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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 시간, 나는 어떤 표정일까
게시물ID : sisa_925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0
조회수 : 1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09 07:53:41

내일 이맘때, 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떤 모습을 보고 있을까요? 새벽에 일어나 망연자실한 눈으로 속보를 바라보던 4년 전의 마음은 아닐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또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아 개혁의 동력을 받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선거에 참여하진 못하지만, 기대는 할 수 있겠지요. 아침부터 일하면서 매우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뭐, 한국 선거가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해도 천지 개벽이 갑자기 일어나 한국이 확 달라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우리가 지금껏 생각하고 있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꾸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거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문제는 당선 이후겠지요. 당장 부딪혀야 할 기득권의 반발, 그리고 이해득실이 다른 정치세력들의 비협조적 태도, 기대가 큰 국민들의 실망. 이런 것들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새로 집권하는 세력의 국정 목표가 될 것이고, 어떻게든 개혁을 막아보려는 세력에게 발목잡히는 안타까운 모습 때문에 그를 지지했던 이들의 실망도 있겠지요. 

내일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가졌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를 알게 될 순간들이 올 것, 분명히 압니다. 정치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필요할 겁니다. 저는 그의 편에 설 겁니다. 어쨌든 지난 몇 년을 그를 바라보며 희망을 걸었으니까. 

박근혜가 마련해준 이 잔치, 하루는 확실히 즐기렵니다. 바라보면서 마음 조마조마할 때도 많겠지만, 어차피 촛불을 들고 나왔던 그 민심이 아니라면 새로 태어나는 정부가 성공의 길을 걷기는 힘들 겁니다. 유시민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진보적 어용 지식인' 들이 많이 필요할겁니다. 삶이 확 바뀌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몰상식을 상식인양 만들어왔던 세력들이 권력의 정점에서 퇴출된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만들 겁니다. 

이곳 시간으로 내일 새벽이면 당락에 관해 자세한 내용들이 발표되겠지요. 내일 저녁엔 이곳에서 함께 촛불을 들어 온 지인들과 만나서 술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마음조여 온 사람들과 축배 한 잔 나누는 것은 여기서 함께 촛불들고 마음을 모았던 이들에겐 작은 상이 되겠지요. 내일 지나면 다시 나라걱정을 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그 걱정엔 희망이라는 감미료가 듬뿍 들어가 있겠지요. 

기대와 걱정이 섞인 날, 점심시간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내일 점심시간에 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을까요. 사람이 미래를 유추할수는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은 기대치를 높이는 것일까요, 혹은 걱정을 만드는 것일까요. 지금 당장 저는 기대감이라는 것으로 더 가벼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내일, 함께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하루는 그런 마음으로 기뻐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그런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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