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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문정희, 눈물
네가 울고 있다
오랫동안 걸어 둔 빗장
스르르 열고
너는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네 작은 몸 속 어디에 숨어 있던
이 많은 강물
끝도 없이 흐르는 도끼 소리에
산의 어깨도 무너지고 있다
윤희상, 금붕어와 싸웠다
나에게는 금붕어가
어항 속에 있고
금붕어에게는 내가
어항 속에 있다
그래서
금붕어와
나는
밤이 새도록 싸웠다
조정권, 꽃처럼
몽우리 때가 좋았지
꽉 쥔 주먹처럼 그때는 속이 꽉 차 있었으니까
속을 내주고 나니 윤곽으로만 남았어
이제 나는 외곽으로 산다
그래서 꽃들은
겉모습으로 살며
제 자신이 버린 속을 들여다본다
이면우, 그 나무, 울다
비 오는 숲 속 젖은 나무를 맨손으로 쓰다듬다
사람이 소리 없이 우는 걸 생각해 봤다
나무가 빗물로 목욕하듯 사람은 눈물로 목욕한다
그다음 해 쨍하니 뜨면
나무는 하늘 속으로 성큼 걸어들어가고
사람은 가뿐해져서 눈물 밖으로 걸어 나오겠지
이태수, 글썽이다
물방울 속으로 들어간다
물방울이 된 나는
물방울 속에서 내다본다
투명하고 영롱하게
담백하고 정갈하게
풀잎에 글썽이는 아침 이슬
이슬방울로 잠깐
나도 햇살 받으며 글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