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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저 괜찮은 거였나요?
게시물ID : panic_75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았습니다
추천 : 4/19
조회수 : 328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12/14 02:54:15

오유 첫 게시글을 공게에 올리게 된 것이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주절주절 써 봅니다.

모바일로 쓰다가 거의 다 썼는데 날라간 것도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냥 넘어가면 더 찝찝할 것 같아서 다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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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쟁이 쌍둥이 키우고 있는 여징어에요. 요즘 슈퍼맨을 자청하는 남편에게 출산 후 거의 처음으로 저녁에 애들을 맡기고 절친 둘을 만났어요.

참고로 두 친구는 현재 임신중...얼마 전부터 양꼬치~양의 꼬치~노래를 불러서, 자유의 몸일 때 우리 자주 가던 양꼬치 집에서 오랜만에 회동을 했죠.

(그 양꼬치 집은 신도시 내에 있지만 약간 골목골목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요. 사장님 가족도, 손님들도 대부분 조선족인 그런 가게구요 )

매일 만나도 하룻밤이 짧은 그런 친구들이지만 오늘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정쯤 자리를 파하고 친구2는 자가용으로, 저와 친구1은 방향이 같아서 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어요,.저희 집에 들렀다 친구 집까지 가는 걸로...

택시를 잡으러 큰길까지 가기엔 좀 멀어서 가게 사장님께 콜택시를 부탁드렸어요. 제 앞에서 콜을 부르셨고 배차되면 저희한테 얘기해 주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저흴 부르시더니 "아, 마침 여기 앞에 택시 와 있는데 저거 타시면 되겠네요. 방금 누가 내렸나봐요.콜은 제가 취소하면 되니까~"하셔서 저희는 그 택시를 탔고 친구 1은 택시 넘버를 확인하고 시동을 걸었지요.

그런데 이 택시 기사가 행선지를 말씀드리니 '길을 잘 모른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느냐'하셔서 길을 알려드리려는데 살짝 골목길에서 꺾으시더니'사실은 이지역 택시가 아니라서...'하시면서 '그냥 여기서 내리실래요?'라고..하시는데, 마침 거기 또 택시 한대가 담배불을 빨갛게 태우고 서있는 거에요.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큰길까지만 태워달라고 했어야 되는건데, '네...뭐...'하고는 차를 바꿔탔지 뭐에요.

바꿔탄 택시 기사분도 길을 잘 모르시는지 길을 잘못들으시는가 싶은 걸 제가 몇번 알려드리면서 가는데, 저도 모르게 불안했는지 손에 쥔 지갑 똑딱단추를 '똑딱똑딱...'한참 여닫았나봐요. ...그 소리에 갑자기 기사아저씨가

 "아이 거 참...왜 택시 타가지고서는... 문자는 보내고들 그러는지 몰라...무슨, 뭐...응? 궁시렁궁시렁"

 "하하하, 아저씨 문자가 아니고 지갑 단추소리에요, 지갑. 단추..."하고 웃어넘기긴 했는데 뭔가 목 뒤게 쎄한 느낌이 나면서 심장이 막 뛰는데 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 이후에는 계속 아저씨가 뭔가...험악한 말들을 막 던지시는 거에요.

"응? 말이야...콜 받아서 서 있는데 택시 잡아타려고 하다가 콜이라 그러면 '신고할거에요!'하면서 무슨 승차거부라 그러고 말이야...이래서 내가 차에 여자들을 안태우려고 하는데...(안들리지만 'ㄴㅁ')"

이런 여성혐오 발언들을 막 하시는데 그제서야 아저씨 외모며 목소리가 평범하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정 외모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오원춘 닮은 외모에...최홍만 톤의 목소리가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운전석 창문을 내리시더니

"에혀...차에 무슨 냄새 안나요?"

그 순간 와 진짜 무슨 악마를 보았다 영화안에 제가 들어온 줄 알았어요.

"뭐 음식냄새에.....어떨땐 방구...지금 방구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하시길래 분위기를 좀 끊고 싶어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하하 아저씨가 방구 뀌시고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내가 생각해도 어색한 웃음)"

"(정색)택시타면서 말이야 김밥 사들고 타고 먹고...지네들끼리...뭐 무슨 찐만두...하아...냄새..."

무슨 변태같은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아니면 트렁크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래도 여자지만 둘이라 그런지 -하나는 일단 내려둘 심산인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러면서 저희집에 거의 다 와 가고 있었어요.

설사...애초에 계획된 범죄가 아니더라도...이런 피해 의식을 품고 있는 분을 지갑 단추소리로 자극 했으니 우발적 범행도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나 내리고 나면 이 친구는 ...안된다 싶어 친구 손을 살며시 잡고선,  집에서 온 전화를 받는 척 했어요. "여보세요. 응. 네. 집앞이에요. 네. 네 그럴게요." 하고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를 세운 후 "저희 여기서 같이 내릴게요~"라고 얘기하는데

"예~그러세요~"하는 대답이 돌아올때까지 그 시간은 또 어찌나 길던지요...

요금을 계산하고 친구 손 잡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안착해서야 숨이 쉬어 지는 거 같았어요.

[요금이 8120원인가가 나왔는데, 만원을 드리면서 '잔돈은 됐어요'하려고 하니 황급히 도망치는 것 같이 보일까봐 -아저씨를 자극하면 안되니까...-순간적으로 "저 잔돈은...2000원만 주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아저씨가 "예~저도 이천원 드리려고 했어요~"하시면서 저한테 120원 강탈당하신건 함정...]


어쨌건 그렇게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의 시간은 끝나고...친구는 저희 남편이 집까지 안전하게 차로 바래다 주고 왔고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 친구가 카톡으로, "근데,,,...우리 처음 탔던 택시...기사가 조선족 말투를 썼던 것 같아...말이 좀 어색했던 거 같아..."라고 하네요..

조선족이라고 다 나쁜 사람들도 아니고 그 양꼬치집 주인분들도 가게에서 어린 애들 키우면서 열심히 선량하게 사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시절도 시절이고...무서운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수법 같은 게 혹시 진짜 있는 건지...냄새 얘긴 진짜 뭐였는지...

여자분들...아니, 요즘 남녀 구분이 있나요...남녀노소 밤늦게 택시타시는 거 정말 조심하세요.

저희 셋은 오늘 일을 계기로, 밤 데이트 안하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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