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게에는 자주 보이는 글과 댓글의 유형이 하나 있습니다 연인/배우자에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글과, 그 밑에 달리는 "헤어지세요"라는 댓글입니다. 그리고 보통 그 댓글에는 꽤 메달이 달립니다.
이 점에 대해 불편하다고 느끼신 적 없나요?
물론 헤어지라고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고민이 이성문제에 관한 것이며, 도저히 관계를 유지해서는 해만 될 것 같은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댓글다신 분들은 글쓴이가 (정상이라는 범주의 기준에서) 더 나은 사람을 만나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론 그런 댓글을 달아달라는 투의 글이나, "헤어져야 할까요?"라고 대놓고 묻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마지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헤어져라/이혼하라"는 명령형 문장의 사용은, 어쩌면 도를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살인범도 사랑할 권리가 있고, 살인범을 사랑할 권리도 있는 거라고. 연인이 다섯 번 바람을 피워도 그 사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연인이 마마보이이거나 범죄자라도 그 사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관계라는 것이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에 글쓴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위험해 보인다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행실이나 사회적 기준이 맺고끊음을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 그 자체가 위법한 경우는 다른 경우이겠지요.)
아무리 댓글에서 견더라, 또는 헤어져라라고 한다고 해도 결국 선택은 글쓴이 본인의 몫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댓글이 실제 결과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누군가의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을 다른 사람이 결론 내리려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의 고민에 대해 "너무 피해보고 있는 것 아니냐", 혹은 "잘 판단하고 있는 건지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와 같이 충고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게에서 보이는 댓글, 특히 많은 추천을 받는 유형의 댓글들은 때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네요.
간단하게 쓰려 했는데 생각을 설명하려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