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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너를 보내고
저 산 어깨가 흔들리는 건
그 너머 산 하나가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들길이 고개 떨구고 혼자 내려오는 건
내려오면서 자꾸만 뒤돌아보는 건
길 하나가 언덕을 막 넘어가기 때문이다
기슭에 주저앉은 노을 눈 그렁해지고
손 흔드는 막배는 멀어져 간다
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
이근대, 마음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흐르는 것은 흘러가게 놓아 두거라
바람도 담아두면
생각을 흔들 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두면
심장을 새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예쁜 사랑도 깊이 가지면
상처가 되니
물고기처럼 헤엄쳐가게 놓아 두거라
고두현, 달과 아이들
아프리카에선 죽은 사람에게
달의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은 없고
달만 있다
믿을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에 있고
아이들은
날 때부터
그렇게 배운다
사람보다는
사물에 더 자주 귀를 기울여라
문태준, 강촌에서
말수가 아주 적은 그와 강을 따라 걸었다
가도 가도 넓어져만 가는 강이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이해되었다
김종윤, 상처가 길이 된다
상처가 길이 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것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