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이 아닌 다큐라 '멜로 영화'란 표현이 적절한진 모르겠네요.)
전 멜로 영화를 좋아하진 않아요.
영화를 볼 땐 주인공들이 사랑스럽고 행복한 결말에 웃게 되긴 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늘 뒷맛이 씁쓸하거든요.
'과연 쟤들이 언제까지 사랑하고 행복할까?'
시간은 참 강력합니다. 그 뜨거웠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식고, 불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동화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서 막을
내리는 건,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의 식어버린 사랑과 구질구질한 현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일거에요.
물론, 영원한 사랑만이 가치가 있는건 아니죠. 한때의 사랑이더라도 아름답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동화책 땐 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 깊은 곳에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동경이 있답니다.(다들, 그렇지 않나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서로 장난치고, 매일 커플룩을 입고,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늙은 연인의 모습은 TV속 젊고 아름다운 커플들보다 더 사랑스럽죠.
근 80년 동안의 수많은 사건들과 늙어버린 육신도 그들의 사랑을 깨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할머니가 우시는 걸 보면서 슬프면서도 내심 부럽더라구요.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 하고.
이 영화가 픽션이었다면 '역시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사랑이야.'라며 시큰둥 했을 겁니다.
하지만 종종, 현실은 픽션을 뛰어넘죠. 사랑에 냉소적이 되어가는 요즘, 그 무엇보다 강한 노부부의 사랑에 숙연해지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