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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92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10
추천 : 6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10/14 17:34:05
별리

어제는 별이 지는 날이었고 
나는 멀리 사막에 누워 강 너머 은하를 헤아리며 앓았다
모든 예언이 빗나갔으니
나는 다시는 예언을 믿지 않기로 결심했고
죽어버린 예언자는 책임지지 않기로 결심한 듯 말이 없다

어제는 그제만큼 더운 날이었고
나는 마침 눈이 불편해 축복을 피해 이방인으로 울었다
기대만큼 시원하지 않았으니
나는 다시는 수음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어제는 별이 진 날이지만 그제만큼 더운 날이었고

나는 이미 알지만 더 앓아야겠다


--------------


단추의 안부

내 말투가 찬 것은 저승의 온기를 옮겨 적는 탓이야
별의 숨결이 읽히지 않는 것은 악몽의 꼬리가 긴 까닭이야
사막에서는 동그란 겨울이 늘 그리웠어
멀리 서늘한 바다 너머로 시가 달게 타던 밤
좁은 주머니로 무릎을 당겨 울던 뱀이 묻던
구름에 주름을 접던 단추의 안부를 묻는 법
똑똑똑똑딱똑딱
전생의 어머니가 성장판을 닫으며 죽는 소리를 들었어
겨울의 달은 길고 뜨겁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은
이 별의 누구도 가져보지 못 한 한파가 아직
온전히 내게 박혀 작동하는 뜨거움 때문이야
겨울은 늘 가장 따듯한 계절이라
가장 포근한 날갯짓으로 속삭이던 갈매기가 죽은 숲에는
접힌 무릎의 미지근한 산통이 흐르곤 했어
눈이 오면 나는 잊혀질 것이라
오려붙인 달에 부쳐 내 틈의 모래를 흘리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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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큐의 호텔

모든 것을 버리고자 하는 이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법이라
쓰레기통이 필요한 밤마다
내 한켠을 비워 팔고는 했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장사는 장사가 끝나도 끝이 없는 법이라

창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거든 손톱을 세워야 했다
눈알을 긁는 달빛이 따듯한 것은
사막이 그리워 외로워지기로 결심한 까마귀의
장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탓이라
바람이 많이 부는 밤이면
헹궈둔 편지를 꺼내 말리곤 했다
수익의 결과는 늘 매미의 사정으로 끝나는 법이라
시간을 잘라 팔면 흐린 베갯잇이 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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