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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이생진, 잠을 자야
잠을 자야
먼 거리도 좁아지는 거다
잠을 자야
물에 빠진 척척한 운명을
건질 수 있는 거다
잠을 자야
너와 내가 이 세상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거다
곽효환, 해 질 무렵
그림자는 조금씩 길어지고
그리움은 조금씩 짙어지는
더 이상 낮은 아니고 아직 밤도 아닌
사이의 시간
골목 가득 재잘거리던 아이들 소리 잦아들고
새들도 일제히 솟구쳐 하늘 높이 날았다가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 내려앉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시간
너는 멀리 말이 없고 나는
그 시간과 거리를 헤아린다
인적 끊긴 비포장도로에 붉은빛 비껴들고
털털거리며 떠난 것들이 남긴 뽀얀 먼지 속에
키 큰 느티나무 한 그루 우두커니 서 있다
김문배, 번짐의 속성
시작은 언제나
작은 스침이었다
유입된 감정은
경계를 벗어난 번짐으로
방향과 속도를 잃은 채
촉촉이 젖어 간다
체온을 공유하지 않고도
뜨거워진 심장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는
림프액처럼
무너진 담장을 넘어
몸 속 깊숙이 파고든다
수묵화는
경계를 벗어난 번짐이요
사랑은
기다림과 갈증의 미학이다
전윤호, 그 사람의 뜰
만날 때마다
다하지 못했던 말들
헤어진 뒤에야 아쉬워서
두고두고 꺼내보던 마음들
먼 길 다녀온 후에
담장 위로 슬그머니 본
뜰에
철쭉으로 피었더군
아주 만발했더군
조향미, 문
밤 깊어
길은 벌써 꾾어졌는데
차마 닫아걸지 못하고
그대에게 열어 둔
외진 마음의 문 한 쪽
헛된 기약 하나
까마득한 별빛처럼 걸어둔 채
삼경이 지나도록
등불 끄지 못하고
홀로 바람에 덜컹대고 있는
저 스산한 마음의 문 한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