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집은 딸네미가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이 코피를 쏟는다!! 그러면 어이구~ 피곤했구나 하면서 우쭈쭈 해주시나요?
전 어릴때부터 코 혈관이 약해서 코피가 무척 잘 터졌어요. 코 세게 풀면 푸왁!! 놀래도 푸왁!! 초딩때 반 남자애가 장난 치다가 제 뒷통수를 쳤는데 코피가 나서 걔가 식겁했죠. 죄지은 얼굴로 엄청 미안해 하는디... 바로 양호실행. 사실 그럴 필요 없었는데 떠밀려서.
치과가서도 덧니때문에 앞니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또 코피 팍!! 뒤에서 누가 놀래키면 바로 퐉!!
저희집에서는 코피 났다고 하면 어릴때부터 알아서 지혈등의 처리하고 세면대에 피 깨끗하게 닦고 나와!! 하는 어무니 잔소리는 덤.
이게 피곤해서 그런 것도 아닌게 꿀잠 자면서도 코피가 나서 베개며 얼굴이 온통 피범벅된 채로 일어난 적도 많아요. 거의 호러 수준. 이젠 자다가 코에 뭐가 흐르는 느낌이 나면 일단 코막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행. 열에 아홉은 영락없는 코피가 맞심다. 쌍코피도 자주 터져요. 숨쉬기 곤란. 만화가게서 만화보다 코피 났을땐 개당황.
일주일에 한두번씩 코피가 나다보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익숙해진 상황. 사실 이거 유전적 요인이 큰게 제 아빠도 저랑 비슷하거든요. 매번 코피 질질 흘리는 모녀에 익숙해진 가족들입죠.
하도 힘들어서 초딩때 결국 콧속을 지져서 피부를 두껍게 만들어 혈관을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술을 며칠에 걸쳐 받았어요. 한번 코피가 나면 간단히 지혈되는 경우도 있지만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써도 안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전설에 따르면 아빠는 어릴때 코피를 요강 한통 흘린적도 있었대요.
하여튼 그 시술 이후 한동안 나이지나 싶더니 격동의 사춘기로 미친 성장력을 보이면서 코도같이 성장했는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코피는 남들보다 잘 흘려요. 술에 꽐라되서 토하면 코피도 같이 나요. 혈압이 올라서. 요즘은 한달에 한두번쯤 흘리는 듯.
어릴때 가장 많이 먹은 반찬 중 하나는 연근. 소간과 지라도 무쟈게 먹었어요. 몇십마리 잡아묵은 듯. 소야, 미안해. 나도 살려고 그랬어.
좋은 점은 덥고 습한 날 체육하기 싫으면 코를 쎄게 풀고 코피 질질 흘리면서 아픈 척 해가면서 그늘에서 쉴 수 있었던 거!!
몇년전 어느날 아빠가 회사에서 어김없이 코피가 났는데 그날따라 몇시간 동안 지혈이 안되는 거예요. 결국 응급실행. 제가 어릴 때 받았던 콧속 지지는 시술도 받고 오셨어요.
문제는 그 이후. 친가쪽에 병력이 있었던 심각한 고혈압이 갑자기 생기셨어요. 그간 혈압이 오르면 코피가 터지며 혈압을 내려왔나봐요. 근데 이제 나올 곳을 잃은 피들이 혈압을 높여서 결국 혈압약을 복용하시게 되었어요. 그때 그 시술을 받은 걸 무척 후회하고 계세요. 피가 뇌에서 터지는 것보단 코피가 나으니까.
전 성염색체만 빼고 모든 유전자를 아빠한테 다 몰빵 받은 케이스라서 아빠가 갖고 있는 점 위치까지도 같을 정도. 유전자의 힘이란...;; 근데 혈압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콧속 지지는 시술은 절대 안할라구요. 아빠도 결사 반대. 코 혈관 약하신 저같은 분들 중에서도 이 시술 생각 중인 분이 있으시다면 심사숙고 해보세요.
소랑 싸워도 이길 것처럼 생겨서 코피 질질 흘리지만 그냥 이러고 살라구요. 생리기간에 코피 징하게 나면 빈혈 오지만... 요즘 영양제가 참 좋다 그쵸? 만화에서 자주 보이는 야한 거 보고 코피 퐉!! 나는 거... 만화의 과장으로 볼 수 있지만 제가 흥분하면 충분히 가능한 장면 맞심다. 음화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