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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물품 찬양하는 친구
게시물ID : humorstory_4290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간암탉
추천 : 3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07 11:13:42
때는 막 고향에서 서울로 상경하고 5년 지기 친구와 작은 옥탑방에서 동거를 하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살던 고향은 한 겨울이 되어도 영하 5도 이하로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온실효과를 제대로 받고 있는 따뜻한 동네였다.

당시 서울로 상경한 계절이 겨울이었는데 우리 둘 다 추우면 얼마나 춥겠냐며 어차피 서울도 사람 사는덴데 하는 심정으로 반팔에 패딩 입고 왔다가 온 몸에 혈관이 얼어서 죽을 것 같은 경험을 처음으로 해보고 이 후 약 두 달간 출근 외엔 바깥 출입을 안하는 지경이 되었다. 
집에 두 달간 있는 건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이 기나긴 겨울을 남쪽 동네 촌뜨기 둘이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여튼 집에 두 달간 있다보니 상경하며 가져온 생필품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고 그 중 중요한 생필품이던 바디 샴푸가 완전히 동나버리는, 깨끗함을 중시하는 시커먼 남정네 둘이 절대 견딜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분명 둘 중 누군가는 오늘 안에 혈관을 터지는 사고를 감수하면서 바디 샴푸를 사와야하는 크나큰 임무를 맡아야 할 터. 
그래서 우리는 고래적 결정방식인 가위바위보를 통해 책임전가를 시도했고 결국 가슴아프지만 친구가 이 칼바람을 뚫고 바디 샴푸를 사러 출발했다. 

나는 친구가 가다가 얼어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면 양말과 양모 츄리닝, 패딩을 입은채 컴퓨터에 빠져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밑으로 허옇고 끈적거리는 액체를 줄줄 흘리며 들어오는 친구를 볼 수 있었다.
다행이 어디 동상 걸린 곳은 없는 것 같았고 친구의 이마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뛰어갔다 왔는지 조금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친구는 생글생글 웃으며 야 마트 가니까 바디 샴푸가 엄청 싸네. 2개 만원이야. 나 정말 주부 다 된 듯. 이라며 으쓱해 했고 새로사온 바디 샴푸는 자신이 개시해 보겠다며  오후 1시 부터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난 바디 샴푸가 다 거기서 거기지하는 생각으로 컴퓨터나 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는데 욕실에서 마치 유인원이 불을 발견했을 때의 환희가 담긴 외침이 들려왔다.

"야! 대뱍이야! 서울 바디 샴푸는 거품도 안나면서 피부가 엄청 부드러워지네! 와 대박! 나 정말 잘 산 듯!" 

요즘 같은 대량생산 시대에 조선시대 같은 발언을 하며 친구는 얼어 죽을 뻔 했던 몸 이 곳 저 곳을 정성스레 씻어나갔다. 
그 때 난 의문이 들었다. 바디 샴푸가 거품이 안나? 이거 상식적으로 뭔가 이상한데 하며 1+1 만원으로 사온 바디 샴푸 중 친구에게 선택 받지 못한 녀석을 조심스레 들여다 봤다.
그 곳엔 이렇게 써있었다. 

피부의 촉촉함을 오래오래. 보습력이 뛰어난 "바디 로션" 

그랬다 친구는 지금...

"와 대박. 서울 바디 샴푸 짱짱. 크헤헤헤헤"

난 친구가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 할까 봐 약 한 달간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진실을 은폐했고 친구는 한 달 동안 바디 로션을 쓰며 이 곳 저 곳에 자신이 산 서울산 바디 샴푸의 기적을 여기저기에 전파하며 살아갔다.

그래 친구야. 지금은 제대로 된 바디 샴푸 쓰면서 잘 지내고 있지? 이젠 정신 차리고 맹목적인 찬양하면 안된다?










 















 







 




는 내 얘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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