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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성, 목어(木魚)
속창 다 빼고
빈 몸 허공에 내걸렸다
원망 따위는 없다
지독한 목마름은 먼 나라 얘기
먼지 뒤집어써도 그만
바람에 흔들려도 알 바 아니다
바짝 마르면 마를수록
맑은 울음 울 뿐
이상국,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것은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는 안 가본 데가 없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도 그만 쉬어야 한다
김연동, 재다가 거두다가
너와 나와의 거리, 재다가 거두다가
닿지 못한 그리움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먼발치, 구름에 덮인
섬 하나를 만들었네
권갑하, 담쟁이
삶은
가파른 벽을
온몸으로 오르는 것
무성한
잎을 드리워
속내를 숨기는 것
비워도
돋는 슬픔은
벽화로 그려낼 뿐
유재영, 시(詩)
남들이 시 쓴다고
따라 쓰지 말거라
청춘을 다 바쳐서
시 한 편을 얻겠느냐
영혼에
병이 들으면
몸보다 더 아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