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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호, 봄, 오후 세 시
무엇을 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다
무엇을 하지 않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다
뜻밖이다 꽃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봄을 도발하려 한다
문인수, 뒷모습
풍경소리 저 홀로 걸어가는 것이다
저를 달고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이다
쉬었다
또 귀먹은 듯 걸어가는 것이다
이훤, 그대도 오늘
무한히 낙담하고
자책하는 그대여
끝없이 자신의 쓸모를
의구하는 영혼이여
고갤 들어라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권석창, 지우개 들고
돌이켜보니 내 삶은
지우기의 연속이었네
학교에 다닐 때는
틀린 연필 자국 지우개로 지웠네
철들면서 어른이 되기까지는
하나둘 부끄러움을 지웠네
어른이 된 뒤로는 하나둘
헛된 바람을 지웠네
노인이 되어서도 지우개 들고
손으로는 무언가 자꾸만 지우면서
눈 들어 서편 하늘에, 누가 쓴
노을의 시 읽고 있네