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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매뉴얼', 그 시스템.
게시물ID : sisa_92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굿씨네
추천 : 4
조회수 : 53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11/02 01:39:23
사회 조직 이야기를 할 때 '시스템'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이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다소 전문적인 분야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옛날엔 은행에 '번호표'가 없었다. 무턱대고 찾아가서 깔볼만한 사람이 있으면 새치기해서 창구에 먼저 몸 들이밀면 처리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다툼이 잦을 수 밖에...
그러나 어느 순간 '번호표' 방식이 도입되고 그 후부터는 온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대기순서가 많이 밀려 있으면 대기자가 그 사이 다른 볼일도 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대기인이 많지 않은 시골에서는 번호표보다 경로사상이 우선이니, 이 시스템은 적절히 한국화한 것이리라. 은행 자동화 창구 앞에도 '일렬서기' 시스템이 도입된 적이 있으나 공간적 이해부족으로 잘 실행이 안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유효한 시스템이다. 온 순서대로 줄을 서 있고, 가장 먼저 자리가 나는 곳에 가장 먼저 온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 누가 빨리 끝날지, 누구 뒤에 서야할지 가늠하려 눈치볼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초석이 바로 '매뉴얼'이다.

한국엔 매뉴얼이 너무 부족하다.
대형 재난 사고가 났을 때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하고 그 다음엔 무엇을,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단계적 절차(이것이 바로 매뉴얼)를 명시한 기록. 그것이 바로 매뉴얼이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먼저 사령부에 알리고, 사고의 경중을 판단해 승객 모두를 대피하게 하든지, 선로에서 대기하게 하든지 하는 기본적인 매뉴얼도 제대로 없고 교육도 이수되지 않으니 사고 당사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안전을 위한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도 마찬가지다. 가해 당사자는 >> 인사 사고 일 경우 1. 무조건 119와 경찰부터 부른다. 2.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 위 사고 표시를 한다. 3. 피해 운전자를 구난하되 절대 몸을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된다(경추 부위 부상일 경우 움직이는 게 더 위험)... 등의 매뉴얼만 제대로 교육이 되어도 비록 사후 수습이지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심장마비 소생술 같은 것도 전국민에게 매뉴얼로 교육돼 있다면 인명 손실은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별로 예를 들고 싶진 않지만, 미국의 경우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도 박물관에서 '경비'를 설 수 있다. 완벽한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9시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동편 서편 출입문의 이상유무를 점검하고(물론 여기엔 이상유무에 대한 매뉴얼도 있다. 심지어 동편까지 몇 발자국, 식으로 설명이 돼 있기도 하다), 남쪽 출입문에서 반대편 경비와 만나 이상유무에 대한 서류에 서명하고 교환한 후, 9시 20분에는 박물관 안내 데스크에 대기하며 점심 시간은 몇시부터이다. 또 A라는 일이 생기면 B라는 매뉴얼 대로 행동하며 C라는 일이 생기면 D라는 매뉴얼 대로 행동하라, 는 식의 디테일한 절차가 명료하게 기록돼 있어, 정신지체(정신적 문제아, 즉 미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능이 조금 달리는 분들)자라도 글을 읽고 행동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뉴얼이 지상최대의 '해결책'은 절대 아니며 사람이 사는 사회엔 매뉴얼대로의 사고만 일어나는 게 아닌 것을 분명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매뉴얼만 있다면 더 큰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그에 따른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어떤 사고라도 반드시 순차적으로 해야 할 기본적인 방침은 정해져 있다. 강도 피해를 당했을 때 '강도 잡아라' 목이 터지게 외치는 게 첫 순서는 아니지 않는가? 기본은 반드시 있고(이게 원칙이다. 강도는 잡아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교육(이게 매뉴얼이다. 순서대로 하면 된다)된다면 사회는 좀 더 안정적(이게 시스템이다. 전체를 아우른다)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놈의 2010년 대한민국엔 원칙도 시스템도 매뉴얼도 없다 보니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늘 불안하고 막상 사고가 터지면 모두들 우왕좌왕 갈피를 잃는다. 물론 이 모든 원인은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질 않는 세상인데 그 무슨 똑바로 된 매뉴얼이 있겠으며 시스템이 존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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