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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시 한 줄
집 한 채 짓고 살기
한평생 걸린다지만
마음에 시 한 줄 긋고 사는 일 얼마나 쓸쓸한가
각박한 세상살이에
웬
시 한 줄이라니
이훤, 온다
우산 없는 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처럼
길 잃은 타지에서 문득 발견하는
오래된 나처럼
수 년이 지나서야
문득
이해되는 사소한 말들처럼
온다
희망은 갑자기 온다
민병일, 적멸 속에 빛나는 빈집
빈집에 쌓이는 시간의 무늬에도
아름답고, 쓸쓸한 생을 관통하던 추억 있다
집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었고
나는 길 위의 집에서 꿈을 꾸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삶의 흔적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옛사랑의 그림자여
장철문, 창을 함께 닫다
달이 참 좋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창을 닫다가
엉거주춤 딸아이를 불렀다
이런 건 왜 꼭
누구한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아이가 알아차렸는지
엉거주춤 허리를 늘여 고개를 내밀었다
최승자, 당분간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도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