 45통의 문자가 왔지만 확인할 생각은 없다.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확인한 것이 오늘 마지막으로 받은 알림이었다.
“잡았다”
진상을 밝힐 시간이다.
3편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내와 아들이 너무 그리웠다. 경찰에 자수하지 않는 이상 볼 일은 없겠지. 어젯밤엔 하수도에서 하룻밤 지새려고 해 봤지만, 밤새 여러 번 일어나 구토를 한 탓에 전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계속해서 아내가 보낸 전화와 문자 또한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아내가 음성 메세지를 남겨 놓은 걸 발견했다. 메세지 알림을 탭한 뒤 핸드폰을 귀에 가까이 댔다.
아내가 흐느끼며 말했다, “함께 해결할 수도 있었잖아. 어째서 스스로를 죽인 거야? 난 언제나 자기를 사랑한단 거 잘 알잖아. 당신 아들이랑 나는 언제나 자기 편이야.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한 거야? 왜 집에 돌아와서 어떻게든 같이 풀어 나가려 하지 않은 거야?” 더욱 커진 흐느낌과 함께 메세지가 끝났다.
페이스북에 알림이 40개 넘게 와 있기에 내 프로필 페이지를 열었더니, 오래된 친구들, 얼마 안 된 친구들 등 이런저런 사람들이 포스트를 남겨 놓았다. 명복을 빕니다, 너무 일러, 대체 왜 그랬어 등등…또한 모르는 사람들이 살인자 혹은 속이 시원하네 라는 글을 남겨 놓았다.
그 와중 프로필 사진이 없는, 올리브 존슨이라는 사람이 “녹화 즐거웠어”라는 제목과 함께 한 영상을 올려 놓았다. 영상을 재생하자 완전히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입에 총구를 물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남자는 내가 다니는 회사 앞에 서 양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다. 경찰들이 제지하려 다가가자 그는 눈을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영상을 끄고 조용히 앉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 했다. 생각을 이어가는 도중 핸드폰이 두 번 진동했다.
화면을 켜자 Life is Beta에서 온 두 개의 알림이 보였다. 첫번째 알림을 터치했다. “위를 봐” 위를 올려보자 하수구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두 번째 알림을 보았다. “받아.” 팔을 뻗어 남자가 아래로 던져준 옷을 받았다. 붉은 셔츠와 카키색 바지, 회색 정장 구두였다. 하수구에서 나왔을 때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핸드폰이 다시 진동해 새로운 알림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보고 싶으면 당장 집으로 가.”
제일 앞의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내 집주소를 불러 주었다. 집에 도착한 순간 돈이 한 푼도 없단 걸 깨달았다. 입고 있는 재킷의 주머니를 확인하자 20달러와 휴대용 충전기가 있었다. 거스름돈은 됐다고 말한 뒤 집 밖의 나무에 달려갔다. 다시 알림이 왔다. “올라가.”
나무를 올라 내 체중을 실을 만한 가지를 찾아, 그곳에 앉아 화장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내와 아들이 화장실 바닥에서 노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어야 했지만,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었지만 카메라 앱을 열고 비디오를 찍기 시작했다. 뜨거운 숨결이 차가운 창문 유리에 닿아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 둘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흘러 얼굴에 맺혀 떨어지고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고 있었지만, 나는 다시 그들 옆에 있기 위해서 세상 그 어느 것이든 줄 수 있었다. 몇 초 후 아내가 고개를 들어올려 빠르게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나무에서 내려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 나 자신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스스로 만들어낸 이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돌려, 아들이 그 저주받은 앱을 받지 않도록 언제나처럼 캐비넷 안에 핸드폰을 숨겨 놓고 싶다. 아들을 원망하는 건 아냐, 그저 그 아이가 내 핸드폰을 만지지 않았더라면…
진동을 느낀 순간 다리를 멈췄다. 알림을 탭하자 영상이 있었고 밑에 “어디서 본 거 같지?”라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최대한 멀리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이 앱만이 유일하게 나를 계속 살려두고 있단 걸 알았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저…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아내라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비밀로 해 주겠지…하지만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진동이 울리고, 그들에게서 또다른 알림이 왔다.
앱을 열자 내 캐릭터 양쪽에 버튼 두 개가 있었다.
“죽이기” 그리고 “살해당하기”
역겨워. 주머니에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고 계속해서 걸어 내려갔다.
또다시 진동이 왔지만 무시했다.
세 번째로 진동이 왔을때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무시하려 했다. 발이 꼬여 넘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 즉시 계속해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자 지칼로 브레드의 목을 찌르는 내 모습이 있었다. 다른 영상에서 브레드는 집에서 뉴스를 읽고 있었다. 신문 날짜는 내가 그를 찌르기 전날이었다.
브레드는 자신에게 다가온 개를 발로 밀었다. 여자가 들어와 그를 향해 소리지르기 시작했고, 브레드는 일어나 맞서 고함질렀다. 여자가 그를 뒤로 밀기 시작했다. 브레드가 그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를 미는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브레드가 여자를 밀었다. 단 한 번. 그게 다였다. 여자가 넘어지며 머리가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 머리가 불가능한 각도로 구부러졌고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영상은 그 후 브레드가 여자의 몸을 냉동 박스에 구겨넣는 장면으로 바꼈다. 그녀의 몸은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는 뼈가 부서질 때까지 계속해서 그녀를 눌러 넣었다.
영상이 끝나고 또다시 두 개의 선택지가 떴다.
이게 모두를 위해 적는 마지막 글일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혹시 누군가 “Life is Beta”라는 앱을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선택받았단 의미이다. 그 사람 또한 마지막 선택지를 받게 되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미쳐 버린다. 이 앱은 당신을 그들에게서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다만, 그저 당신의 삶이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으리란 것만 알아두길 바래.
선택해라, “죽이기”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마들을 지워버리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 썩은 영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