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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의문의 아빠
게시물ID : panic_923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벼리
추천 : 23
조회수 : 25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5 23:03:26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임.
그때 유치원에 다닐 나이였던 다섯살 어린 여동생은 감기 같은 사소한 잔병치례가 많아서 동네 병원을 자주 다녔음.

그 날은 내가 반팔을 입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건대 여름이었고, 
아빠 차를 타고 급하게 병원에 갈 일이 생겼던 걸로 기억함. 그날도 동생이 좀 아팠던 모양임.
새벽이었는지 밤 늦게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열살 어린애는 이미 잠들었을 시간대의 밤이었던 걸로 기억함.

인천의 ㄱ병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꽤 큰 병원인데도 그날 거긴 사람이 유난히 없었음.
복도 의자에 엄마와 동생은 대기하고 있었고
아빠는 심란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러 흡연실을 왔다갔다했음.

엄마와 동생이 있는 하얗고 길게 뻗은 복도, 그리고 복도 끝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그리고 복도 끝에서 꺾어 들어가면 흡연실이 하나 나오는데
흡연실로 가는 길은 병실 문도 닫혀 있고
복도 전체가  전부 불이 꺼져 있었음.어두컴컴한 복도를 한참 걸어 들어가면 복도 끝에 흡연실이 있는 구조였음.

나는 그저 동생이 아프거나 말거나 남들 자는 밤에 깨어 있는 게 너무 신이 났음.
그래서 아빠를 쫓아 쪼르르 흡연실로 달려가기도 하고
어두운 복도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다시 엄마 옆에서 종알종알 놀기도 하고 있었음.

그렇게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 옆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앉아 있는데,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던 아빠가 흡연실 복도로 들어가는 것이 보임.
나는 신이 나서 아빠!!!하고 소리치면서 아빠한테 달려갔음.

근데 그렇게 크게 소리쳤으면 분명 돌아봤을 아빠인데,
유난히 축 쳐진 어깨로 복도를 걸어가는 아빠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임.

-아빠!!아빠!!나도 같이 가!!
아무리 소리쳐도 대여섯걸음 앞서 걷는 아빠는 절대 돌아보지 않았음.

그리고 흡연실에 도착했는데, 아빠가 없는 거임.
다시 말하지만 흡연실은 막다른 길이라 사람이 숨을 수도 없고, 사라질 수도 없는 구조임.

돌이켜보면, 아직도 생생함.
사방이 어두운 복도 맨 끝에 노랗게 불 켜진 작은 흡연실,
그리고 흡연실 창문에서 소리없이 나부끼던 커튼.

분명히 아빠를 봤는데...아빠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른 아저씨였을까?그러면 다른 아저씨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는게 당시에는 무서움보단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 뿐이었음.

그렇게 이상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다시 걸어서 엄마가 있는 복도로 나왔는데, 2층 계단 입구에서 "xx야~!!"하고 아빠가 너무 밝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님?
분명 아까까진 너무 침울한 아빠였는데, 2층에서 내려온 아빠는 너무너무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음.
-아빠 어디갔었어?!
-응?아빠 병원 구경하려고 2층 올라갔다 왔었지~ 우리 딸은 어디 갔다 왔어?

그때 옆에서 앉아있던 엄마 왈,
니가 아까 여기 앉아있더니 갑자기 아무도 없는 빈 복도를 보고 아빠!!하고 뛰어가더라?? 뭘 잘못 봤나 싶어서 그냥 돌아오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동생은 지금 세상 누구보다 건강해서 키도 쭉쭉 크고 나보다 더 힘도 쎄고 세상 건강한 자취생이 되었음!
그 사건은 지금도 인생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음.
아빠도 다른 아저씨도 아닌,아빠를 닮은 뒷모습의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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