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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덕, 길
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이 기대 서있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내 뒤로 아이들은 자전거를 끌며 가고
시간도 그 뒤를 따라 힘찬 페달을 돌린다
김기만, 짝사랑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환한 봄날 꽃길을 거닐다가
플라타너스 그늘 길을 따라 걷다가
은행잎 떨어지는 아스팔트를 밟다가
겨울비 오시는 하늘 아래서도
스쳐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만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그저 온종일 기다려도 좋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네
김용택, 어느 날
나는
어느 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 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 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 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 날의 일이고
어느 날에 썼다
이병률, 새
새 한 마리 그려져 있다
마음 저 안이라서 지울 수 없다
며칠 되었으나 처음부터 오래였다
그런데 그다지
좁은 줄도 모르고 날개를 키우는 새
날려 보낼 방도를 모르니
새 한 마리 지울 길 없다
서덕준, 이끼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 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