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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훈, 하루살이
짧다고
말하지 마라
눈물이 적다고
눈물샘이 작으랴
서윤규, 눈물
또 다시
네 몸속을 흐르던 물이
역류하듯 밖으로 흘러넘치는구나
올 장마엔
어느 저수지에 가둔
슬픔의 둑이 무너져 내린 것이냐
장철문, 내 복통에 문병 가다
그가 통증을 알려왔네
그의 문병을 갔지
그는 아프고
그의 곁에 앉아 있었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구가
그의 이미를 짚으며 혀를 찼네
그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
친구는 조용히 일어나 돌아갔네
그는 앓고 있었네
아무 걱정도 없이 앓고 있었네
그를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친구들이었네
그와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았네
통증은 그의 몫이고
불안과 걱정은 그의 몫이 아니었네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네
그는 아프고, 그의 곁에서 바라보았네
그 또한 통증을 두고
돌아갔네
통증도 돌아갔네
심언주, 꽃밭에 누워
식물원에 손톱을 던지면
떡잎이 새로 돋는다
마구 팔을 휘저으면 나무가 자라고
나무는 자주 말투를 바꾼다
아카시아 꽃들
조금 희고 조금 검고
역류를 견디느라
비린내가 나는데
꽃이 꽃을 복사하고 있다
꽃 노릇은 지루하다
허충순, 가로등이 하얀 밤
가로등이 하얀 밤
가로등 밑에 얼굴을 쥐고 있는 사내가 있다
담배는 꺼진 채 손에 들려 있다
그 손에 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거친 삶의 한 켠
잠잠해진 그는 눈을 아래로 깔고 있다
모든 걸 잃진 않았다고
얼굴을 쥔 손바닥을 가만히 떼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