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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지, 세한도(歲寒圖)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허공에
허리 굽은 노송 몇 그루
솔향기보다 짙은 묵향 어리다
삭정 바람 말고는 찾아올 손님 있을까
외딴 오두막 하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까지 마음의 길 닿아 있을까
전성미, 꽃과 기억 사이
그가 나를 잊어가기 시작할 때 쯤
나는 줄곧 그에게 매달려
봄을 지냈다
피는 꽃들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그도 핀다는 것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절정에 이른 꽃잎들 떨어지고
순식간 연둣빛 속살들이 그 자리를 메꾼다
온통 푸른빛 속에서
조팝나무 가는 가지마다 흰 꽃을 달고 있다
달빛으로 환해진 그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도록
잎들이 꽃을 기억할 때까지
강유정, 청춘
비 내리는 단풍 끝 무슨 그리움이 남았는가
환하게 낡은 골목길 위로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 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 꽃이었다
김영재, 순간
당신이 내게 온
흔들, 바람이라면
나는 당신 앞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피었다
순간에 진들
어찌 꽃이 아니랴
문숙, 집착
그물망 속에 든 양파
서로 맞닿은 부분이 짓물러있다
간격을 무시한 탓이다
속이 무른 것일수록 홀로 견뎌야하는 것을
상처란 때로 외로움을 참지 못해 생긴다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상해서 냄새를 피운다
누군가를 늘 가슴에 붙이고 사는 일
자신을 부패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