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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오른건데 말이야.
너희들이 아는 가장 이상한 놈은 누구야?
그냥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
나같은 경우도 있을까 해서.
아하하.
장난은 아니야. 장난은.
막 일부러 장난 심하게 치고 자학개그 치고 이런 장난스런 애들이 아니라
진짜 이상한 놈.
난.. 그래 두 명 있어.
중학교때 한 명, 고등학교때 한 명.
이 둘은 아마 평생이 지나도 잊지 못하지 않을까.
일단 중학교때부터 말해 볼까.
얘가 고등학교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거든.
음..
일단 얘를 처음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도망가야겠다, 였어.
왜냐면 얘가 커터칼을 길게 빼고 다니고 있었거든.
잘 생각해봐.
학교 복도 한가운데에서 눈을 마주쳤는데
눈은 풀려있고 입은 헤실헤실 웃는데
손엔 커터칼이 들려있다니까.
미치겠지?
근데 나는 못 움직였어.
뭐라고 할까..
도망가다 뒤에서 찔려 죽는게 더 무서웠던 것도 있고
사실은 그냥 발이 굳었던 것일 수도 있어.
어쨌든 그녀석은 서서히 다가왔지.
난 눈을 질끈 감았어.
응?
그녀석은 뭐 양아치나 막 허세부리는 그런 정신 놓은 애냐구?
하하하.
아냐 아냐.
걔 전도사 였어.
전도사라고 말하면 모르겠지?
음...
우선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내가 칼에 찔려서 나뒹굴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
걔는 한 마디 했을 뿐이거든.
"칼에 찔리는 건 좋아하니?"
라고 웃으면서.
하하하.
미치겠지.
나는 그때 얼어서 아무 말도 안했어.
막 뭐라 하면 찌를 것 같았으니까.
근데 얘는 웃으면서 뭘했는지 알아?
칼로 지 팔을 찍었어.
피가 솟구쳤어.
근데 웃더라.
"나는 좋아해."
한마디 하면서.
나중에 안건데
얘 정말 끔찍하게 중증인 마조히스트였다고 하더라.
아니 그걸 마조히즘의 영역으로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단순히 말해서 아픈 걸 좋아하는 녀석이었던 거야.
그래서 그걸 전도한거지.
칼로 지 팔을 찍으면서 웃는거야.
나는 이렇게 행복하다고.
너도 이렇게 해보지 않을래? 이런거지.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수업 중에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기도 하고
칼로 배를 찔렀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하더라.
높으신 분 아들이라 학교는 그대로 다녔대.
웃기는 이야기야.
걔가 어떻게 됐냐고?
어느날 갑자기 안나오더라.
병원에 입원했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지.
그래서 학교에서 막 뭔가 보내려고 했었어.
높으신 분 아들이니까.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전달책이 내가 되어버렸어.
그 날, 오후 수업을 빼는 대신 학교에서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갔지 뭐.
근데 말이야.
얘가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는거야.
그리고 가장 압권이었던 건
다리가 두 쪽 없어져 있었어.
그 녀석 어머니가 말해주셨는데
이건 정말.
웃음도 안 나오는 내용이었지.
뭔 내용이냐고?
전동 톱으로 싹둑 했다는 거야.
그 막 고정해서 쓰는 그 톱 말이야.
막 수십번 칼로 찌르고 송곳으로 구멍 낸 뒤에
톱에 다리를 올려서 갈아버렸대.
잘 안 잘려서 두 세번 갈아버렸다고 하더라.
그리고 얼굴도 갈아버리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가족이 찾아버렸지.
살짝 늦어서 30퍼센트 정도만 갈렸대.
얼굴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일단 살아는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대단한 게 뭔지 알아?
얘가 일부러 안정제나 진통제를 안 맞아.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막 아파 자지러지겠지.
아니 그 수준이 아니야.
얼굴이 갈리고 다리는 다 잘리고
몸엔 수없는 찢긴 상처에.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정도의 지옥같은 고통이라고 하더라.
근데 얜 웃는다?
주사를 놓을 때가 언제냐면
얘가 아프다고 말을 안하니까.
미친 듯이 웃을 때 진통제를 둔다는 거야.
세상이 떠내려갈 정도로 웃으면 둔다는 거야.
하하하.
얜 지옥이 천국이었던 거지.
나에게 말했어.
내가 가기 전에.
"나 너무 행복해."
혀도 거의 잘려서 말 할때 마다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텐데 말이야.
아.
그래서인가?
다음은 고등학생 때 그녀석이네.
내 생각엔 얘가 더 미쳤어.
어떻게 그 정신 나간 마조히즘 광신도 전도사보다 미칠 수가 있을까 하겠지만
일단 한번 들어봐.
어..
얘는 일단 전교 4등이었어.
조금 약한 사회 빼곤 뭐 올백이었지.
학교 탑이랑 점수 차이 3점이니까
뭐 그냥 전교 1등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리고 얘가 생긴 것도 장난아니게 반반하게 생겼었어.
여고생들이 학교 무단 침입해서 수업 중에 보러 올 정도?
S뭐시기 에도 캐스팅 되었다는데.
뭐 연예인은 꿈이 아니라서 찼다고 하지만.
맞아.
그 꿈도 대단하셔서.
판사가 꿈이라고 했어.
뭐 사시는 기본 패스가 가능할 것 같은 놈이었어.
그야 법을 달달 외우고 다니던 놈이었으니까.
운동도 만능이었고.
친구도 많았지.
딱 세계의 중심?
이야기의 주인공 같은 녀석이었어.
성공가도를 걷고
성공만 하는 녀석.
얘가 그럼 왜? 하는 생각이 들지?
자, 한번 들어봐.
얘가 한번 나를 법원 참관에 같이 가자고 그랬던 적이 있었어.
뭐.. 나는 따라갔지.
얘가 법쪽에 정말 관심 있구나 싶었어.
법정은 참 신기하게 생겼더라.
막 판사석 높은 것도 신기하고 그랬어.
어쨌든 재판이 시작됐어.
내용은 어..
대략 말하자면 성범죄였는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폭행당하고 강간당했다는 내용이었어.
걔가 또 내용을 다 꿰고 있어서
피해자가 어디 학교고, 성은 뭐고, 키는, 몸무게는, 사건 장소는.
이런 신상도 알고 있더라.
피해자가 중학생이라..
참 뭐랄까.
쓰레기 새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
보는 내내 분통 터져 죽겠다 싶었어.
그냥 모가지 쳐버리면 안될까 할 정도로.
정말 끔찍한 사건이었지.
가해자가 막 저녀석이 꼬신거다 하면서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야..
죽여버리고 싶더라.
그래서 내가 걔한테 조용히 속닥였어.
넌 나중에 판사되서 저런 새끼들 다 사형 때리라고.
근데 대답이 안오는거야.
그래서 얘를 슬쩍 봤는데.
얘가 실실 웃더라.
침까지 흘리면서.
살짝 부들부들 떨리는데
풀어진 얼굴로 슬쩍 날 바라보며
"어때?"
한마디 하곤 다시 재판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라.
어....
그걸 지금은 뭐라 하는 지 알 수 있어.
딱 그 표정이나.
그 부들 부들 떠는 모습은
오르가즘이야.
엥? 싶지?
법원에다가.
쓰래기 같은 사건에다가.
근데 갑자기 오르가즘?
안타깝게도 그게 맞아.
그야 이상한 놈이니까.
나중에 들었는데 말이야.
얘 성범죄 관련 참관이 가능한 재판은 왠만하면 다 참관했어.
그리고 피해자의 신상을 파는거야.
뭐 웹사이트 뒤지고 sns 뒤지고 기사 뒤지고 하면서.
그러면 준비 됐다는 거지.
응 맞아.
흥분할 준비가 됐다는 거야.
참관 가능이면 가서 보는거야.
피해자가 나오면 최고지.
막 상상하는거래.
자신이 그 가해자가 되어서 피해자를 막..
만약 참관이 안되면
재판 진행을 보면서 그렇게 상상하는거고.
할 말이 없지?
정이란 정은 다 떨어지더라.
그 재판 끝나고 나서 하는 말 듣고 더 그랬어.
"피해자가 좀 더 어렸거나 예뻤으면 두 발 뺐을텐데."
응.
이미 한 발은 뺐대.
하하하.
정말 미친 것 같아.
답이 안 나오지.
어떻게 됐냐고?
음.
말하긴 정말 싫지만은.
걔 이번에 변호사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