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에 유럽여행과 군대문제로 올해까지만 하고 야간학교 교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학생들과 같이 지리산 천왕봉을 캐릭터양말과 2만원짜리 운동화를 신고 정상까지 가보기도 하고, 영화도 보는 등 기억에 남는 여러가지 일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제가 교사대표로 있으면서 60만원 상당의 책도 기부(나눔)받고 학생 수도 50프로 늘렸다는 점은 뿌듯하네요.
그렇게 1년가까이 하면서 느낀 점은
1. 학생들은 참 어리다.
한국사 시험대비 수업을 하면서 인식하게 된건데 2000년생이더군요. 한일월드컵을 잘 모른다길래 큰 충격이었죠.
또한 아직 미래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고, 기본 상식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에 대해 잘모르지만 선생님들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잘 수용하더군요.
2. 봉사는 엄청난 고통이다.
올해 초에 전직 교사대표의 어긋난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도 급감하고 선생님들도 학점을 위한 봉사시간을 다 채웠다는 이유로 대부분이 나가시더군요. 제가 교사대표가 된 뒤로는 봉사시간 기록도 추가로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물론 그렇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취업문제를 비롯한 개인사정으로 나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학점을 위한 봉사 시간을 원했던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9월부터 교사대표가 되어서 학생들 모집도 초, 중학교에 전화하거나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했지만 학생들도 오지 않고, 교사모집 글도 수 차례 올렸지만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한 당일날 연락두절, 발신정지가 되거나 신청 후 며칠 뒤에 못하겠다고 하는 등 멘탈이 붕괴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거기다 작년부터 시청 지원금도 끊기게 돼서 선생님들 사비가 지출되는 것도 많아지게 됐죠.
그러면서 느끼는 점인데 아무 이유없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봉사를 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당장 저조차도 필요한 봉사시간은 다 넘긴지 오래라 야간학교를 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수많은 멘붕과 적자를 겪으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더 이상 선생님들이 나가면 야간학교가 유지될 수 없기에...
여기저기에 들리는 대가없이 봉사를 한다는 분들이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