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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국에서 기댈 곳 하나 없이...
게시물ID : gomin_926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pa
추천 : 0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2/04 07:18:13
안녕하세요. 제 얘기를 해볼게요. 

 여차여차 결심하고 오게 된 짧은 어학연수.
그렇게 설레는 맘을 품고 이곳 타국에 도착한 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이곳은 지역 특성상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을 보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은 동네랍니다.
그래도 역시나 학원에서는 어렵지 않게 우리나라 사람을 마주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다수를 차지하는 편은 아니었지만요...
점심시간이면 같이 모여 밥도 먹고 하더라고요. 물론 모두가 모일 순 없죠.
각자의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에 따라 같은 한국인과 마주 하길 꺼려 하고
자신의 과업에 충실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처음으로 먼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모든 주변 상황이 어렵고 힘든 것이 기정사실이지만
같은 의식주를 공유하며 살아온 형 누나 친구 혹은 동생이 주변에 있다면
어렵고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윈윈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루 온종일 붙어 댕기기만 한다면야 문제겠지만, 일부러 벽을 만들고 멀리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그들의 점심시간... 가래떡 뽑아내듯 모국어를 쏟아내도 들어줄 사람이 있으며,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떠드는 그 모습이
삶은 달걀을 먹은 것도 아닌데 자꾸 목이 메고 텁텁하고 답답한 제게는 산소호흡기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첫 주부터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마다 인사도 건네고 처음이라 익숙지 않다고 겸연쩍은 듯 통성명도 해보고 그랬어요.
(군 생활을 하며 외향적으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낯가림이 심한 제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죠.)
뭐 그닥 성과는... 없었죠.

 어느 날엔가 전에 없이 그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죠. 사실 제가 찾아갔어요. 같이 먹어도 되겠느냐고...
저는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차량의 행렬처럼 이어지는 그들의 말속에서 비보호 좌회전인 저에게 
입을 열 기회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구요. 
뭘 물어도 어쩜 그리 대답이 퉁명스럽고 형식적인지...

 '처음이라 그래. 몇 번 더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몇 명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웃으며 인사라도 하려던 찰나에
무슨 죄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떨구고 지나가질 않나 갑자기 먼 산을 쳐다보질 않나... 기가 차더군요.

 말도 항상 제가 먼저 걸고, 인사도 제가 항상 먼저 하고... 저만 바보, 호구 되는 것 같다가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언젠간 잘 어울려 지내겠지 싶었는데... 참 씁쓸하네요.
먼저 다가와 도와주겠노라고 어려운 점 있으면 말하라고, 낯간지러워서 이렇게 따뜻하게 해주진 못하더라도
사람이 마음을 열고 한 걸음 다가가면 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잘못 안 건가요...

외국인 친구들하고 지내면 되니까
외롭진 않은데... 이건 외로움 하고는 별개의 무언가 일 것 같네요.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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