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제가 상병때 부대 내 해군모범수병으로 발탁되어 충무공훈련이였던가로 기억하는데 진해에 4박5일 파견을 가게된적이 있습니다. 해군 기초교를 마친후 다시 찾은 평일의 진해시내는 왠지 모를 여유로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진해 시내 한복판에서 나를 데리고 가줄 군용버스를 기다리고있는데, 그날 따라 정복입은 해병대 애들이 진해 시내에 많더군요..
처음에는 해병대애들이 휴가를 가나보다 했는데, 충무공훈련을 같이 받으러 가는 친구들 이였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닭장의 닭들처럼 버스를타고 진해 충무공수련원으로 입소하게됩니다. 대게 병장에서 상병급의 인원들로 구성된 우리는 서먹함에 말을 잃고 있었고, 내무반을 배정받게됩니다. 4인 1실으로 해병2명 해군2명.. 난 2층 침대에 누워있었고, 이내 한명씩 들어오고 자기소개를 하였습니다. 처음들어온 상병은 해병 805기였을겁니다. 나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있을 무렵 또 다른 해병이 들어오고, 서로 경례를 하면서 " 필승! 해병8xx기 상병 개똥이입니다" 인사를 하더군요..
깜짝 놀랬습니다. 뭘 저런걸 하나해서요..
해병 805기가 늦게 들어온 상병 808기를 보면서 바로 반말로 " 쉬어.."라고 하더군요.
전 그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야.. 그냥 다 고만고만하니까 여기까지와서 뭐 그러냐 걍 친구하자" 라고 하였고, 모두 동의한후에 재밌게 어울렸습니다. 룰루랄라 놀고있는데, 점호시간이 왔고, 점호청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해병대 병장이 오더니만 내무반 해병2명을 괴롭히더군요..
순간 이게 텃세인가? 했습니다. 그냥 누워서 노래를 흥얼거리니 그게 거슬렸는지 해병대 병장은 "얌마..조용히 안해?"라고 하더군요.. 설마 나한테 그랬겠어? 하면서 흥얼 흥얼 거리는데.. "야 해군" 이러더군요.. 설마해서 "저요?" 했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나 : 왜 반말하세여?
순간 해병대 병장은 움찔했는지, 너 순검(해군해병은 점호를 순검이라고했으나 내무부조리로인해 해군은 점호로변경) 끝나고 보자.. 하더군요
해병대 병장이 나가고 우리 내무반에 배정받은 마린2명은 "아 ㅆㅂ X됐다"라고 하더군요.. 저를보더니 야.. 너때문에 우리가 죽겠다.. 그러길래, 죽진 않을거니까 걱정마..라며 안심시켰습니다.
근데, 레알 점호가 끝나니 저를 데리러 오더군여..
순간 덜컹 겁이 났지만 최대한 건방져 보이자는 컨셉으로 츄리닝을 입고 런닝에 개목걸이(군번줄)을 덜거럭 덜거럭 거리면서 뭔데? 라고했죠..
그런 저를보고 병장은 옥상으로 잠시 가자고합니다.
저는 그래도 훈련 같이 받으러온 타부대이지만
해군선임들이 해병대 병장에게 뭐라고 크게 한마디
해줄줄 알았는데... 개뿔
마치 고등학생들처럼
"야.. 쟤네들 1:1로 치고 박고 싸운데"라며 소문을 내고 다니더군요..
당시 계단에 서있던 마린과 네이비들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것처럼 길을 비켜주더군요..
정말 아..이제 X됐구나.. 싶었습니다.
옥상에 올라갔는데, 해병대 병장은 진해 바다를 쳐다보면서, 아무리 타군이래도 병장한테 이러면되겠어? 라며 저에게 쏴붙입니다... 최대한 긴장을 안한것처럼 보이기위해서 담배를 한대 꼬라물었고 Zippo라이터를 꺼내들며 "퐁~"소리와 함께 불을 붙이고 한참을 담배 피우다가 꽁초를 던지며 작은목소리로 한마디 던집니다.
"왜 먼저 반말하세요?"
그랬더니, 뒤를 돌아 나를 떡 허니 바라보는데 순간 발이라도 날라올 기세라서 무서웠습니다.
제 뒤로는 싸움을 구경하겠다는 해군/해병애들로 가득한 상황이였고, 그 해병대 병장은 나에게 다가와서 작은목소리로 "반말한건 미안했어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에 질새라 "저도 잘한건 없었어요" 라고 했더니 저를 안아주면서 "우리 재밌게 놀다가요" 라고 하더군요..
그렇게되니까 해군수병 중 최고참이 "야..야..볼거없어..가자.." 이러더군요..
그 벌떼같이 모인 해군해병 병들이 순간 밀물 빠지듯 빠지는데
아 ㅆㅂ 세상에 정말 믿을 놈 없구나..싶었습니다..
그렇게, 충무공수련원에서 몇일이 갔습니다. 축구차고 국궁쏘고 함상견학시켜주고,한산도앞바다 갔다오고... 해병대애들은 함상견학을 시켜주니 신기해하고 해군애들은 함상견학 안가면 안되냐 떼쓰고..
마지막날
우리 안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데, 해군대위가 "여러분 무장간첩 김신조라고 아세요?" 라고 묻더군요.. 애들은 들어는 봤는데 잘은 몰라요.. 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그분 만날거예요..라고 하는 소리에 어떤 아저씨 한명이 들어오시는데 "그분이 제가 김신조입니다." 라고 하였죠.. 뭐 북한이야기 좀 해주시다가 남한이야기도 해주시는데 그냥 동네 아저씨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날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를하고 떠나려는데, 같은 내무반 썼던 해병대애들은 우리와 헤어진다고 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와..해병대 정말 가슴 따뜻하다..라는걸 느꼈죠.. 그후 그 친구들은 전화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몇달동안 부대에 전화가 오고 그랬습니다. 다들 잘 사는지 모르겠네염.. ㄷㄷㄷ
여기서 저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함부로 나대지말자...ㄷㄷㄷㄷㄷ
암튼, 그때 정말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