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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노숙
몸보다도 훨씬 가벼운
문짝 하나 없는
껍질뿐인 집을 이고
흡사
팽이가 팽팽 돌다가 쓰러져
오래 잠드는 것처럼
오늘 밤도 느릿느릿 달팽이는 기어서
어느 꽃그늘 아래 잠드는가
유재영, 깨끗한 슬픔
눈물도 아름다우면 눈물꽃이 되는가
깨끗한 슬픔 되어 다할 수만 있다면
오오랜 그대 별자리 가랑비로 젖고 싶다
새가 울고 바람 불고 꽃이 지는 일까지
그대 모습 다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가
깨끗한 슬픔 하나로 그대 긴 손 잡고 싶다
김양수, 꽃에게서
길가 숲속 보일 듯 말듯 숨어 피어 있는 야생화
얼굴 디밀어 살펴보는 내게 속삭인다
무심한 마음으로 자기 자리에 서 있을 때
세상은 향기롭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마음 낮추며
감사하라고
황인숙, 비유에 바침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하루가 얼마나 짤막한지
알지 못했다면
단 하룬들
참지 못했으리
배를 타려 하네
섬
깊은 독서 끝에
처박혀지는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왜냐하면 그저 그거인 나날
그러나 비유는 다채롭기에
이훤, 반복재생
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