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오유에서 거론되었던 정치인입니다.
박정희 테마밥상 관련해서 어떤 분이 쓰신 글에서 나왔더군요.
제 주변에도 오유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 모양인지
여기저기서 '당신 이야기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글쓰신 분께서 박정희 테마밥상에 직접 문제제기하고 답변도 얻어내셨던데
참여하는 자세에 대해 존경과 고마움을 보냅니다.
저는 해당글에서 잠깐 소개되었고 댓글로 이름이 밝혀진;;
김수민이라고 합니다. 2010년부터 4년간 구미시의원직에 있었고
현재는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 경북 사무처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인동동, 진미동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ㅎ
구미시의 잘못된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가웠습니다.
다만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고 그 오해가 구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제가 박정희 기념사업에 맞서면서
"갖은 협박과 회유에 시달렸"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처음 박정희기념사업을 비판했을 때 친박연합이라는 정당이 제게 사과or사퇴를 요구했지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박정희기념사업을 비판할 때마다 반대쪽에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왜냐면 저쪽이 택한 것은 협박이나 회유가 아니라 침묵과 뒷담화였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저는 민주노동운동과의 연대, 관변단체 예산 삭감 등 박정희기념사업 아니라도
제가 기득권세력에게 미운털이 박힐 만한 이유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고로 제가 그 문제 때문에 곤경을 겪고 재선 실패까지 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언론의 짧은 기사에서 그렇다는 단서를 얻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비교적 심층적으로 이뤄진 제 인터뷰를 보면 사뭇 다른 현실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에서 제가 외톨이였다고 표현되었던데 그렇다면 애초에 시의원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선거기간동안 많은 분들이(심지어 다소 보수적인 분들조차도)
제 정책활동을 호평하며 응원하고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박정희기념사업 비판으로 잃은 것도 없고, 또한 얻은 것도 없습니다.
박정희에 혹은 새누리당에 비판적이라는 시민들 상당수는
제가 아니라, 박정희기념사업에 대해 입 벙긋한 적 없는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구미 새정치연합 후보 중엔 심지어 공보물에 박정희 사진 넣고 찬양 멘트 넣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김수민이 박정희기념사업 비판해봤자 새누리당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작 새정치연합 후보 찍더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구미에 정치적으로 후진 면모가 있다면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새누리당이 강세라거나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고향이라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구미는 풀뿌리 주민운동 자체가 빈약하고, 자신이 개혁이나 진보에 속한다고 믿는 사람조차도
주구장창 중앙정치 이야기일 뿐 손수 참여하는 활동을 잘 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각자의 사정이나 사회의 각박함이 원인으로 깔려 있겠지만요.
또 구미가 정주율 및 정주의식이 매우 낮은 도시라는 점도 강력한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제가 올해 낙선했을 때,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은 57%였습니다.
생각보다 별로 안 되지요? 제가 낙선한 이유는 새누리당 강세 때문이 아니라
하나는 저를 비롯한 구미 풀뿌리정치세력이 미약한 데 있겠고,
둘째는 비판과 저항을 해봤자 새누리당 반대표를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세력이 아닌
지역 새정치연합의 정치자영업자들이 주워가는 현실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비단 구미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구미 시민들은 특별히 대단하게 보수적이거나 수구적인 분들이 아닙니다.
그점을 언제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박정희 기념사업 관련해 제가 자주 인터뷰에 등장했었고
그것은 구미에도 박정희를 비판하는 시의원 정도는 용인이 된다라는 징표였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시는 분들은 그게 아니더군요. 구미시민에 대한 원색적 비난들이 많았습니다.
에고.. 쓰려고 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길어졌는데
구미도 사람사는 곳입니다. ^^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