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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여행자에게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도
풍경이 되려고 하지는 말아라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그대 자신마저도 잃을 것이다
다만 멀리서 지금처럼
그리워하기만 하라
김영재, 세월
내리던 눈 그치고
바람도 잠잠하다
붉었던 지난 가을
조금씩 잊혀간다
너 또한
나에게 떠나
잊혀가고 있었다
문정희, 어느 침묵
서릿발 거두고
돌아서 버렸다
네 가슴 한 치를 쑤시고 나면
내 가슴에 두 치의 상처가 생기는
그 뜨겁고 날카론 칼
높은 시렁 위에 모두 올려놓고
사방에서 우는 징소리에도
나는 눈짓 하나 보내지 않는다
이성선, 구도(求道)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신석정, 운석처럼
외로운 밤에는
자꾸만 별을 보았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곱디 곱게 타다간
그렇게 낭자하게 타다간
네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